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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필리핀 거대 니켈 광산 개발에 뛰어든 한국 기업, ‘인공어초’ 시장까지 넘본다

강기선 동우기계산업 회장, 공압 발전 기술로 필리핀 광산 地主와 계약… 용해로 전기 사용료 1㎾당 14원으로 맞춰… 폐기물로는 인공어초 만들어 바다 오염까지 해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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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6호 김응구⁄ 2024.02.23 17:21:31

강기선 동우기계산업 회장은 공학박사이자 엔지니어다. 공압 발전 기술을 이용해 필리핀 거대 니켈 광산 개발사업에 도전했고, 필리핀 정부로부터 판매 승인을 얻어냈다. 사진=김응구 기자

한국 기업이 필리핀의 거대 니켈 광산 개발에 나선다. 더 놀라운 건 한국 기업 52%, 필리핀 48% 지분 구조여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해당 광산은 필리핀 민다나오(Mindanao)섬에 있으며, 규모만 1만2000헥타르(㏊)에 이른다. 같은 광맥 다른 지역의 광산 1200㏊에선 현재 필리핀, 일본, 중국 등 3개 업체가 농도를 높인 광물을 한 달에 500만t(톤)씩 중국에 11년째 수출 중이다.

1만2000㏊ 광산에선 니켈 광물을 녹여 높은 농도(50~60%)의 니켈을 얻는 게 주목적이다. 그러려면 용해로를 움직이는 데 사용해야 할 전기는 필수. 문제는 전기료다. 생산 원가이니 무척 중요한 요소다.

동우기계산업㈜은 공압(pneumatic) 발전 기술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공기를 압축해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 회사 강기선 회장(공학박사)의 말대로라면, 필리핀 현지에서 1킬로와트(㎾)에 들어가는 전기료가 260원인데, 본인이 개발한 기술로는 14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강기선 회장은 2022년 1월 필리핀 에너지부(DOE)로부터 판매 승인을 얻어냈다. 이 같은 소문이 번지자 현재 인도네시아, 파키스탄까지 이 발전 기술이 퍼질 조짐이다.

필리핀 방문 시 강기선 회장(왼쪽)이 국방부 재정 담당 장군(가운데), 광산 소유주와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동우기계산업

- 우선, 필리핀에서 니켈 광산 개발사업을 하게 된 얘기부터 해보죠. 대단히 규모가 큰 사업입니다. 대상 지역이 어딘가요?
“필리핀 민다나오예요. 면적이 무려 1만2000㏊입니다. 이곳에 분포돼있는 철강 함유량이 어마어마해요. 이 가운데 40~47% 정도가 양질의 광물인데, 100년가량을 채굴해도 되는 양이에요. 니켈이 함유된 광물도 꽤 많고요.”

- 그 어마어마한 양을 개발하기 위해 동우기계산업이 그 광산 지주(地主)와 계약을 맺었다는 얘긴데, 쉽게 이해 가지 않습니다. 무엇이 계약으로 이끌게 했을까요.
“제가 제의를 했죠. 저는 공학박사예요. 기계에 미쳐 평생을 살았어요. 광물 개발을 하려면 우선 가장 필요한 게 전기잖아요. 필리핀에는 전기가 부족한데, 그러면 내 공압 발전 기술에 관해 들어봐라, 제의한 거죠. 저와 필리핀을 연결해주는 사람이 그 내용을 현지에 보내줬고, 그게 사실이라면 지주와 한번 만나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 비교적 구미가 당기는 말이었어도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닌 듯해요.
“흥미 있는 제의이긴 했겠지만, 속으론 어떤 미친놈인지 한번 만나나 보자고 생각했을 거예요. 처음 얘기했을 땐 그냥 웃더라고요. 그 자리에는 그쪽에서 데려온 공학박사 여덟 명도 함께했어요. 처음 10분 동안은 말도 안 된다고 하더니, 계속 듣다가 30분 만에 오케이 하더라고요.”

- 그 짧은 시간에 계약하기로 했다고요?
“그들이 내 기술을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이 있었을 텐데요. 워낙 전문적인 분야이고 그 내용 하나하나를 따라잡긴 힘들겠지만,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니켈을 녹여서 더 높은 농도의 니켈로 만들어내요. 처음 광물로 얻었을 땐 98%가 흙이에요. 그걸 녹일 땐 아주 높은 온도로 녹이죠. 그 과정에서 섭씨 3500도의 플라스마(plasma) 용해로공법을 사용해요. 그러려면 당연히 생산전력이 필요하잖아요. 필리핀에선 1킬로와트(㎾)에 240원 정도가 들어요. 내 경우는 이것에 공압 발전 기술을 활용해요. 오로지 전기만을 사용해서 녹이죠. 그러면 1㎾에 0.01달러, 그러니까 14원 정도밖에 들지 않아요.”

