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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7만전자’ 삼성에 놓인 위기와 기회

HBM 및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에 따른 국내 반도체 산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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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7호 김예은⁄ 2024.03.11 15:48:52

광대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지구상에서뿐만 아니라 컴퓨터 내부에서도 지정학이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조선일보 기고 등을 통한 그의 표현에 따르면 컴퓨터 속 세상에는 인간이 수행할 연산을 대신 수행하는 계산자(프로세서)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연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칠판에 계산식을 적고 지우듯, 칠판이라는 메모리를 활용한다. 과거 ‘폰 노이만 구조(Von Neumann Architecture)’로 불리는 컴퓨터 구조에서는 계산자인 반도체 프로세서와 칠판의 반도체 메모리가 물리적, 공간적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음에도 이들의 상호작용과 연산이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 가능했다.


반면, 멀티모달(Multi-modal)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는 컴퓨터 안에서 이러한 연산이 더욱 빠르고 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더 많은 연산자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 연산작용을 보조할 수 있을 만큼 칠판의 개수를 대폭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무한대에 가까운 데이터 기반 학습 과정에서 컴퓨터 계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계산자와 칠판이 물리적으로 분리된 환경에서는 데이터 교환 속도가 한계를 갖는 데이터 병목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초고층 주상 복합 건물처럼 층층이 쌓고,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엘리베이터처럼 엄청난 숫자의 초고속 데이터 연결선으로 이어 서로 데이터를 교환하는 차세대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구조가 등장했다. 이것이 현재 시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메모리 중심 컴퓨팅 구조(Memory Centric Computing Architecture)’를 갖는 HBM의 등장이다.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스마트폰(아이폰)을 뛰어넘는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AI 혁명이 개화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데이터 교환이 원활하면서도 수많은 연산작용을 가능케 할 더 높은 초고층 주상 복합 구조의 메모리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HBM3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승기를 잡게 되며, 삼성전자는 AI시장 전환에서 다구간의 위기와 기회의 국면에 놓여 있다. AI 시장 내에서의 삼성전자의 경쟁 구도를 3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메모리 반도체 경쟁 vs SK하이닉스

2. 온디바이스 AI(스마트폰) 시장 개척 vs 애플

3.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 vs TSMC


각 요소별로 삼성전자에 놓인 위기와 기회 요인을 듣기 위해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났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김예은 기자

1. 메모리 반도체 경쟁 vs SK하이닉스
-지난해 챗GPT가 불러온 AI 시장 진입으로 반도체 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하고 이에 따른 소비자의 반응이 확인되면서 AI가 반도체에 영향을 미칠 긍정적인 장밋빛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지난해 5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서 나타난 엄청난 규모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통해 확인됐죠.


AI의 등장은 반도체 시장에서 폰 노이만 구조에 의해 설계되어 왔던 반도체와 다른 차원의 국면 전환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기존 폰 노이만 구조 하에서는 비메모리와 메모리반도체 제품이 각각의 성능을 강화하고, 이를 서로 연결하면 상호가 소통하면서 시스템이 동작한다는 원리였습니다. 이에 따라 CPU(PC용), AP(스마트폰), GPU(그래픽카드용) 등의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와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서로 구분돼 발전해 왔죠.


그런데 챗GPT를 필두로 한 AI는 연산과 메모리 사이에서 정보의 교환, 즉 상호작용이 더 빠르고 많이 일어나게 되니 기존보다 빠른 연산이 가능한 가속의 비메모리 반도체 칩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AI 가속칩 시장에서 A100이라는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며 진화하는 상황이죠.


또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연산을 가속화시키는 과정에서 이 역할을 보조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에도 초고용량을 요구했던 겁니다. 여기서 나타난 주요한 변화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연산과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이 비약적으로 개선이 되더라도 양자 간의 소통이 과거와 동일하게 일어난다면 그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각 반도체의 성능 개선이 의미가 없게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인터페이스를 강화하기 위한 ‘어드밴스드 패키징’ 즉 후공정에 대한 기술 흐름이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TSMC의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라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과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라는 메모리반도체가 융합돼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강화시켜구는 구조가 확립되며 AI의 학습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게 된 것이죠.


현재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AI 학습을 통해 새로운 대형멀티모달모델(LMM)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다 보니 수많은 반도체를 구매하게 됐고, 이 거대한 혁명을 향한 수익성 확대 구간에서 특화된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들이 그 수혜를 선택적으로 받기 시작했습니다."


