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7호 김예은⁄ 2024.02.23 13:23:12
올해는 주주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권고한 ‘선 배당금 확정, 후 배당 지급’ 절차가 적용되는 첫해다. 배당절차 개선에 따라 기업들이 2023년 사업연도 결산 배당에 대한 주주 권리를 확정하는 배당기준일이 지난해 말에서 올해 2월 말로 늦춰졌다.
대기업과 금융·지주사들은 앞장서서 정관 변경을 통해 개선된 배당 절차를 적용하고 나섰다. 정관을 변경한 대부분의 상장 기업들은 배당기준일을 매년 특정 날짜로 정하기보다는, 이사회 결의로 정해 공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기업별 배당기준일은 기존 12월 31일에서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다양화되는 추세다. 올해는 2월 23일을 배당기준일로 설정한 신한지주를 시작으로 상장사들의 벚꽃 배당이 본격 개시된다.
분기별로 배당을 지급하는 분기 배당 종목의 경우, 결산 배당의 배당기준일인 2월 말 이전 매수한 종목을 3월 말까지 보유할 경우 ‘올해 1분기 배당’을 연이어 지급받는다. ‘지난해 결산 배당’과 ‘1분기 배당’을 연달아 받는 ‘더블 배당’ 기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배당기준일 다음 날인 배당락일 이후 배당 기업이 별다른 주가 상승 모멘텀이 없는 경우 배당으로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 가치가 하락하며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 배당주는 정부·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기업 거버넌스(경영 구조) 개편의 중요한 모멘텀을 앞두고 있다. 고배당주 투자 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옥석 고르기가 필요한 이유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월 말부터 시작되는 배당락일을 앞두고 배당투자 전략이 부각될 수 있는 시기”라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 공개가 예정돼 있는 만큼 가치주 투자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배당 가치주를 선별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배당수익률 넘어 ROE·PBR 주목해야 하는 이유
배당주의 투자 의사 결정의 기준으로 가장 흔히 언급되는 것은 배당수익률이다. 하지만 배당수익률만 보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배당수익률 산식에 놓인 함정이 그러하다. 배당수익률은 ‘주당배당금/주가×100′으로 산출되는데, 이 배당수익률을 높일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회사의 성장으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며, 기업이 확보한 자본과 현금흐름으로 주주에게 배당금을 늘려 배당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때 분모인 ‘주가’는 기업의 성장성 등에 의해, 분자인 ‘주당배당금(Dividend Per Share, DPS)’은 기업의 성장성과 배당 성향에 의해 결정된다. 세부적으로 기업의 성장성은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지를 통해, 배당 성향은 기업 공시를 통한 주당배당금을 토대로 판단이 가능하다.
최근 중간·분기 배당을 실행하는 기업이 증가하며 결산 배당만의 주당배당금은 감소하는 추세다. 저PBR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큰 폭 상승하며 배당수익률이 연초 대비 다소 하락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간배당이 없었던 기업은행의 배당수익률 전망치(21일 종가 기준)가 가장 높고, DGB금융, JB금융, BNK금융 순으로 기말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런데 배당수익률 산식에 따르면 주가가 낮아지는 경우에도 배당수익률이 증가할 수 있다. 배당이 일정하거나 하락하더라도 주가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때 기업의 성장성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매크로 요인 등에 의해서 일시로 주가가 하락한 경우에는 가치투자 관점에서 최적의 투자안이 된다. 추후 주가 상승 모멘텀의 기회와 배당수익 양자를 함께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의 성장성이 결여된 기업을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투자하는 경우 배당수익을 깎아 먹는 주가 하락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장기 성장성이 기대되며 주가가 낮은 고배당주는 어떻게 선별할 수 있나? 이 양자의 기준점을 가르는 대표적 기준이 바로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연동돼 자주 언급되고 있는 ROE와 저PBR이다.
먼저, 기업 성장성을 평가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지표가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이다. ROE가 높다는 것은 기업이 자기자본으로 벌어오는 순이익이 높다는 의미이다.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기업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저PBR이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PBR이 그 회사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는지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Price Bookvalue Ratio)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다 갖다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청산가치가 주가로 평가되는 시가총액 대비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PBR이 1보다 낮은 저PBR주는 회사의 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되어있음을 나타낸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지만 기본 기조는 PBR 수치를 높이는 방향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PBR을 높이기 위해서 기업들은 주가를 부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ROE를 높이는 것과 더불어 가장 많이 통용되는 방법이 자기자본을 재원으로 한 주주환원 확대이다.
