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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마케팅④] 기아의 861% 성장 저력…정의선 회장 “상품성이 곧 최고의 마케팅”

정의선 회장의 ‘원가 경쟁력·디자인 차별화 기반 체질 개선 정책’, 기아 도약 기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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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6호 김예은⁄ 2024.02.20 11:42:12

 

1월 3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의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2024년 신년사를 통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05년 2월 23일. 이날은 당시 기아자동차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정의선 회장의 사장 취임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날 거래소시장에서 기아차 주가는 오전 11시 23분 기준 전일대비 850원(6.54%) 오른 1만385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날의 강세는 UBS증권이 내놓은 한편의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UBS증권은 이날 기아차가 ‘정의선 부사장 때문에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목표가 1만7300원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UBS증권은 당시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초점이 기아차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정 부사장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현대차그룹 후계자였던 정 부사장은 당시 기아차 스포티지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며, 동시에 그룹 상장사 중 유일하게 기아차 지분 1%를 매입했다. 기아차 주가는 직전 해 기록한 영업이익 부진으로 연초 1만 원 선에서 횡보해 왔는데, 업계에선 이를두고 기아차에 대한 오너일가의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해 2월 25일 정의선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에, 3월 11일에는 기아차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정의선 효과’를 힘입은 기아차 주가는 14일 5년8개월만의 최고치 돌파를 넘어, 29일(종가 1만4500원)까지 3개월간 33% 치솟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가 3개월 동안 제자리를 맴돌거나 오히려 하락한 것과 대비해 두드러진 행보였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지분 매입에 따라 현대차 그룹 내 위상 강화가 주가 상승에 촉매 역할을 했다는 게 당시 증시전문가들의 시각이었다. 당해 추정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7배까지 치솟은 기아차의 주가 상승을 두고 업계에서는 업종 내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3년 11월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Industry Leader of the Year)’로 선정됐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정의선 회장은 다양한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모빌리티의 새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기아 861% 약진 발판은 경영 체질 개선

정의선 회장이 사장에 취임한 2005년 2월 25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약 19년간 코스피 시장은 163% 성장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종가 7만4000원)와 현대차(종가 24만5500원)의 주가가 각각 609%, 331%씩 성장하는 이 기간에 기아차(종가 11만7600원)의 주가는 728% 성장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2005년 초 기아차의 시총은 4조9205억 수준으로, 당시 11조9222억 규모던 현대차의 절반(4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기아의 시가총액은 47조2804억 원으로 861%(약 9.6배) 성장해, 51조9301조 규모의 현대자동차를 턱밑(91%)까지 위협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기아차에 불러온 ‘정의선 효과’의 바람이 일시의 반짝 효과가 아닌 장기적 변혁의 시작이었음을 대변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이 사장 시절 기아 체질을 완전히 바꾸면서 안정적인 현대차·기아 ‘투 톱’ 체제를 완성했다”고 평가한다.


