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5호 김금영⁄ 2024.02.01 11:59:28
‘재미’가 있어야 관심이 쏠리고 지갑이 열린다. 소비의 주요 가치 중 재미를 추구하는 이른바 ‘펀슈머(Fun+Consumer 합성어)’가 주요 소비자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재미 내세운 이색 이벤트… 롯데웰푸드 ‘풍선껌 크게 불기 챔피언십’·CU ‘내 맘대로 어워드’
풍선껌을 크게 불어야 우승한다. 그런데 마냥 크게 부는 게 아니라, 머리도 써야 한다. 개인전뿐 아니라 팀전도 있고, 각각의 라운드마다 1등 조건도 다르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가 개최한 ‘풍선껌 크게 불기 챔피언십’은 이처럼 나름의 진지함과 재미가 공존한 현장이었다.
2012년 첫선을 보인 풍선껌 크게 불기 챔피언십은 껌으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를 펼치는 서바이벌 형태의 대회로, 2015년까지 총 네 차례 진행된 바 있다. 이 대회가 지난해 12월, 무려 8년 만에 돌아와 화제가 됐다. 이번 챔피언십은 롯데웰푸드의 풍선껌 브랜드 ‘왓따!’를 주제로 풍선껌 불기 실력을 겨루는 자리로 마련됐다.
참가자의 정보와 풍선껌을 크게 부는 영상을 등록,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지원 영상과 #롯데왓따껌, #풍선껌크게불기챔피언십 해시태그를 함께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예선이 진행됐다. 수많은 예산 지원자 중 총 100명의 참가자가 본선에 진출해 경쟁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풍선껌을 크게 부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본선부터 20강, 준결승, 결승전까지 규칙이 모두 달라 전략적인 판단도 중요했다”며 “팀전은 개인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가 눈길을 끌었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본선 경기는 10명씩 조를 이뤄 1:1 풍선껌 크게 불기 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본선에서는 가장 높은 기록을 기록한 상위 16명과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시 기회를 얻은 4명이 20강에 진출했다. 20강에서는 자신의 목표 기록을 사전에 정하고 그 이상의 크기를 불어야 기록이 통과되는 규칙이 추가됐다. 무조건 크게 부는 것보다 자신이 잘 불 수 있는 적정 크기를 잘 판단해야 했다. 통과된 기록 중 가장 높은 순서로 선수 4명이 추려졌다.
4강전과 결승전은 다시 1:1 대결로 더 크게 풍선껌을 분 사람이 승자가 되는 규칙이었다. 결승전에서는 남기현 씨와 패자부활전을 거쳐 끈기 있게 올라온 김인정 씨가 맞붙으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우승은 매 라운드마다 더 큰 풍선껌을 불며 압도적인 모습으로 경기를 지배한 남기현 씨가 차지했고, 상금 1000만 원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풍선껌 기록은 양철민 씨(23.8cm)가 차지했다. 양철민 씨는 지난 풍선껌 크게 불기 챔피언십 시즌 4에서 우승을 한 바 있는 베테랑 풍선껌 불기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4강에서 우승자 남기현 씨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했다. 하지만 친동생 양민혁 씨와 함께 팀전에서 활약을 펼치며 팀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풍선껌 불기라는 소소한 주제지만 참가자 모두 진심을 다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즐겼다”며 “참가자와 시청자 모두 껌 씹기에 대한 즐거운 기억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새해를 맞는 시점에 별난 시상식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CU는 자체 커머스 앱 포켓CU에서 ‘제1회 내 맘대로 어워드’를 열고 지난 한 해 CU를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상을 진행했다. 콘셉트는 ‘엉뚱한 편의점 시상식’으로, 총 8개 부문에서 11명의 고객을 선정해 5만 원 상당의 CU 포인트와 함께 부문별 주제에 맞는 특별 시상품을 증정했다.
실제로 각 부문은 엉뚱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름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대표적으로 ‘이 정도면 백화점 가세요상’은 최다 결제 고객에게 수여됐다. 해당 상을 받은 고객은 1년 동안 CU에 하루 평균 5.2회 방문했고, 총 1741건을 결제해 1000만 원 상당의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고객도 한 부문을 차지했다. ‘글로벌 취향 저격상’은 외국인 고객 중 CU를 가장 많이 방문한 고객에게 주어졌다. 선정된 수상자는 매일 2회 이상, 일 년간 총 748회 CU를 찾은 고객으로, 주요 구매 품목은 콜라와 군고구마 등이었다. 올해 CU에서 가장 많은 우산을 구매한 고객에게 주어지는 ‘비자발적 우산 콜렉터상’은 총 55회 구매한 고객이 차지했다. 해당 고객은 비가 오는 날마다 우산을 구매했고, 하루에만 3번 구매한 이력도 있었다. 수상자에게는 CU의 우산 교환권(5개)이 지급됐다.