철광 및 니켈 함량 샘플. 사진=동우기계산업

- 말씀은 무척 간단한데 실제 그렇지는 않겠죠. 그 얘기를 듣고 바로 반응이 오던가요?
“제가 만든 도면을 보여주면서 설명했죠. 처음엔 우리도 그 정도는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3000㎾의 소형 발전기를 이용한다, 이건 내가 개발했다, 터빈은 특허까지 냈다고 얘기해줬죠. 소형 발전기는 대형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대규모 고압 송전설비가 필요 없어요. 친환경, 무공해라는 얘기예요. 그러면 국제적 협약에 따라 환경공해 무(無)발생 조건이니까 탄소세가 절감되기도 해요. 무엇보다 터빈을 팽이처럼 세웠다는 것에 그들이 관심 갖기 시작했어요. 터빈은 원래 누워있는 형태로 돌아가죠. 근데 그걸 팽이처럼 세웠어요.”

- 제가 전문 지식이 없어서 그런데 이 터빈을 세우고 안 세우고의 차이가 꽤 큰가 봅니다.
“팽이를 생각하면 돼요. 팽이는 세워서 한 번 돌리면 건드릴 때마다 계속 돌아가잖아요. 터빈도 세워놓으면, 밑에 축이 있으니까 한 번 돌리면 바람만 조금 불어도 계속 돌아가요. 원심력에 의해서 말이죠. 달걀 세우는 것과 똑같아요. 누구나 세울 순 있죠. 근데 중요한 건 내가 먼저 세웠다 이거예요.”

- 그럼 지금까지는 어떤 곳도 터빈을 세운 예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죠. 내가 처음 세운 거고, 이것으로 특허를 냈어요. 터빈의 축도 잘 돌아가게 하려면 베어링이 필요한데, 그것도 잘 써야 10년밖에 못써요. 보통 독일제를 많이 사용하지만 꽤 비싸죠. 그래서 그게 잘 돌아가게끔 재봉틀 기름 같은 윤활제도 개발했어요. 그럼 수명이 5배는 늘어요. 적어도 50년은 쓴다는 얘기죠.”

- 말씀대로 터빈을 세웠어요. 그랬을 때 가장 큰 장점이 뭡니까.
“세웠을 때는 원심력이 붙으니까 에너지가 적게 들어요. 가장 큰 장점이죠. 물론, 문제점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것도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는 겁니다. 발전기도 다른 부품들은 모두 사 와서 조립만 하면 돼요. 난 밑에 있는 터빈, 그것만 개발해서 특허를 낸 겁니다.”

- 필리핀 에너지부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했어요.
“그게 2022년 1월 20일의 일이에요. 제 공압 발전 기술에 대해 필리핀 에너지부의 판매 승인이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 내용을 보면 ‘공압 발전기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돼 있어요. 신재생이 아니니 가능하다는 얘기예요. ‘발전회사, 대형 전기 소비자, 산업회사 등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라는 내용도 있고요. 적어도 사기는 아니니까 판매해도 된다는 뜻인 거예요.”

필리핀 니켈 광산 개발 지역(검정 박스). 사진=동우기계산업

- 아까 말씀한 3000㎾ 소형 발전기는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죠?
“한 4개월이면 만들어요. 세상에 발전기를 4개월 만에 만드는 게 어디 있겠어요.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만든다는 얘기예요. 큰 발전소는 1년 5개월에서 3년은 걸리는데 말이죠.”

- 계약 전까지 그 광산은 쭉 내버려 두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그들에게도 호재인 거네요?
“니켈을 얻으려면 전기로(용해로)로 녹여야 하는데 전기료가 너무 들어가잖아요. 그러니 그냥 야적 상태로 내버려 둔 거죠. 하지만 내가 가서 얘기한 이후 방법이 생겼잖아요. 그러니까 같이 해보자 쪽으로 방향이 바뀐 거예요. 그래서 조인트 벤처(JV)까지 계약했어요. 우리 쪽이 52%, 그쪽이 48%의 지분을 갖기로 한 거예요.”

- 꽤 파격적인 계약이에요.
“거기에 더해 한 가지 더 그들이 신난 이유가 있어요. 바로 ‘인공어초’ 때문이에요.”

- 인공어초라면 흔히 ‘바다 목장’이라고 부르는 그것 말이죠?
“그렇죠. 그 인공어초 얘기가 왜 나왔냐면, 그것도 니켈 광산과 연결된 거예요. 아까 니켈, 흙을 녹인다고 했잖아요. 그럼 찌꺼기가 남아요. 슬러지(sludge)라고 하죠. 이렇게 되면 그 쓰레기들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걸로 인공어초를 만들자는 얘기인 거죠. 니켈만 뽑아내고 나서 그 찌꺼기들로 말이죠. 근데 찌꺼기, 쓰레기라고는 해도 오리지널 용암인 거예요. 3500도로 녹여버리니까 나쁜 물질은 하나도 없어요. 공해 물질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이걸로 인공어초를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한 거죠.”

