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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마케팅①] 그들이 ‘재드래곤’·‘재계 패셔니스타’·‘인플루언서’·‘예술 애호가’로 불리는 이유

삼성가 이재용·이부진, 신세계 정용진,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행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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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6호 김금영⁄ 2024.02.15 11:43:32

기업 수장이 가고, 먹고, 입고, 관심을 보이는 모든 것들이 대중의 주요 관심사가 된다. 이는 해당 기업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지고, 뜻밖의 수혜를 입는 곳이 발생하기도 하며, 때로는 주요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 화제가 된 재계 수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조용한 행보 속 화제성은 최고… 삼성가 이재용·이부진 남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앞줄 맨 왼쪽)이 지난해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분식을 맛보던 중 상인으로 부터 어묵 국물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기업 수장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대중에게 공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면 삼성가 남매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공개된 SNS가 없는 데다, 언론 노출이 적으며 공식 석상에서도 말을 다소 아끼는 편이라 특정 행동이나 표정, 대화, 패션 등이 포착될 때마다 유독 많은 관심을 받는다.

특히 최근 주목받은 친근한 행보가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초 한 부산 어묵집이 뜻밖의 ‘이재용 특수’를 누렸다.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했다.

당시 이들은 떡볶이와 어묵, 빈대떡 등을 나눠 먹으며 시장을 다녔는데, 특히 이재용 회장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계정에 올라온 사진, 영상에서 이 회장은 어묵집 사장에게 “뭐가 맛있냐”고 묻고, 떡볶이를 건네받자 맛있게 먹으면서 어묵 국물까지 정중히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쉿’ 하는 포즈는 부산 깡통시장에서 유행으로 번졌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특히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쉿’ 하는 포즈가 화제가 됐는데, 해당 사진은 이 회장이 동생 이부진 사장이 운영하는 신라호텔에서 몰래 도망친 듯한 장면으로 편집돼 ‘동생 몰래 신라호텔 계산 안 하고 튀기’라는 밈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포즈는 시민이 “이재용”을 외치며 환호하자 시민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도 이 회장이 “이름 부르지 말아달라”며 조심스럽게 요청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당 어묵집엔 이른 아침부터 다른 지역에서 온 고객이 줄을 서는 등 이색적인 오픈런 풍경이 벌어졌고, 삼성 직원이 연차를 내고 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도 뛰었다. 어묵집이 올해 초 공식 SNS에 공개한 매출 그래프에 따르면 이 회장 방문 뒤 5배 이상 급증하는 효과를 봤다. 이후 이 어묵집 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 방문 뒤 삼성웰스토리에서 납품 문의가 들어왔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큰 규모라 거절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스타 지드래곤과 이 회장의 이름을 합친 ‘재드래곤’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행보들로 인해 이 회장은 ‘친근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일부 네티즌은 대표적인 스타 아이콘 지드래곤과 이 회장의 이름을 합친 ‘재드래곤’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친근한 이미지는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데이터앤리서치가 뉴스·커뮤니티·카페·유튜브·블로그·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조직·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3만 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 회장에 대한 호감도 조사 결과, 회장직을 맡은 뒤 긍정률이 6.34%p 상승하는 동시에 부정률은 4.64%p 낮아지면서 호감도가 10.95%p로 두 자릿수나 높아졌다. 긍정 포스팅도 부정 포스팅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월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제주신라호텔에서 ‘맛제주(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찍힌 사진이 공유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뜻밖의 장소에서 친근한 모습이 포착됐다. 2월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 사장이 제주신라호텔에서 ‘맛제주(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찍힌 사진이 공유됐다. 사진 속 이 사장은 마이크를 들고 행사 참석자들과 단상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영상은 맛제주9호점 ‘해성도뚜리’ 김자인 대표 자녀가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이 참여한 행사는 맛제주 1호점 ‘신성할망식당’이 2014년 2월 6일 재개장한 지 10주년을 맞아 호텔신라가 마련한 자리였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맛제주 프로젝트는 호텔신라가 제주특별자치도, 지역 방송사가 추진해 관광 제주의 음식문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의 상생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에 선정되면 호텔신라 임직원이 제주도에서 별도의 조리사 없이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조리법·손님 응대 서비스 등에 대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주방 시설물도 전면 교체해 준다.