포켓CU 앱 로그인 시 비밀번호를 총 128회 틀린 고객에게는 ‘과거 자신과의 싸움상’을 시상했다. 이 고객은 지난해 8월부터 총 60회 포켓CU에 접속해 평균 2.1회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다. 시상품은 건강에 좋은 아몬드 제품으로 정했다. 이와 함께 ‘금단현상’ 부문에서는 포켓CU의 출석체크 이벤트 버튼을 365일 동안 매일 누른 2400여 명의 고객 중 추첨을 통해 3명을 뽑아 3만6500원의 CU 상품권을 제공했다.
‘담당자 감동상’은 포켓CU 내 고객 소통 커뮤니티인 ‘씨유랜드’의 모든 콘텐츠에 총 169개의 댓글을 남긴 고객이 선정됐다. ‘거기도 잘하는데 암튼 여기 씨유상’은 12회의 댓글로 경쟁사를 가장 많이 언급한 고객 2명이 뽑혔다. 연말을 맞아 포켓CU를 통해 가장 많은 기부를 펼친 고객에게도 ‘천사는 따놓은 당상’을 시상했다. 해당 고객은 자신이 쌓은 CU 포인트 30만7926원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총 11회에 걸쳐 기부했다.
CU는 이번 시상식 외에도 소비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편의점 플라스틱 의자를 1등 경품으로 내건 ‘그르르갉’ 행사, 단종된 인기 상품의 재출시를 위한 연세 크림빵 부활 이벤트 등 젊고 이색적인 이벤트들을 적극 전개해온 바 있다.
뜬금없는 웃음 포인트 내세운 컬래버와 눈길 사로잡는 대형 제품… 롯데마트·슈퍼 ‘디즈니 컬래버’·GS25 ‘점보시리즈’
소비자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는 컬래버레이션과 제품 출시도 활발하다. 최근 화제가 된 건 롯데마트·슈퍼와 월트 디즈니와의 컬래버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 ‘광기의 롯데마트 디즈니 컬래버’ 등의 제목의 게시물이 급속도로 퍼졌다. 해당 게시물은 롯데마트가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와 컬래버를 진행했는데 채소, 정육, 수산물 등 각종 신선식품에 뜬금없이 디즈니 캐릭터를 넣은 것이 어색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첨부된 사진엔 깐마늘에 ‘곰돌이 푸우’, 석화에 ‘모아나’, 딸기에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들이 각종 신선식품 패키지에 인쇄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중 돼지고기 제품엔 코끼리 덤보 캐릭터가 인쇄돼 있었는데, 일부 네티즌은 “육류 제품에 귀여운 코끼리 덤보 캐릭터를 씌워놓는 롯데마트의 동심파괴 패기”라고 짚어 웃음을 자아냈다.
롯데마트·슈퍼와 디즈니 코리아의 협업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진행됐다. 롯데마트는 디즈니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식료품 패키지에 디즈니 캐릭터를 입히고 완구 매장에는 ‘디즈니 마켓’을 열었다.
유통업계에 전반적으로 부는 캐릭터 열풍 속 신선식품과의 조합은 다소 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트렌드를 외면할 수 없어 롯데마트·슈퍼는 디즈니와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선식품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디즈니 캐릭와의 협업이 동떨어져 보인다”, “성의 없는 컬래버”, “디즈니랑 손잡고 어떻게 이런 컬래버를” 등의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면 볼수록 웃음이 나온다”, “어이없지만 그래서 눈길이 간다”, “장보다가 웃음이 터졌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상품과 관련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예컨대 마늘 상품에 인쇄된 푸우의 모습은,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었다는 단군신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연관성이 없을 경우 오히려 완전히 대조되는 캐릭터를 배치해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육식동물인 ‘라이언킹’의 사자 캐릭터 심바를 채소 상품인 냉이 패키지에 사용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거대한 크기로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를 자극한 제품들도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해 5월 말부터 ▲공간춘 ▲팔도점보도시락 등 ‘점보라면’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점보라면 시리즈는 GS25가 일반 용기면 대비 8배 이상 규모를 키워 기획한 초대형 콘셉트의 PB(자체브랜드) 용기면이다.
