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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기존 패러다임 바꾼 지난 1년…올해는 양질 문화예술 향유 시대”

취임 1년, 현장소통 공청회·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문화예술세계총회 등 성과…올해도 현장 목소리 귀기울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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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6호 김금영⁄ 2024.01.26 09:50:20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사진=김금영 기자

일정표가 빼곡했다. 그 와중 매주 빠지지 않아 눈에 띄는 일정이 있었으니, 바로 공연·전시 관람 일정이었다. 일정표의 주인공은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위원장이다.

인상 깊었던 공연에 대해 묻자 “최근 연극 ‘아들에게’, 클래식 공연 ‘소리의 숲’을 관람했고, 작년엔 건축가 김수근을 모티브로 한 연극 ‘미궁의 설계자’를 봤다.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도 봤는데 가사는 남아있지만, 전해진 악보가 없는 월인천강지곡을 박범훈 불교음악원장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노래, 여기에 손진책 연출가의 혁신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무대 구성도, 연주도 대단했다”며 “요즘엔 대사 하나 없이 몸짓, 무용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공연도 즐겨찾고 있다. 여기서 오는 감동도 대단하다”는 답이 술술 돌아왔다.

지난해 1월, 그가 예술위 위원장에 취임했을 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국회의원 5선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역임한 정치인 출신인 그가 과연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예술위를 잘 이끌 수 있을지 따가운 눈초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불식하듯 정 위원장은 책상에 앉아 문서를 들여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우리 문화예술의 힘을 몸소 느끼고, 실질적으로 예술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현장을 종횡무진하며 소통해 왔다. 매주 공연·전시장을 찾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바쁜 임기 1년을 보낸 정 위원장을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만났다. 이날도 그는 역대 예술위 기관장들과 만나 정책 자문을 듣는 등 문화예술 현장과의 소통 일정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대학로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 외부 전경. 사진=김금영 기자

- 예술위에 취임한 지 어느덧 1년이 됐습니다. 아쉬웠던 점과 만족할 만한 성과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정신없게 1년을 달려왔네요. 지난 1년을 회고하면 저보다 직원들이 많이 고생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많이 요구했거든요. 대표적으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대한 심사제도를 전면 수정했습니다. 적극적인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를 위해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을 직접 개최하기도 했고, 내년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축 30주년을 맞는데 이에 앞서 올해 4월 특별전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여기에 각국 문화예술기관의 정책 교류가 이뤄지는 문화예술세계총회의 10번째 자리를 한국에서 열게 돼 그 준비에도 여념이 없고요. 지난 1년 동안의 전체적 콘셉트는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예술위가 해온 일들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 예술가의 집 리모델링도 예술위의 많은 변화 중 하나인데, 주안점은 무엇이었나요?

“말 그대로 예술가의 집이잖아요? ‘예술가가 중심이 되게 하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리모델링 이전 이름은 예술가의 집인데 활용이 잘되지 않아 아쉬운 측면이 있었어요. 이에 예술인이 언제나 편하게 와서 쉬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도 할 수 있는 랩 성격의 공간 등을 만들었습니다. 리모델링 이후 대학로에 갔을 때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습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다양한 현장소통 공청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예술가의 집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엔 예술인을 직접 만나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르코 익스프레소’를 진행해왔죠. 특히 기억나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나요?

“프로그램 신청을 통해 현재도 평균 4팀 정도가 아르코 익스프레소에 꾸준히 방문하고 있습니다. 민원도, 제안도 이 시간에 다양하게 이뤄지는데요. 예술위 지원사업 중 전국 방방곡곡 예술이 필요한 곳에 예술 단체가 직접 찾아가 공연, 전시, 체험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신나는예술여행’이 있는데, 여기에 참여했다가 지역에 귀농한 젊은 예술인 단체가 지난해 7~8월 중 예술가의 집을 찾았어요. 이들이 말하기를, 지역 초등학생을 가르쳐보니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고 이해력도 높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교육이나 콘텐츠 개발, 후원 등의 제도가 현실을 반영해 재정비가 이뤄져야 하다고 하더군요. 현실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또 예술가의 집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강연 프로그램 ‘아르코 라운지 클럽’도 진행 중인데요. 총 인원 30명을 모집하는데 150명이 지원할 정도로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기 과정을 수료했고, 곧 2기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예술가의 집은 시민과 순수예술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곳으로 앞으로도 꾸려가려 합니다.”