‘맛있는 제주만들기’ 25호점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사진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25호점 이윤지 동문칼국수 사장,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호텔신라

이 사장의 이색적인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덩달아 맛제주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맛제주 10주년 기념행사에 강사로 초빙된 방송인 윤영미는 이 사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2월 3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이부진 사장과 한 테이블에 앉아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이부진 사장과 (맛제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26곳의 식당 사장들이 다들 끈끈한 정을 나누고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었다”며 “이 사장에게 도움받고 배려받은 이야기가 줄줄이 나왔다. 우아하고 배려심 깊고 겸손한 이 사장의 팬이 됐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입고 들기만 하면 완판시키는 ‘패션 아이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김포공항을 통해 UAE로 출국할 때 입었던 패딩은 품절 대란을 빚었다. 사진=연합뉴스

친근한 행보뿐 아니라 이들의 패션도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뜻밖의 효과를 낳기도 했다. 이 회장은 2월 6일 김포공항을 통해 UAE로 출국했는데, 이때 입은 패딩이 이른바 ‘삼성 패딩’으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골프웨어 브랜드 ‘란스미어골프’의 지난해 신상품 ‘캐시미어 베스트 그레이’로 밝혀졌다. 란스미어골프는 2022년 삼성물산이 처음으로 선보인 럭셔리 골프웨어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공식 석상에 자주 입고 등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해당 제품은 이 회장의 착용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삼성물산의 공식몰인 SSF몰에서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 회장의 ‘완판남’ 등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장은 2022년 베트남 출장 당시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전개하는 브랜드 빈폴의 ‘남성 애쉬 코듀로이 다운 베스트’를 입었는데, 해당 제품 또한 하루 만에 완판됐다. 당시 이 회장이 입사 이후 자사 브랜드를 입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앞서 2019년 입었던 빨간색 아크테릭스 패딩은 당시에도 완판 사태를 불렀고, 시간이 흘러 2022년엔 10대 사이 ‘이재용 패딩’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어 백화점 매출 상승에도 기여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평소 공식 석상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의상을 착용하고 나타나 ‘재계 패셔니스타’로 불린다.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과 함께 이부진 사장의 패션도 꾸준히 관심사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 사장은 재벌가에 속해 있음에도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패션을 자주 선보여 ‘재계 패셔니스타’로 불리며 호감 이미지를 쌓고 있다.

올해 초 이 사장은 두을장학재단 2024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했는데, 이날 착용한 의상이 고가의 명품이 아닌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딘트’의 넨토 슬림 재킷 스커트 투피스(벨트 세트)로, 가격이 11만9700원에 불과해 ‘저렴한 올드머니룩’으로 화제가 됐다. 이 사장의 옷차림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해당 투피스 제품의 매출은 최대 300배 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이 사장이 한 행사장에서 프랑스 브랜드 빠투의 가방 ‘르 빠투 백 블랙’을 들고 나타나자 해당 제품은 품절되는 사태를 빚었다. 사진=연합뉴스

LF도 이 사장의 수혜를 입었다. 지난해 11월 이 사장이 한 행사장에서 프랑스 브랜드 빠투의 가방 ‘르 빠투 백 블랙’을 들고 나타나자 품절 사태를 빚은 것. 해당 상품을 지난해 3월부터 국내에 수입‧판매해온 LF에 따르면 이 사장의 착용 모습이 공개된 직후 르 빠투 백 블랙의 2주간 판매량은 직전 2주에 비해 약 1000% 증가했고, 로고‧유광‧미니 사이즈 등 유사 상품을 포함하면 판매량은 1600%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갤럭시Z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도 뒤늦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한 이 사장이 손에 들고 나타난 이 제품은 당시 출시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재계 대표 인플루언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업 전반에 ‘펫 프렌들리’ 행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달 15일 스타필드 수원 현장을 찾아 새해 첫 현장 경영에 나섰다. 사진=신세계

이재용·이부진 남매가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반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와는 대조적인 활발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평소 입고, 먹고, 가고, 관심을 보이는 것들을 적극 공개하며 대중과 소통해 ‘재계 대표 인플루언서’로 불린다. 실제로 그의 SNS 계정은 80만이 넘는 팔로워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재드래곤’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정 부회장은 SNS에서 ‘용진이형’이라는 애칭으로 곧잘 불린다.