주주환원을 나타내는 지표에는 주주환원율이 있다. 주주환원율은 주주환원 금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환원 금액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후 소각액을 포함한다. 즉, 주주환원에는 주당배당금이 증가하는 것 이외에도 기업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발행 주식 수 감소)을 통해 주주들의 주당 가치를 높이는 환원 방식이 포함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주 지분의 가치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ROE를 기반으로 기업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 가운데 저PBR로 추후 주가 상승 여력을 보유한 종목을 선별한다. 그중 최근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이 ‘고배당 가치주’에 해당하다.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의 경우, 주주환원율이 오히려 낮아지는 요인이 되므로 3가지 요인에 고루 부합하는 기업을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 모멘텀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고배당 가치주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일본은 정부를 위시한 기업 거버넌스 개편으로 기업 투자와 주주환원이 확대되며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9%를 달성하며 1.4%의 한국을 앞섰다. 이 가운데 일본 은행주는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주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이 ROE 대비 PBR 관점에서 일본 은행주를 분석한 결과, 일본 은행주는 약 1년간 ROE 상승과 PBR 상승의 결실을 보였다. 특히 배당 성향 등 주주환원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시장을 아웃퍼폼하는 성과를 냈으며, ROE 상승 대비 PBR 상승이 더 높았다. 일본 대표 은행주인 미쓰비시 UFJ와 미쓰이 스미토모의 경우 최근 주주환원율이 각각 69%, 62%로 한국 은행주 평균의 2배가 넘는 적극적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다. 미쓰비시 UFJ와 미쓰이 스미토모는 최근 1년간 각각 54.72%와 37.99%에 육박하는 주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은행주와 국내 은행주의 가치를 ROE 대비 PBR 관점으로 비교해 봤을 때, 현재 한국 은행주 ROE는 9%를 상회하는 반면, 일본 은행주는 최근 상승했지만 6%에 소폭 못미치고 있다. 반면, 한국 은행주 업종 PBR은 최근 주가가 상승했음에도 가중평균 0.4배, 산술평균 0.35배로 낮으며, 일본 은행주가 0.69배로 약 2배 차이로 우위를 보인다. 김 연구원은 최근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은행주들의 높은 ROE 수준(9%)을 감안했을 때 국내 은행주가 여전히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없고, PBR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저PBR 이슈 감안 시 KB금융, 하나금융, 신한지주, JB금융 등 자본 비율이 우위인 은행주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자본 비율이 높은 은행주 중 기말배당수익률도 상위권인 JB금융이 단기적으로 타 은행주를 아웃퍼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JB금융은 ROE가 5년째 10%를 상회하고 있고, 2024년 ROE 전망치도 12%를 상회하며 은행주 중 독보적인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JB금융의 PBR은 0.4 수준으로 ROE 대비 여전히 낮고, 2023년 DPS 상향과 자기주식 소각, 2024년 분기 배당 도입 등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만, 연초 저PER주들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상황에서 배당락일을 기점으로 주가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자동차 업종의 주요 종목 주가는 많이 상승해 있는 상황”이라며, “배당기산일을 기점으로 차익 실현하려는 수급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락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은행주와 같은 ‘저PBR’ 종목들의 주가를 한 차례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6일 발표 예정인 밸류업프로그램 이벤트로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이 국내 금융주로 쏠릴 수 있어 수급적으로 오버슈팅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은행주 수혜 기대가 단기간 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별로 달라진 배당기준일 유념
배당기준일은 상장사가 주주명부를 폐쇄하는 날로, 이날 기준 주주 명부에 이름이 올라가 있어야 주주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해당 명부의 주주는 주식 매매 후 결제까지 완료된 주주 기준이다. 따라서 주식 매매 후 결제 완료 시까지 2거래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배당기준일 2거래일 이전까지는 주식 거래를 완료해야 한다. 28일이 배당기준일인 하나금융지주는 26일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게시된 상장사들의 배당기준일을 살펴보면 23일 신한지주를 시작으로, 28일은 하나금융지주, 29일은 현대자동차, 포스코홀딩스, 카카오를 비롯해, KB금융, 우리금융지주, BNK 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13개 사가 주주명부를 폐쇄한다. 3월에는 기아, 삼성화재, 미래에셋증권 등이, 4월 초에는 CJ, 두산 등의 배당기준일이 다가온다. 이처럼 기업별로 다양화된 배당기준일을 확인하고, 기업별 배당기준일 2거래일 전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