- HBM3 기술을 SK하이닉스가 먼저 개발해서 현재 더 수혜를 빨리 입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작년 HBM이 신규 3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하이닉스가 제일 잘 준비를 해놨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HBM에서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앞서 나갔었던 이유는 칩을 만들어서 8단, 12단으로 쌓는 과정에서의 본딩 기술이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라는 방식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나타나는 유의미한 변화는 HBM이라는 제품에 대해 커스텀(custom) HBM이라는 표현이 붙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 표현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더 이상 커머더티(commodity)가 아니라는 뜻을 함의하죠.


스페셜티 시장은 각 고객들의 최적화된 서비스를 기존에 잘 해왔었던 이력과 경험 때문에 쉽게 바뀌어지지 않는 특성을 갖는 만큼, 메모리도 HBM이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가는 국면에서 스페셜티화가 되고 커스텀화가 되면서 먼저 선택받은 업체가 각 전방 고객들한테 선택을 장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AI 시대를 이끌 차세대 D램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이외에도 LLW(Low Latency Wide I/O), PIM(Processing-In-Memory), CXL(Compute Express Link),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LPCAMM(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 등이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각각의 차이점과 AI 시장 국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큰 그림에서 모두 동일하다고 봅니다. AI 구동을 위해선 반도체의 연산이 빨라져야 되고, 메모리의 용량도 늘어나야 됩니다. 성능이 높아지는 비메모리와 용량이 증가하는 메모리 사이에서 지연을 막기 위한 인터페이스 강화도 필요하죠. 이들은 이 과정에서 등장한 차세대 D램 기술입니다.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인터넷 혁명에서 최전방 세트의 흐름을 순서로 나열해 보면 서버, PC, 스마트폰 순서로 전개돼왔죠. 이와 마찬가지로 AI 시장 역시 서버에서 먼저 그 흐름이 출발했고, 이러한 생성형 AI 시장을 AI 혁명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이를 PC, 스마트폰 등으로 잇는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이 온디바이스 AI 시장입니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를 통해서 AI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나에게 연동돼 있는 특화된 제품에 AI를 넣겠다는 개념이죠. 이러한 온디바이스 AI는 개인화, 보안, 그리고 저지연(Low latency, 클라우드를 통하는 것보다 지연이 없다는 점) 등 세 가지 차별점을 갖습니다. 디바이스에 붙는 AI의 개념인 만큼 PC와 스마트폰에 특화된 이야기가 될 것이고, 이후엔 자동차와 로보틱스가 붙겠죠.


이처럼 AI 시장을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 AI 시장과 온디바이스 AI 시장으로 구분해 볼 때, 양자의 차이는 주요 고객과 구동 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먼저 생성형 AI를 향한 반도체 시장의 고객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반도체 구매를 설비투자(캐팩스, CAPAX)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후 감가상각비처럼 비용을 기간별로 분할하는 입장입니다. 또한 플랫폼사들은 현재 LMM 시장의 선두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급하다 보니 설비 투자에 과감히 뛰어들고 있고, 이 과정에서 초고가의 AI 반도체 제품인 엔비디아의 GPU(시스템 반도체 A100)와 하이닉스의 HBM이 두드러진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죠.


반면, 온디바이스 AI 시장에는 이 비용이 변동비로 분류되므로 비용 통제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즉, 기업이 반도체를 구매하는 순간 바로 팔아야 될 제품의 가격과 연동되고 비용 비중에 따라서 기업의 이익이 결정되는 구조이므로 초고가의 제품을 쓰기 어려운 것이죠.

 

이 밖에도 모바일 기기 등은 전력에 대한 통제 요구가 클라우드에 비해 더 강한 특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온디바이스 AI에서는 클라우드와 같은 GPU나 HBM처럼 용량이 높은 초고용량의 메모리 반도체를 쓰는 것에 제약이 있어 생성형 AI와 동일한 AI반도체를 적용할 수 없죠. 따라서 LLW, PIM, CXL 등의 저전력 메모리반도체 기술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생성형 AI을 위한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가 HBM이지만, 현재 개화 단계에 놓인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는 어떤 모델이 HBM과 같이 주도권을 확보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는 전방 고객이 선택할 이슈이죠.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 가운데 제일 큰 업체가 가는 방향으로 표준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이번 비전프로 해서 넣은 D램 제품이 LLW이고, 애플에서는 이를 선호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생성형 AI 시장에서도 커스텀 HBM 하에서 고객이 자신에게 최적화된 HBM을 요구한다면 HBM에 더해서 CXL을 붙이든 PIM을 붙이든 등등의 기술 흐름은 새롭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현재 어떤 국면에 놓여 있는지?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마켓 셰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양사 점유율 간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HBM3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가와 초고용량의 제품에 있어 하이닉스가 선두에 서며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D램 영업이익률이 역전된 상태로 나오고 있는 것이고요. 3위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현재 HBM3에 진입을 못 한 걸로 파악이 되고 있죠.


