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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박물관, ‘하지 마라→할 수 있다’ 행복의 공간으로”

국립박물관 ‘1000만 관람객 시대’ 도래…‘삶과 함께하는 박물관’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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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8호 김금영⁄ 2024.03.13 14:22:11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사진=김금영 기자

“박물관 방문 시 고상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든가, 엄숙하게 공부해야 하는 곳이라든가 하는 중압감을 내려놓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편하게 찾고 쉴 수 있는, 그야말로 삶 속의 박물관이 국립중앙박물관이 가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의 바람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3개 소속박물관의 전체 관람객 수가 1047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2019년의 998만 명을 넘은 역대 최대 기록으로, 지난해 국민 5명 중 1명이 국립박물관을 방문해 문화생활을 즐긴 셈이다.

올해도 국립중앙박물관은 더 많은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삶과 함께하는 박물관’이 되겠다는 중장기 전략 목표 아래 고구려 콘텐츠 확대, 디지털 활용 전시 등 볼거리를 다양하게 구성했고, 소외지역의 문화 향유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며, ‘이건희 컬렉션’ 등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우리 문화 콘텐츠 전파에 나선다.

전문성 강화에도 나선다. 그간 일반 관람객 위주로 구성돼 있던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을 박물관 학예인력에도 확대, 체계화된 교육에 나선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장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윤성용 관장에게 들어봤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박물관은 어려운 곳이 아니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립박물관 관람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관람객들 모습.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지난해 대표적인 성과로 ‘국립박물관 1000만 관람객 시대 도래’가 있었습니다. 1000만 관객 돌파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2017년 당시 국립박물관 연 관람객이 약 700만~800만 정도일 때 꿈처럼 1000만 관람객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현실이 돼 감개무량합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당시 억눌렸던 문화 수요가 표출된 영향으로 봅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제외한 소속박물관 관람객 수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629만 명으로, 이전 최고 수치였던 2019년의 662만 명에 거의 근접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또한 2020년 들어서 각 소속박물관마다 진행한 브랜드 사업이 지난해 효과적으로 전개됐다고 봅니다. 각 박물관이 위치한 지역, 방문객의 특성 등 여러 요인을 모두 고려해 천편일률적인 박물관 경영에서 벗어나 각 소속박물관마다의 특성을 살리는 전시 기획에 집중했습니다. 결국 관람객의 높아진 문화 수요와 이에 발맞춘 다양한 기획전의 합이 잘 맞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MZ세대가 주축이 돼 마련했던 체험행사 '국중박 갓생살기' 포스터.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1000만 관람객 돌파에 MZ세대의 영향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취임 후 첫 간담회 때 “연간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지만, 상대적으로 젊은층(MZ세대)의 방문은 아직 부족하다”고 꼬집으며 “MZ세대가 찾아오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했나요?

“지난해 박물관 전시 예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30세대가 55%에 이를 정도로, 과거와 비교해 MZ세대의 박물관 방문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국중박 갓생살기’ 체험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꼰대세대의 굳은 머리가 아닌, MZ세대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반영된 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고, 최우수상에 선정된 팀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 체험행사를 꾸렸습니다.

MZ세대는 문화 예술을 단지 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적극 체험하며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해 전시, 행사 기획 시 포토존 등도 신경 써서 구성하고 있습니다. 과거 박물관에선 무조건 사진 촬영 금지였는데, 일부 전시품 앞에서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죠. 또 현재 휴게 공간이 부족한데 이 또한 보완할 계획입니다.