일반 용기면과 비교해 압도적인 크기로, 사람이 이 제품을 들면 오히려 작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일어나 시각적으로 눈을 단숨에 끄는 웃음 포인트를 확실히 강조했다. 이에 유명 연예인, 먹방 유튜버를 비롯해 다수의 일반인까지 점보라면 시리즈 ‘먹방 챌린지’에 나섰고, 관련 영상 누적 조회수는 무려 2억 뷰를 넘으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관련해 GS25는 지난해 넷플릭스와 협업 상품 스탬프 이벤트를 열며 대형 팝콘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표 경품으로 선보인 넷플릭스 인간팝콘은 세로 120cm, 가로 93cm 크기의 초대형 사이즈를 자랑했다. 안엔 70~80g 일반 사이즈 팝콘보다 8배가량 큰 400g 넷플릭스점보팝콘 10개가 들어있었다.
재미로 관심 끌고 매출 증대 효과까지
이처럼 재미를 내세운 마케팅은 모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재개한 풍선껌 크게 불기 챔피언십은 재미있는 대회 진행 방식에 흥미를 느낀 어린이부터 부모님 세대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여 경쟁을 펼쳤다.
대회에 쏠린 관심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홍보 효과까지 겸했다. 롯데웰푸드는 자사 대표 상품 중 하나였지만 다양한 디저트 출시 경쟁에서 침체기를 겪었다가 코로나19 엔데믹 등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껌 시장의 활기를 되살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실제로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껌 매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에 육박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선호도가 높은 풍선껌 ‘왓따’의 경우 같은 기간 50% 이상 매출이 늘었고, 나들이 및 야외활동을 위한 장거리 운전에 유용한 ‘졸음번쩍껌’도 60% 이상 확대됐다. 보다 풍선껌 제품을 알릴 계기가 필요했는데, 재미를 내세운 풍선껌 크게 불기 이벤트로 젊은 세대와 껌 소비 접점을 늘리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GS25의 점보라면 시리즈 2종은 누적 판매량이 200만 개를 돌파하는 등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공간춘, 팔도점보도시락은 180억 원의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GS25의 용기면 카테고리 1‧2위에 나란히 올라섰다. GS25 관계자는 “육개장, 신라면큰사발 등 내로라하는 NB(식품제조업체 브랜드) 라면을 모두 밀어내고 PB라면이 매출 ‘베스트 2’를 휩쓴 것은 GS25의 용기면 역사상 최초의 일”이라고 말했다.
점보도시락과 넷프릭스 점보팝콘은 GS25가 분석한 지난해 ‘우리동네GS’ 앱 내 배달 및 픽업 매출 데이터에서 인기 상품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GS리테일 측은 “지난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재미난 상품을 찾아 즐기는 펀슈머 트렌드가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슈퍼의 디즈니 컬래버도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마트·슈퍼에 따르면 디즈니 캐릭터 패키지가 적용된 상품 매출은 출시 후 약 50여 일 동안(2023년 11월 30일∼2024년 1월 22일)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가 그려진 ‘엘사 1등급 저지방우유’와 백설공주가 선별한 ‘백설공주 상생 사과’ 상품은 여아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 빠르게 소진됐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는 앞으로도 펀슈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한 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엉뚱한 시상식으로 장식하며 고객 관심 끌기에 성공한 CU는 이 시상식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올해 연말에 제2회 내 맘대로 어워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BGF리테일 측은 “지난 한 해 CU를 이용한 고객은 약 1억7000명으로 모든 국민이 3번 이상 방문하는 CU에서 다채로운 구매 동향이 나타났다”며 “포켓CU를 애용한 고객에게 이색적인 이벤트를 펼침으로써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내 맘대로 어워드의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올 한 해의 트렌드를 미리 짚어보는 ‘트렌드 코리아 2024’ 또한 재미를 추구하는 ‘도파밍’을 올해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책은 “재미는 늘 인간의 화두였지만, 요즘만큼 재미를 좇는 일이 일상이 된 적은 없었다”고 짚으면서 제품 선택과 소비에 있어서도 재미를 주고 흥미로운 자극을 제공하는 쪽으로 더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