하이닉스가 잘 해 오고 있는 HBM은 어드밴스드 패키징에서의 본딩, 즉 접합쪽에서의 기술력에서의 우위라고 한다면 HBM 이외의 LLW, PIM, CXL 등의 기술은 이와는 무관한 제품입니다. 후자는 HBM과 같은 어드밴스드 패키징, 즉 후 공정에 대한 기술보다는 설계에 대한 개선으로 해석할 수 있죠. 또한 이에 대한 수요 역시 이제 생성이 되며 들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단계이므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구분 없이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도연 센터장은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는 구간이 나오면 LLW, PIM, CXL 등의 온디바이스 AI 메모리 반도체 기술도 HBM과 같은 주도적 구조가 나타나며 시장 선점경쟁이 진행될 것이라 말했다. 사진=김예은 기자

2.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척 vs 애플
- 현재까지 삼성이나 애플 등이 가져온 시장 규모를 생각할 때 온디바이스 AI 시장도 차후 성장할 기대감이 있는 것인지?

"챗GPT를 위시한 생성형 AI 시장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반응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었고, 이에 따른 부가가치가 커질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달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본격적인 개화기로 진입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까지 시장 반응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죠. 생성형 AI 시장에서 우리가 작년 5월 발표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보기 전이었던 작년 초, 즉 시장에서 막연하게 앞으로 생성형 AI 시장이 좋을 것이라 기대했던 국면과 유사하죠.


과거 새로운 시장 개척 과정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아이폰과, 생성형 AI 시장의 챗GPT 등이 불러일으킨 파급력이 그러했듯,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전환점이 필요한 국면입니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생산자는 반도체 구매에 따른 본 코스트 부담이 즉각적으로 가중되는 입장에서 소비자단에서 그 가격 인상분을 흡수하면서 충분한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밸류체인 상에서 반도체 시장도 막혀 있게 되는 것이죠. 그 수요를 창출해 내는 구간이 나오면 이 시장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온디바이스 AI를 향한 대형 업체들이 함께 움직여주길 바라는 것이고요.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비롯해 PC에서는 인텔과 레노버, 자동차와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테슬라 등의 새로운 시도가 시작될 것이고, 그에 따른 소비자 반응을 지켜보고 나서 시장 규모나 성장 속도에 대해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주도적으로 열고 있는 건, 이들이 온디바이스 AI를 위한 시스템 반도체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건지?
"현재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세트(스마트폰)단에서 삼성전자가 마케팅을 먼저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먼저 시스템 반도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갤럭시S24에서 기존의 시스템 반도체 엑시노스가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으신 적 있나요? 즉, 갤럭시S24는 앞으로 온디바이스 AI로 넘어가는 초입 국면에서 기능적인 변화를 통해 신시장 개척을 시도한 첫 제품이라고 평가하는 게 명확한 설명일 것 같습니다. 진정한 온디바이스 AI의 제품은 시스템 반도체를 위시해 기존 제품이 변화된 스펙 하에서 퍼포먼스 개선이 있는지를 앞으로의 신제품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죠.


엔비디아가 생성형 AI 시장에 적합한 반도체 설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듯, 온디바이스 AI 시장 공략을 위해서 시스템 반도체 설계 능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삼성전자 역시 엑시노스 설계에 있어 변화된 요소가 필요하고, 삼성전자가 이 기술력을 선점한다면 변화되는 흐름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출발점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 혁명적인 위치를 가져가려면 앞으로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력이 중요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시장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주가 폭등했던 ARM, 퀄컴, 인텔 등이 모두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시스템 반도체 칩 설계를 하겠다는 기업들이죠."


3.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 vs TSMC
- 최근 삼성이 파운드리에서 TSMC를 제치고 일본의 PFN에서 2나노미터(mn) AI 반도체를 수주했는데 이것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턴키로 작용할 수 있는지?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앞으로 기회를 창출할 포지션에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있다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결론입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장이 변화되는 구간에서 비메모리도 할 수 있고, 메모리도 할 수 있고, 설계도 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까지 해주면 고객들이 제일 좋아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가 빠지면 다 쥘 수 없고, 이를 다 잘하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죠.