최근 화제가 된 행보는 스타필드 수원 방문이다. 스타필드 수원은 수원에 생기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이자, 신세계가 기존 가족 중심의 1세대 스타필드에서 한 차원 진화한 MZ세대 중심의 ‘스타필드 2.0’을 처음으로 구현하는 공간으로 개장 전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몰리스’ 스타필드 수원점 투시도. 사진=이마트

1월 15일 정 부회장은 새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정식 개장을 앞둔 스타필드 수원을 미리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관련 사진들도 공개해 관심에 불을 붙였다. 이날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형 수원 왔다. 스타필드 수원에도 별마당도서관 있다”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별마당도서관 내부 사진을 함께 올렸다. 정 부회장은 마감 공사가 한창인 스타필드 수원 현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고객 맞이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신세계프라퍼티의 미래 성장 방향을 비롯해 올해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스타필드 수원 공간 중 반려동물 전문 매장 ‘몰리스’에 평소 펫 프렌들리 사업에 애착을 보여 온 정 부회장의 관심이 스며들어 있다는 평가다. 몰리스는 이마트가 반려용품 다양화를 위해 2010년 문을 연 가족형 반려동물 전문점으로, 정 부회장의 반려동물인 ‘몰리’의 이름을 그대로 따와 명명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상을 꾸준히 공개해 왔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SNS

동물 애호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서도 몰리, 마리, 로디, 프랭키 등 자신이 키운 반려견들의 모습을 꾸준히 공개하며 애정을 드러내 온 바 있다. 지난해 3월엔 식탁에 발을 올려놓은 프랭키의 사진과 더불어 ‘나의 후계자’라는 농담 섞인 글을 올렸는데 이를 본 네티즌은 ‘후개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그의 동물 사랑 철학이 몰리 브랜드에 고스란히 담기며 주요 사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0년 첫 오픈 때 반려동물 용품 판매 중심의 1세대 매장으로 시작한 몰리스는 이후 동물병원과 펫 미용실 등 반려동물 친화시설을 더한 2세대 매장으로 변화한 바 있다. 스타필드 수원 내엔 체험형 요소를 강화한 3세대 몰리스가 첫선을 보였다. 반려견과 반려인의 소통 및 휴식을 돕는 커뮤니티 공간 ‘몰리스 라운지’, 반려동물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셀카존’, 상품 구매 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갖췄다.

스타벅스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구리갈매DT점에 '갤럭시 스튜디오 펫'을 다음달 10일까지 운영한다. 사진=스타벅스

최근엔 삼성전자와 손잡고 스타벅스에도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스타벅스 구리갈매DT점은 기존 펫 프렌들리 매장에서 발전된 형태로, 국내 스타벅스 최초로 반려동물과 함께 동반 출입 및 취식이 가능한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 갤럭시 S24 시리즈를 반려동물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 펫’을 3월 10일까지 운영한다. 실내 펫 존에서 반려동물과 장애물을 넘거나 프로필 사진을 갤럭시 S24를 통해 촬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관심은 모객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2월 7일 신세계프라퍼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 방문객 수는 열흘 새 84만 명을 돌파했다. 1월 5일 문을 연 스타벅스 구리갈매DT점 또한 오픈 첫날 1500명이 방문했고, 첫 주말인 1월 6일과 7일에도 각각 1500명이 찾았으며, 현재도 평일 800명, 주말 1000명 이상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 애호가’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아트 경영’ 적극 추진

제8회 창신제 공연 중 사철가 100인 도창자로 나선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사진=크라운해태제과

수장의 주요 관심사가 기업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 ‘예술 애호가’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윤 회장은 평소 “국악은 한국인의 정서적 DNA에 자리 잡은 민족 고유의 음악”이라며 국악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다. 기업 경영이 어려웠던 시기, 우연히 들은 대금 소리에 빠져들어 마음을 치유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윤 회장은 이 일을 겪은 뒤 국악을 통해 얻은 치유의 힘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이어왔는데, 이런 그의 행보는 기업 전반에 ‘아트 경영’으로 이어지며 기업에 예술 이미지를 결합시켰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크라운해태제과가 오랜 세월 꾸준히 진행해온 ‘창신제’, ‘영재 국악회·한음회’ 등이 있다. 2004년 시작된 창신제는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주제로 하는 음악 공연으로, 전통국악과 현대음악을 한데 아우르는 자리다. 특히 2012년 제8회 창신제엔 윤 회장을 포함해 임원, 부장, 팀장 100인이 직접 무대에 올라 판소리 ‘사철가’를 떼창해 화제가 됐다. 당시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은 이 공연을 위해 명창 조상현 선생의 지도를 받아 7개월 동안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들은 2016년 열린 제12회 창신제 공연에서 제1호 종묘제례일무를 직접 선보였다. 사진=크라운해태제과

2015년부터 열려온 영재국악회는 어린이 국악경연 ‘모여라! 국악 영재들’의 수상단체와 ‘아트밸리 국악꿈나무 경연대회’ 수상자들이 대중 앞에 서는 무대로, 크라운해태제과가 꾸준히 후원해 왔다. 영재국악회의 파생 개념으로 2022년 신설된 영재한음회는 국악 영재들이 큰 무대에서 공연하는 경험을 통해 더 큰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다. 매주 열리는 영재국악회에서 영재를 발굴하고, 이 영재들이 두 달에 한 번씩 영재한음회 공연에 나서는 형태다. 윤 회장은 ‘국악’의 애칭으로 ‘전통 한국 음악’의 줄임말인 ‘한음’을 쓰고 있다.