박물관 굿즈 개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굿즈를 사러 상점에 오픈런한 젊은 친구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금동대향로 미니어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 등이 인기를 끌며 일부 상품은 품절 사태도 빚었습니다. 전통문화를 젊은 층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굿즈들로, 이른바 ‘뮷즈(뮤지엄+굿즈)’라 불리며 박물관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굿즈 이미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아트페어, 미술관, 갤러리 등엔 오픈런이 이어질 정도로 MZ세대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아이도 MZ세대인데요. 박물관보다는 미술관 가는 걸 더 편하게 여기길래 이유를 물으니 박물관은 뭔가 가서 공부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우리 세대 때도 박물관은 ‘뛰지 마라’, ‘유물에 가까이 가지 마라’, ‘떠들지 마라’ 등 유독 하지 말라는 것들이 많았어요. 학교 단체 학습으로 의무적으로 끌려가서 나눠 받은 프린트물에 숙제하듯 유물에 대해 작성해야 할 때도 많았고요. 그래서 억압을 느낀 기억이 강했던 것 같아요.

저는 박물관을 떠올릴 때 억압, 강압이 아닌 자유로움, 즐거움, 행복 등 긍정 에너지를 느끼길 바랍니다. 그래서 ‘하지 마라’에서 ‘할 수 있다’로 인식을 바꾸고 있어요. 공부할 필요 없이 와서 놀면 됩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모르는 대로 봐도 , 아니면 물어봐도, 스스로 배워도 좋아요. 박물관에 대한 딱딱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기획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시도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히트 전시 '합스부르크'전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 1000만 관람객 돌파에 공헌한 대표 전시로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히트 전시 ‘합스부르크’전,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도 빠지지 않습니다. 성공한 두 전시를 통해 요즘 관람객이 선호하는 전시의 키워드를 읽자면?

“공용, 이집트, 인상주의 이 세 가지 키워드로 대표되는 전시는 실패하지 않습니다. 명화, 명작, 명품 등 시간의 흐름에 상관없이 늘 인기 있는 존재가 있듯 해당 키워드 전시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수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할 때 많은 문화행사가 취소되고, 해외여행도 갈 수 없어 이런 전시들을 보기 힘들었는데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시기 다시 외출이 가능해지고, 마침 이때 익히 알려진 세계의 유명한 그림들이 국내에 전시된다고 하니 더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전시된 클로드 로랭의 '성(聖) 우르술라의 출항'(1641년작) 이미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다만 이 히트 전시들이 우리나라 고유 콘텐츠가 아닌 해외 명화들이 주가 된 전시라는 점에서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민의 다양한 문화 수요 욕구를 충족시키는 전시를 선보일 의무가 있습니다. 해외 유명 전시에 대한 수요도 높은데, 이때 전시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우리나라 정서와 실정에 맞게 내부 기획자들이 큐레이팅을 새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텔링도 생기고, 전시에 따라 주요 전시품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도 고심하며 국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전시로 재구성됩니다. 꼭 해외 유명 전시뿐 아니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에도 접근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스투파의 숲’(4월 14일까지) 전시의 경우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으로 남인도 불교 미술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결코 우리 고유의 콘텐츠를 도외시하지 않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년에 기획전 4개를 선보이는데, 이 중 2개는 박물관 학예인력이 우리나라 문화자산에 대해 진행한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기획한 전시로 구성됩니다. 상설전시를 통해서도 우리나라 고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를 비롯해 시대별 공간과 도자, 서화, 불교미술 등을 폭넓게 다루는데 이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전체 관람객 중 73%가 상설전시를 방문했는데, 점점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은 결코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전시를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 현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지난해 해외 명화 전시의 히트 속 이에 밀리지 않은 ‘이건희 컬렉션’ 전시의 흥행도 화제였습니다. 흥행 요인은?

“지난해 청주, 광주, 대구 국립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이뤄졌는데 약 74만 명이 관람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올해는 제주, 춘천에서도 컬렉션 순회전이 열립니다.

대중에게 삼성 이건희 회장은 자신들과의 삶과는 동떨어진, 범접할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인물과도 같이 느껴졌을 텐데요. 그런 인물이 어떤 것들에 애정을 갖고 모았을지 궁금증을 일으킨 효과라고 봅니다. 또 호기심에 가보니 생각보다 전시 퀄리티도 좋아 입소문도 탔고요. 여기엔 전시 구성이 한몫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의 양은 상당히 방대한데 이를 주먹구구식으로 나열하지 않고,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이라는 콘셉트 아래 스토리텔링을 갖춰 호평받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사진=김금영 기자

-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뿐 아니라 올해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시카고박물관, 영국박물관 등에서 전시 예정인데, 국내 전시와의 차별점 및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는?