- 예술가의 집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소통 공청회를 통해서도 현장의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공청회를 통해 문화 행정에 반영 검토 중인 사안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개편했습니다. 기존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은 44개에 달했는데, 너무 세분화돼 이해하기가 어려워 오히려 창작의 영역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있었습니다. 이에 기존 백화점식 나열 구조를 창작영역과 정책영역으로 크게 분류했고, 사업 내용과 지원 대상이 유사한 사업은 통합하며 17개로 단순화했습니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심사제도도 전면 수정하며 ‘전담심의관제’를 새로 시작했습니다. 기존엔 지원사업 심사를 외부 인사에만 의존해왔는데요. 예술위의 베테랑급 실무진을 전담심의관으로 지정하고, 외부 인사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해당 사업을 모니터링하고 평가, 책임까지 지게 하는 제도입니다. 예술위가 단순히 문화부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책임 있게 심의를 하면 보다 외압에 시달리지 않는,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지방과 수도권 사이 문화예술 격차를 줄여가는 환경 조성도 노력 중인 과제입니다. 현재 전국 17개의 광역단체는 물론 기초단체까지 141개의 문화예술재단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방의 문화예술가나 단체들이 수도권과 견줘도 손색없게끔, 진출이 자유롭도록 디딤돌 역할을 예술위가 하려 합니다. 좋은 콘텐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창작물을 지방으로부터 추천받아 심사를 거쳐 예산 범위 내에서 선정되면 수도권에서 공연, 전시가 이뤄질 수 있게끔 하고, 더 나아가서는 국제 교류까지 이어질 수 있게끔, 1회성이 아닌 연속성을 갖춘 사업들을 꾸리려 합니다. 올해도 이처럼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현장소통 공청회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9월 올림픽 공원 88잔디 마당에서 열린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 현장.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문화예술 지원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자발적인 후원 문화입니다. 이를 내세운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이 지난해 예술위 창립 50주년을 맞아 올림픽 공원 88잔디 마당에서 열렸죠.

“기존 예술위는 2012년부터 예술후원 사업 ‘예술나무’를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예술나무를 더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어요. 좋은 취지에 공감한 조수미, 김윤아, 리베란테, 이찬혁 등 예술가들이 참여해 무대를 꾸렸고요. 관객 90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습니다. 티켓 수익은 올해 예술위가 진행하는 소외 이웃을 위한 예술 치유 프로젝트에 기부했습니다.

이날 하루 만에 관객 260여 명이 예술나무에 정기 후원을 신청했고, 앞으로의 후원 의사를 밝힌 사람들은 2000여 명에 달했습니다. 팬덤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도 봤어요. 리베란테 멤버인 김지훈 씨가 3000만 원을 예술나무에 기부했는데, 그의 팬들도 기부 릴레이에 동참했습니다.”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가 많았어요.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은 많이 생겼지만, 보다 엄숙한 분위기의 클래식 공연장 방문은 아직 쉽지 않습니다. 이 가운데 늘 마음에 품었던 현장이 있었는데요. 1996년 미국 국무성 초청으로 뉴욕에 갔을 때 뉴욕 시장이 시민을 위한 클래식 음악회를 센트럴파크에서 열었는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했어요. 당시 ‘우리도 이렇게 가족과 소풍 나온 기분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러웠고, 이후 돌아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만들었어요. 야외에서 재즈 공연을 감상하는 자리로, 여기서 가능성을 보고 재즈에서 클래식으로 범위를 넓혀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을 기획했고요.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은 여기에 기부의 의미까지 살린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좀 더 이런 장이 많아지길 바라요.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국가 예산으로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나라 중 규모가 큰 축에 속하고,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선 전 국민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요. 기업 차원에서는 문화예술에 후원하면 연말에 문화예술 후원 지수를 발표해 그만큼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고요. 예술위는 예술나무 후원 규모에 따라 정부 공공기관 전시·공연 할인 혜택 등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카드발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마련된 '2086 : 우리는 어떻게?'전 현장.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국내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문화예술의 저력도 느껴집니다. 특히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30주년을 맞는데, 관련해 예술위는 무엇을 준비 중인가요?