국악뿐 아니라 국내 조각 문화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으며 다양한 예술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3 한강조각 프로젝트’에서 커다란 설치미술 작품을 설치하며 국내 조각 작가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2022 K조각 한일 교류전’ 개막식에 참석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사진 맨 왼쪽)과 이토 슈지 일본 가루비 대표이사(사진 맨 오른쪽)가 조각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크라운해태제과

2022년엔 일본 도쿄 긴자 세호 갤러리에서 ‘2022 K-조각 한국·일본 교류전’을 열었다. 한국 조각의 우수성을 세계시장에 알리기 위한 ‘K-조각 세계화 프로젝트’의 첫 해외 현지 전시였다.

이와 함께 윤 회장은 지난해 6월 한국 조각의 발전 과정을 조망하고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조각 전문 도서 ‘K-조각(SCULPTURE) 한국 조각을 읽는 스물한 개의 시선’을 출간했다. 윤 회장이 조각가와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조각 전문가 7인과 힘을 모아 스물한 개 글로 엮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시중 서점에 정식 발매와 동시에 한국 조각의 미래를 이끌 전국 대학교 조각 전공 학생들 2000명에게 책을 무료로 배포했다.

사내에서도 직원들의 예술 활동을 적극 격려 중이다. 직원들의 창작시 공모를 진행, 우수시를 모아 시집으로 출간하는 ‘아침을 여는 사람들’ 프로그램을 2011년부터 전개해 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 발간된 ‘바람이 세운 돌’ 도서엔 직원들이 2년 동안 집필한 4000여 작품 중 223편이 담겼다.

사내 교육 프로그램 ‘AQ모닝아카데미’에도 예술을 중요시하는 윤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AQ는 윤 회장이 지어낸 말로, 2013년에 관련된 책인 ‘AQ 예술지능(미래 기업의 성공 키워드)’을 펴내기도 했다. IQ(지능), EQ(감정지능)를 넘어 예술지능인 AQ(Artistic Quotient)가 미래 사회에서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 윤 회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AQ모닝아카데미를 진행했고, 도종환·정호승·신경림 등 유명 시인, 지휘자 금난새, 소설가 김훈, 산악대장 엄홍길 등 수많은 문화계·학계 인사들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2017년 아카데미 300회를 기념해서는 윤 회장 본인이 직접 특별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사내 교육 프로그램 ‘AQ모닝아카데미’에 강연자로 나선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사진 오른쪽). 사진=크라운해태제과

아트 경영은 제품 개발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쿠크다스’다. 무늬 없이 밋밋했던 과자 표면에 초콜릿으로 S라인 곡선을 장식처럼 그려 넣자 월매출이 150% 이상 뛰는 등 더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쿠크다스의 S라인은 과자에 예술을 접목한 대표 사례이자, 과자에 율동감과 볼륨감을 넣은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품에 예술적 요소를 넣음으로써 고객 또한 일상생활에서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AQ도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2020년 5월 출시된 감자스낵 ‘어썸’의 이름은 당시 ‘아침을 여는 사람들’에 참여했던 마케팅부 김민아 과장이 시를 쓰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직원이 예술가가 되면 과자도 예술이 된다’는 윤 회장의 행보는 현재 크라운해태제과의 중심을 잡는 굳건한 정체성이 됐다. 윤 회장은 저서 ‘AQ 예술지능(미래 기업의 성공 키워드)’에서 “크라운해태제과는 과거와 달리 감성이 사라져 가고 있는 과자 시장에서 AQ경영을 통해 ‘꿈’이라는 가치를 창출했고, 우리의 삶 속에서 과자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감성적 가치를 예술적 퍼포먼스로 승화시켰다”며 “다른 기업이 맛이나 고객 세분화, 가격 경쟁에만 주목할 때 고객의 가슴속에 내재한 예술적 욕망을 정확히 포착해냈다”고 강조했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단순 과자가 아닌 예술 감성을 불어넣은 과자를 만들어 고객에게 행복과 감동, 꿈을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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