“해외에서는 현대미술 작품들에 주로 많은 관심을 보여 이를 위주로 전시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협업으로 약 150점 내외 규모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당 전시들이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봅니다. 삼성은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을 정도의 대기업으로, 그 브랜드 파워가 박물관보다 확실히 큽니다. 하물며 그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수장의 기증품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 이건희 컬렉션과 더불어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전시 키워드에 고구려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데 전시 기획 과정은?

“지난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로 고구려가 꼽혔습니다. 우리 고대사에서 고구려를, 고구려 역사에선 광개토대왕을 빼놓을 수 없죠.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아들 장수왕이 세운 광개토대왕릉비는 고구려 역사를 대표하는 주요 유물 중 하나인데, 중국 지린성 지안에 위치해 그간 국내 관람객이 직접 보기 어려웠습니다.

 

마침 운 좋게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을 박물관이 구입할 기회가 생겼고,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8m 높이에 이르는 원석탁본을 전시할만한 공간을 갖췄습니다. 19세기 말 잘 보이지 않는 글자들을 뚜렷하게 만들기 위해 비면에 석회를 바르기 전 뜬 원석탁본은 존재 자체가 매우 귀합니다. 이를 관람객에게 선보일 수 있어 기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과 이를 디지털로 복원한 LED미디어 타워를 전시 중이다. 사진=김금영 기자

- 이 원석탁본을 디지털로 복원한 LED미디어 타워도 함께 설치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시가 색다르다는 반응과, 박물관에서 다소 어색한 풍경이라는 반응이 공존하는데요.

“물론 박물관엔 진품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주로 전시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진품을 전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신기술을 활용해 이에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진품과의 조화로운 배치로 시너지 효과를 낼 때도 있고요. 한 예로 ‘스투파의 숲’ 전시에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 조각이 설치됐는데, 바닥 부분에 계속 쏟아져 내리는 동전 영상과 소리를 함께 구성해 관람객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방문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신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개관한 ‘오감’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공감각 학습 전시공간인데, 일반적인 전시환경에서 관람이 어려운 시각장애인이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게 오디오가이드 애플리케이션, 원격 통합 컨트롤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했습니다. 현재 이 공간엔 장애인뿐 아니라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오감을 동원한 체험 전시를 원하는 일반 관람객의 방문도 많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9월엔 상설전시실 3층 조각공예관에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체험형 전시공간을 조성할 계획인데, 이 공간에서도 여러 기술을 활용해 전시를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려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스투파의 숲' 전시에 설치된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 조각. 사진=김금영 기자

- 고구려 콘텐츠 강화는 2022년 중국 국가박물관의 한·중·일 공동기획전시에서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뺀 한국사 연표를 게시해 논란이 됐던 바와도 무관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당시 재발을 막고, 고구려 전시 콘텐츠를 적극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이 약속이 본격 실행된 느낌입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중국 측과 해당 전시를 열기 전 우리 박물관과 연표 작성에 대해서도 논의를 거치고, 최종적으로 정보를 공유,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연표를 조작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연표’라고 적어 놨더군요. 중국 측에 바로 사과 및 정정을 요구했고, 비슷한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시협약서에 ‘전시 내용이 사전 협의 사항과 다를 경우 전시를 철수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국외 전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현지의 상황을 꾸준히 확인하기 위해 현지의 한국 문화기관과도 적극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이 부분은 올해 박물관 근무자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계획과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보다 전문성을 높여 이를 전시 기획으로도 연결시키겠다는 의도가 느껴지는데요. 오랜 시간 문화 예술 현장에서 일하며, 국립박물관에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나요?