“지난해 한국관에선 ‘2086: 우리는 어떻게’를 주제로, 전 세계 인구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86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찰하는 전시를 선보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때 오랜 숙원사업인 ‘한국관 증축’에 대해서도 뜻을 전했습니다. 5~6년 전부터 이미 증축과 관련해 힘써오고 있었고, 4월에도 현지에 가서 관계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여러 제한과 규제가 많지만, 꾸준히 의지를 갖고 노력하려 합니다. 한국관은 1993년 독일관 작가로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백남준 작가의 노력 끝에 극적으로 세워진,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이곳을 제대로 된 창작활동을 할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뜻을 담아 올해 열릴 특별전에도 기대가 큽니다. 역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들의 하이라이트, 아카이브 전시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IFACCA(국제예술위원회 및 문화기관 연합) 지도자 회의 및 권역회의, 제9차 문화예술세계총회에 참석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지난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IFACCA(국제예술위원회 및 문화기관 연합) 지도자회의 및 권역회의, 제9차 문화예술세계총회에도 참석했죠. 여기선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80여 개국이 참여해 5일 동안 회의를 하는데 세계 각국의 관심사 중심에 한국이 있었습니다. 이에 13개국과 개별 면담도 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이렇게 경제·문화적으로 성장해 강국이 됐는지, 한국의 문화예술 지원 시스템엔 어떤 것이 있는지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지원 시스템 중 예술과 기술의 융합의 자리를 다각도로 지원하는 예술위의 ‘에이프캠프’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공동작업 의뢰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전 세계 예술계에 빠질 수 없는 아젠다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예술 표현의 가능성을 넓혔지만, 첨단기술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접하기 어려운 환경의 국가도 있어 이에 따른 격차 또한 생겼습니다.

이 갭을 좁히기 위한 자리가 에이프캠프로, Artist(A), Producer(P), Engineer(E) 전문가들이 모여 피칭, 매칭, 코칭을 통해 예술과 기술의 융합 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2박 3일간의 캠프 활동을 통해 연구합니다. 올해 에이프캠프 중 20%는 해외 아티스트도 지원할 수 있게 개방할 계획입니다. 국적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나누고, 심사를 통해 선정되면 한국에 머물면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려 합니다. 또한 다음 문화예술세계총회는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해 9월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 세계 속 한국 미술의 저력도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문화예술계를 들썩이게 한 행사로 ‘프리즈 서울’이 빠질 수 없는데요. 1회 땐 예술위와의 협업이 어수선한 분위기라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2회 땐 네트워킹 파티 ‘아르코 나이트’ 등을 진행하며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를 즐길 수 있게 했는데요. 올해 돌아오는 3회 프리즈 서울과 관련해 또 준비 중인 게 있나요?

“한국의 문화예술이 세계적 위상을 떨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분야가 미술이었습니다. 1회 프리즈 서울 때 해외 방문객이 가장 불편을 호소한 게 교통편이었습니다. 프리즈 서울은 강남에서 열리는데 여타 유명한 전시장이 강북권에 쏠려 있어 이동이 어려운데 국제적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교통편에 대한 안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요. 왜 이 부분을 잘 챙기지 못했는지 알아보니, 미술거래나 아트페어 등은 화랑의 화상(畵商)들의 영역으로, 공공기관이 끼어들 수 없다는 개념이 여전히 깔려 있더군요.

그래서 위원장에 취임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예술경영센터 등 국공립 관련자들과 모두 만남을 갖고, 키아프·프리즈 주간에 한국 미술을 적극 홍보하기 위한 역할 분담을 논의했습니다. 서울시는 셔틀버스나 VIP전용 차 등을 운영하며 교통편을 맡고, 각 기관들은 한국 미술을 알릴 수 있는 전시, 행사 등을 기획해 선보이는 방식으로요.