- 그럼 필리핀은 예상대로, 계획대로 진행할 듯 보이네요.
“필리핀은 스타트를 할 거고요, 어차피 계약이 다 끝난 거니까요. 그러고 나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에서도 손짓이 오는 거죠.”

- 소문 듣고 연락이 온 건가요?
“내가 갔죠. 가서 한번 또 만났죠. 대사관 통해서요. 인도네시아에선 지금 소형 발전기 10대 정도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상태예요. 3000㎾는 아니고 그보다 작아요. 하나당 3메가와트(㎽)짜리예요. 파키스탄도 공압 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MOA(합의각서)를 맺었고요. 필리핀이든 인도네시아든 파키스탄이든, 모두 내 기술이 애매하고 말이 안 될 것 같으면 이렇듯 움직이겠나요. 절대 그렇지 않죠.”

필리핀 니켈 광산 개발사업 1만2000㏊ 지분 52% 확보 계약서. 사진=동우기계산업

- 이쯤에서 정리가 좀 필요해요. 동우기계산업의 기술만 놓고 봤을 때, 소형 공압 발전기를 만들 수 있고, 그 발전기의 핵심 기술은 터빈이고, 그 터빈은 기존과 달리 세운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그렇죠.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공압 발전이라는 건 말 그대로 공기를 압축해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에요. 이건 내가 만든 게 아니고, 이미 있는 기본 발전 방법이에요. 이쪽과 관련해서 머리가 좀 있는 사람이면 내 기술을 다 생각할 거 아녜요. 근데 지금까지는 이걸 실용화하지 못했어요. 수력 발전, 풍력 발전, 이런 거는 많이 사용하잖아요. 공압 발전이 그간 잘 먹히지 않았던 건 여러 이유 중에서도 생산 원가가 가장 컸어요. 그 문제를 내가 해결했다는 얘기고요.”

-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겼어요. 왜 이렇듯 좋은 일을 해외에서만 하죠? 국내에선 불가능한가요?
“왜 안 했겠어요. 이 기술을 어디든 활용할 곳을 찾아보자, 해서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전남 여수 쪽을 알게 됐어요. 거기에 화학비료 공장이 있거든요. 이곳에는 숙원이 있어요.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 같은 거요. 화학비료를 생산하면 폐기물이 나오잖아요. 그 폐기물의 양이 어마어마한데, 몇 킬로미터에 걸쳐서 옛날 난지도처럼 그냥 쭉 쌓아놨어요. 거적 같은 것만 덮어놓은 채로. 그게 1년에 얼마씩 더 나온다고요.”

- 그래도 그걸 그냥 내버려 두진 않을 것 아닙니까.
“그 공장이 운영을 계속하는 한 찌꺼기(폐기물)는 남게 되는 거죠. 이쪽도 할 일은 다 해요. 법에 따라 은행에 환경 처리 분담금을 예치해요. 그러니까 일종의 벌금 같은 거예요. 그 예치금은 단돈 1원도 쓸 수 없어요.”

- 가벼운 문제는 아니군요.
“비료 공장이나 화학비료 공장은 대개 해안가에 있어요.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해요. 왜냐면 원자재 수급도 그렇고, 수출권도 그렇고 여러 이유가 있죠. 폐기물 처리도 그렇고요. 만약에 그걸 바다에 버리면 바닷속이 하얘져요. 국민 건강에도 안 좋지만, 해양 생물들이 힘들어요. 바다를 살려야 하잖아요. 공장 입장에서도 그 폐기물은 30년 넘게 계속 쌓이는 쓰레기들이에요.”

- 요즘 같은 친환경 시대에 그걸 보는 눈도 많을 텐데요.
“환경단체 같은 곳에서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이렇게 저렇게 할 순 없죠. 그래서 그냥 쌓아놓기만 하는 거예요.”

- 그걸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얘기죠?
“될 수만 있다면 지자체에선 부지를 내주고, 이걸 해결할 수 있는 허가만 내주면 우린 할 수 있는 거예요. 큰돈 들이지 않아도 돼요. 더러운 찌꺼기가 아니라 깨끗한 찌꺼기가 남도록 해요. 이건 그냥 매립해도 문제가 없어요. 공해 물질이 아니니까. 근데 그럴 것도 없이 그냥 시멘트 성분이나 마찬가지니까 물고기집, 인공어초로 만들면 돼요. 지금도 일본에서 계속 사 오잖아요. 그것도 엄청 비싸게.”

- 수입산은 무엇으로 만들죠?
“시멘트로 만들어요. 그건 공해예요. 우리는 순수한 용암으로 만들고요.”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해외에서의 비즈니스도 좋지만 우선은 국내에서 해결할 일들을 먼저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여수의 화학비료 업체와 정식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면 좋겠는데, 필요하다면 함께 필리핀을 가보는 것도 좋고요. 현지를, 현장을 직접 가보고, 필리핀 니켈 광산 개발 관계자들과 미팅도 해보고 말이죠. 내 쪽에선 얼마든지 관련 정보를 다 공유할 수 있어요. 빨리 그렇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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