“옛날엔 박물관 규모가 이렇게 크지 않아 선배들에게 곧잘 배우곤 했습니다. 저 또한 선배들에게 기본적으로 어떻게 소장품을 전시하고 다뤄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후 박물관 규모가 커지면서 정작 이 부분이 소홀해졌습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만 해도 학예연구사, 유물 관리팀, 전시팀 등 인력이 200여 명에 달하는데요. 이에 따라 체계적인 분업화가 이뤄지며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췄지만, 그 이면엔 자신이 속한 부서 이외의 일에 대해선 취약해지는 경우가 생긴 거죠.

올해 목표로 박물관 소장품 관리 방법 및 각 유물의 특성, 전시 기획 과정과 전시품 구성 방법 등 박물관을 운영하는 데 현실적인 교육들을 단계별로 나눠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래 진행해온 일반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계속 이어갑니다. 전시 연계, 실물중심, 국가 교육과정과 연계한 핵심 프로그램 위주로 개편해 박물관 학습 콘텐츠 질을 제고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6월 10일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박물관문화향연 국립기관 협력 공연 행사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초청돼 연주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또 어떤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고, 공연-전시 콘텐츠의 조화도 계획 중인 것이 있나요?

 

“국립박물관은 전시와 함께 공연 등 복합 문화콘텐츠가 살아 숨쉬는 공간입니다. 지난 2014년부터 개최해 온 박물관문화예술 축제 박물관문화향연을 올해에도 4월부터 11월까지 박물관 열린마당과 으뜸홀에서 열 예정입니다. 전체 16회 정도이니 격주에 한번은 토요일 오후에 방문하면 국악, 클래식 등 공연을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는 박물관문화향연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국립 기관과의 협력 공연을 비롯해 장애인 연주자 초청 공연 등 수준 높고, 의미 있는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시와 공연 콘텐츠의 조화를 위한 자리로는 양방언 피아니스트의 ‘사유의 방’ 주제 공연이 8월에 계획돼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지역순회 전시 때 공연을 함께 열어 지역문화 활성화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10여 곳의 소속박물관과 그 지역 인근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 국립청주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관장, 국립중앙박물관장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관장까지,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박물관 요직을 두루 경험했는데 이 경험들이 현재 박물관을 이끌어가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됐나요?

“선배들의 가르침이 도움이 됐습니다. 절대로 사리사욕을 챙기지 말고 항상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열어두라 했어요. 그래서 각종 불필요한 회의와 결재판을 없앴어요. 결재판을 들면 그 목적만 생각해서 자유로운 생각의 틀이 막히고, 마음도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회의가 아닌 이야기를 하자고 그래요. 회의실에서도 상석엔 직원을 앉히고 저는 중간에 섞여서 앉아요(웃음). 선배들이 그랬듯 저도 후배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박물관이 어려운 곳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삶과 함께하는 박물관’, ‘미래를 선도하는 박물관’, ‘세계로 나아가는 박물관’이라는 중장기 전략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최종 목표라 생각됩니다.

“정말 바라는 바가 함축됐습니다. 박물관은 과거, 현재, 미래의 삶이 만나는 곳이에요. 과거의 유물을 현재 전시하고, 현재 다루는 소장품은 또 미래에 전시되겠죠. 이렇게 보면 박물관은 결코 어려운 곳이 아닙니다.

예컨대 반가사유상을 보면 ‘왜 반가사유상 손가락을 저런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왜 저런 포즈를 취하게 만들었을까?’ 등 1500년 전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각을 추측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어요. 현재 남겨진 토기, 도자기, 농기구 등의 유물을 통해서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 등 먼 과거에 현재의 우리처럼 평범하게 먹고 사는 고민을 했던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죠. 즉, 과거부터 현재까지 삶은 치열하게 이어져 왔고, 결국엔 박물관에 전시된 이야기들이 결코 나와 동떨어진 게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삶의 현장 이야기라는 걸 깨닫습니다. 이를 통해 공감의 힐링도 얻을 수 있고요.

저는 박물관이 보다 편해지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점을 발견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려가고 싶어 하듯 박물관에서 좋은 기억을 가득 품고 계속 찾는 곳이 되길 바라요. 박물관이 행복을 주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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