아르코 나이트는 예술위가 지원한 젊은 작가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장이었습니다. 올해 또한 이미 준비가 들어간 상태인데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재능있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해외 미술 관계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로비엔 큐레이터, 작가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파티의 장, 공연도 마련하려 합니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프리즈, 키아프를 계기로 전 세계의 미술관 관장과 유수의 컬렉터가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구겐하임이나 메트로폴리탄 등 등 세계적 미술관도 한국 작가들에 주목하고, 관련 기획전과 교류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죠. 지금이야말로 보다 한국 미술을 알리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입니다.”

현재 아르코미술관에서 50주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기획전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 현장. 사진=안용호 기자

- 예술위가 운영하는 대표적 전시 공간인 아르코미술관 또한 올해 5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인데요. 관련해 준비 중인 사안들이 있나요?

“현재 기획전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를 열고 있습니다. 세대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소통이 빛나는 전시고요. 올해 예술위가 지원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기획전을 또 선보일 계획입니다. 단순 전시 지원금 등 단발성 후원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작품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전시까지 연계하며 장기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올해도 아르코미술관을 통해 외부 기관 및 기획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재능 있는 예술가를 발굴해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늘리려 합니다.”

- 최근 공연예술창작산실 관련 간담회도 참석하며 한국 창작 작품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죠. 전 세계가 한국 영화, 가요, 드라마에 열광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의 순수 창작 공연에 대한 관심은 덜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특성의 차이일 뿐이지, 창작 공연의 저력이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우들의 저력이야 말할 것도 없이 이미 세계적 수준이고, 한국 창작 뮤지컬도 해외 시장에 많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또 임윤찬, 조성진 등은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며 콩쿠르도 휩쓸고 있고요. 다만 순수예술은 동시다발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이에 따라 공연횟수도 상대적으로 제한되며, 공연 자체가 움직이는 환경에도 한계가 있어 이런 특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적다고 평가받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순수예술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거고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 중인 '아르코예술극장' 외관. 사진=김금영 기자

- 공연 지원과 관련해 최근 대학로 공연의 상징적인 공간인 ‘학전’의 기사회생에 예술위가 힘을 보탠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작년 현장 업무보고를 통해 현장의 소리를 들었을 때 공연 예술인은 가장 필요한 게 ‘무대’라고 입을 모았어요. 예술위는 아르코예술극장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대극장뿐 아니라 소극장 무대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도 높았죠.

 

이에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 중 한 군데를 장기 임대해서 무대가 필요한 예술인에게 대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는데, 마침 학전 소극장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술위가 창작공간 활성화 지원사업으로서 학전을 맡아보겠다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안했고, 이에 문체부가 화답했습니다. 이에 따라 예술위는 학전 소극장 임대차 계약을 하고, 민간 위탁 운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학전 무대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가운데)는 역대 예술위 기관장들과 한자리에 모여 신년하례회 겸 정책 자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올해 초부터 역대 예술위 기관장들, 역대 문체부 장관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궁금한데요.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국가 경쟁력의 중심에 자리 잡은 한국 문화예술이 어떻게 하면 보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또 여기에서 예술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논의했습니다. 또한 예술위의 설립 취지도 돌아봤고요.

 

지금까지 예술위가 존재하고 발전해올 수 있는 밑바탕엔 선배 위원장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있었습니다. 이분들의 고견을 참고해 예술위가 앞으로도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예술인에게 좋은 창작 환경을 지원하고, 국민은 양질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올해 예술위의 목표는?

“아직 예술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예술위는 어떤 곳이냐’는 질문을 들으면 ‘여러분이 양질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예술인이 좋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라 답합니다. 이것이 예술위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입니다. 단순 보여주기 차원에서 문화예술 행정에 접근하지 않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 예술인에게는 좋은 창작 환경을 지원하고, 국민은 양질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끔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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