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5조 원 가까이 늘면서 1월 기준 역대 2번째 증가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향으로 은행권 가계대출도 전달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14일 한국은행(한은)이 발표한 ‘2024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한 달 전보다 4조9000억 원이 늘어난 855조3000억 원으로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5조1000억 원)과 비슷한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이는 1월 기준 역대 2번째 증가 규모다. 주담대에는 전세자금대출, 이주비·중도금대출 등 주택담보로 취급되지 않은 주택 관련 대출이 포함된다.
주담대 증가 영향으로 같은 기간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전달보다 3조4000억 원 증가한 1098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5조4000억 원)과 12월(3조1000억 원) 증가 폭이 축소됐다가 다시 늘어났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1월까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대출금리 하락에도 주택거래 감소 등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와 전세거래량은 각각 2만4000호와 5만2000호, 입주물량은 2만5000호로 집계됐다. 이는 11월보다 매매거래량은 3000호, 전세거래량은 2000호, 입주물량은 1만5000호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기타대출도 연초 상여금 유입 등으로 전달보다 1조5000억 원 감소했지만 분기말 부실채권 매·상각 효과가 있었던 지난해 12월(-2조 원)에 비해 감소폭이 축소됐다.
추명삼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시장금리 하락이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진 데 영향을 받았다”면서 “최근 집계된 1월 주택거래량이 전월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는데, 보통 주택거래량이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계속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밝힌 ‘2024년 1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8000억 원 불어나며 증가 폭이 소폭 확대됐다. 전달 대비 주담대 증가폭(4조1000억 원)이 줄었지만, 기타대출 감소폭(-3조3000억 원)도 줄어들며 전달보다 증가 규모가 늘어났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 폭이 확대됐지만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감소폭이 축소됐다. 특히 상호금융이 전달대비 2조5000억 원 줄어들며 제2금융권의 감소세를 이끌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소폭 확대됐으나 작년 하반기 월평균(3조8000억 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은행권 주담대는 정책모기지 일반형 공급 중단으로 정책모기지가 감소세로 전환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월 중 은행 기업대출은 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과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의 영향으로 전달 보다 6조7000억 원 늘어난 1254조4000억 원을 기록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대기업대출은 연말 일시상환됐던 대출이 재취급되면서 운전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전달보다 5조2000억 원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1조5000억 원 늘어났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는 연초 기관들의 높은 투자수요를 배경으로 기업들이 선차환 목적 등으로 발행을 늘리면서 상당폭(3조2000억 원) 순발행됐고, 기업어음(CP)·단기사채도 우량물을 중심으로 6조6000억 원이나 순발행됐다.
지난달 은행 수신 잔액은 2294조1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8조8000억 원 감소했다. 특히 수시입출식예금은 전달 일시 유입된 법인자금이 유출되고, 부가가치세 납부수요 등으로 55조2000억 원이나 급감했다. 반면 정기예금은 은행의 BIS 규제비율 관리를 위한 자금 유치 노력 등으로 법인 및 가계 자금을 중심으로 16조6000억 원이 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 수신은 MMF(Money Market Fund·단기금융펀드)의 경우 은행자금이 재예치되고 국고여유자금도 유입되면서 26조1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채권형 펀드(5조 원)와 기타 펀드(4조7000억 원)도 상당폭 유입됐으며 주식형펀드(-1000억 원)는 소폭 줄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