일단 2나노 AI 반도체 수주는 출발점이니까요. 현재 국면은 아직 3나노도 수주만 받고 양산은 올해부터 해야 되는 것이고, 2나노는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가게 되면 이는 긍정적인 출발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토대를 기반으로 TSM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엔비디아나 AMD, 애플, 테슬라, 구글과 같은 대형 고객을 확보하는 수준의 이야기가 앞으로 나와야겠죠."


-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시도해왔음에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삼성전자의 전공정 기술력은 경쟁사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추격해온 상황입니다. 현재 엔비디아가 TSMC의 4나노 공정을 쓰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4나노미터 공정 수율을 TSMC 수준으로 높인 상황이죠. 이 밖에도 애플은 팬 아웃 기술력의 차이로 인해 TSMC 공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팬아웃 기술 역시 이번에 삼성전자가 내부에서 해냈습니다. 즉,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나 AMD와 같은 대형 고객을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 공정의 기술격차는 아니라는 거죠.


물론 전 공정 기술력도 중요하겠지만 이 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원이나 역량들이 있는 것이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입니다. TSMC는 현재 엔비디아나 AMD 등의 비메모리 반도체(칩) 생산 과정에서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의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와 경쟁하기 위해서 큐브라는 어드패키징을 활용해서 제안하는 상황인데, 이 어드밴스드 패키징 단계에서 아직은 기술격차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비메모리 시장은 스페셜티 시장의 특성을 갖기 때문에 고객과 제조업체 간의 신뢰관계가 이미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기존 거래처를 잘 안 바꾸려는 특성도 있는 편이죠. 즉, 팔로워 입장에서 커머디티 시장이었던 메모리 반도체는 원가를 개선시켜서 그 시장에 진입하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닌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스페셜티 시장은 기존에 거래하고 있는 고객과의 관계를 끊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다 보니 그 침투 과정이 메모리보다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죠.


우리는 과거 메모리에 대한 역사적인 구간들을 너무 긍정적으로 봐왔기 때문에 메모리처럼 비메모리도 금방 될 수 있을 거라는 앞선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죠. 다만,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좁혀진 전 공정 기술력에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력까지 확보한다면, 특정 구간에서는 이것이 전환될 구간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그 과정에 놓인 국면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의 주가가 박스권에서 여전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결국은 속도 문제입니다. 사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가는 30% 넘게 올랐어요. 실적은 개선되고 있는데 실적이 개선되는 속도 측면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고, 현재 국면에서 실적의 기울기를 만들고 있는 게 HBM이다 보니까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죠.


즉, 단기적으로 보이는 시야에서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다소 부각되지 않기 때문에 주가 역시 이런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새로운 포지션에 대해선 삼성전자 역시 기회가 있는 상황이죠. 먼저 세트(스마트폰)에서의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시장에서 최전방 고객이 되어 신규 파이를 창출하며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 포지션이 있고, 그 세트 안에서의 부품 단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온디바이스 AI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선점 기회도 있기 때문에 잠재가치로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계속 지켜보면서 기회를 찾아야 되는 주식임은 분명합니다."

최도연 센터장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이 자체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 전망하며, 이에따라 이들과 삼성전자, 하이닉스, 그리고 TSMC와 맺는 동맹 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김예은 기자

- 시장에서는 최근 샘 올트만의 움직임을 두고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오는데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지분 49% 보유)는 엔비디아의 의존도를 낮추고 직접 반도체 칩을 설계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동맹이 아니라 경쟁 관계가 될 것이라 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엔비디아를 통해서 제작된 칩을 자신의 플랫폼을 위해 끼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플랫폼을 위해 특화된 최적의 반도체 설계를 만들고, 이를 TSMC나 삼성전자 또는 하이닉스에게 직접 발주를 줄 것이라고 봅니다. 이는 거대 양사간의 경쟁 관계로의 새로운 시작이고 굉장히 파급력 있는 출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샘 알트만의 입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도체 설계 기술력에 대한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내가 반도체 칩을 설계할 수 있다’라는 걸 시장에 선언한 것 같고요. 엔비디아는 혼자 독점한 이 시장을 나눠주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둘 간의 경쟁 관계에서의 흐름도 앞으로 지켜볼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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