정 사장은 2005년 3월 기아차 대표이사 취임 후 처음으로 주관한 공식 행사인 ‘기아차 수출 5백만 대 달성 기념식’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력은 원가를 어떻게 절감하느냐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면서 "제조 및 설계원가 절감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디자인의 차별화를 통해 기아차만의 브랜드 가치를 느끼도록 할 것"이라며 "이 점에서 앞으로 기아차는 현대차와 구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두 가지 축을 기반으로 기아차는 장기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취임한 당해 9월 정 사장은 “연내에 기아의 미국 공장 건설을 조기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그룹 차원에서 5년 내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목표로 한 세계 최초의 친환경 자동차 연구 전담 연구소를 건립했다. 익년 7월에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에서 디자인 담당 총괄 책임자를 지낸 독일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CDO, Chief Design Officer)으로 영입해, 차별화된 기아차 고유의 정체성 구축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2007년 장기 영업적자의 의미
정 사장은 취임한 당해 3분기부터 영업적자로 전환해 2007년까지 영업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5년 정 사장 취임 당시 기아차의 수출 모델들은 현지 사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다 상품성이 떨어져 수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었다. 특히 2006년 기아차는 대폭의 영업적자(3652억 원)와 경상적자(2639억 원)를 기록하며 기아차 펀더멘탈에 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이 기간은 역으로 기아차에 내재된 부실을 상쇄하는 전환점이 됐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기아차는 과거 3년간의 밀어내기 수출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2007년 경영정책의 일대 전환을 단행했다. 특히 해외 과다 재고 및 해외 판매 자회사의 부실을 축소 및 정리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원가절감에 매진했다. 특히 정 사장은 부품 단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상품 기획 단계부터 목표 원가를 정해 설계하는 것부터 접근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2007년 연결재무제표상 영업적자와 경상적자는 579억 원과 999억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2008년은 기아자동차의 턴어라운드로 평가받는 원년이다. 2008년 1분기 기아는 영업이익은 1020억 원, 영업이익률은 2.7%를 기록했는데, 당시 시장 예상을 100% 이상 상회한 실적이었다. 이는 시장 기대를 넘어선 원가개선 성과가 영업이익 결과로 계상된 결과였다. 고정경비, 단위 원재료비 등의 절대적인 절감 효과 등이 기반이 된 원가경쟁력 개선은 실적 턴어라운드 시작점이 되었고, 이 기반 위에서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필두로 한 신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당해 기아차는 내수시장에서 모닝, 로체 이노베이션, 포르테, 쏘울 등 잇달아 출시한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작품이 내수 시장에서 “4연타석 홈런”으로 평가받는 돌풍을 일으켰다. 피터 부사장 영입 당시까지만 해도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한 현대차 역시 해외 고급 인력을 채용하여 경쟁력은 높인 전례는 없었다. 그러나 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여 디자인 차별화를 이루어냄으로써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투자자들 역시 기아차를 ‘부실한 자동차 메이커’에서 ‘제대로 된 자동차 메이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아차는 2006년과 2007년 연속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2008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현대차와의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2008년부터 내수 시장에서 기아차와 현대차와의 가격 격차가 해소되었고, 이익률 격차도 좁혀졌다. 나아가 2009년 상반기 기아차의 매출총이익률은 26.2%로 현대차보다 4.2%p나 더 높았다.


2010년 11월 기아차의 수출은 10만 대에 육박하며 현대차의 9만 대를 넘어섰다. 11월 기아차 전 세계 판매는 22.2만대로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전년동기대비 4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미 기아차의 주가도 5만500원대로 올라섰다. 원가 경쟁력 제고를 비롯한 기업 체질 개선과 상품성 개선을 통한 경쟁력은 장기적 밸류를 강화하며, 가속도가 붙은 시장 성과 지표로 입증됐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1월 친환경 저탄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와 함께 영국 테이트 미술관(Tate) 장기 후원을 통한 문화예술 증진 등에 기여해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수훈했다. 정의선 회장은 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에 이어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받게 됐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고마진 원동력 지속...기아, 전기차 시대 테슬라의 유일한 경쟁자 평가
지난해 기아는 글로벌 물량 효과와 차종/트림 믹스 개선, 고수익 지역인 북미 판매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11조6000억 원이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월 25일 실적발표일부터 2월 2일 종가(11만9500원)까지 기아의 주가는 7거래일 동안 무려 35.9% 급등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도 기아가 “자동차 한 대당 평균판매가격(ASP·Average Selling Price) 상승 지속, 높은 전기차 경쟁력,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고마진의 하이브리드 기술력 등을 기반으로 향후 호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아가 “매월 1조 원 내외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배당 재원이 튼튼하며, 금융회사와 달리 정부의 배당규제도 없어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장 모범적인 회사”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 공장인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2024년 신년회를 개최한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현대차그룹의 저력을 언급하며, 기업도 건강한 체질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회장은 “허약한 체질은 쉽게 쓰러지고, 작은 위기에도 흔들리지만 건강한 체질은 큰 난관에도 중심을 잡고 이겨낼 수 있다”면서 “회사도 건강한 체질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고통 없이는 결코 체질을 개선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회사와 임직원들이 건강한 체질과 체력을 만들었을 때, 위기를 이겨내고 지속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2006년부터 기아가 지나온 체질개선이란 고통의 시간과 이후 증명해 온 성과를 대변하는 듯했다.

기아는 “전기차 가격 경쟁 시대에, 테슬라에 맞설 유일한 업체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기아의 대당 원가는 1만9100달러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평균(3만6300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경제는 임은영 삼성증권 모빌리티팀장의 발언을 인용해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해질수록 기아의 원가 경쟁력이 돋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분기에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하고, 소형 전기차 EV3를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후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 기아 오토랜드 화성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해 혁신적인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3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2026년 기아 전기차의 수익성이 내연기관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전기차 시대의 기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강화’와 전기차 시장으로의 변화 국면 속에서 또 다른 약진 발판을 마련한 기아의 2차 도약이 또다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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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정의선  현대차  전기차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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