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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올해 화랑미술제서 눈에 띈 두 가지 키워드 ‘신진작가·시장 정상화’

총 5만 8000여 명 방문…오픈런 과열 양상은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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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0호 김금영⁄ 2024.04.18 16:34:38

'2024 화랑미술제' 입구. 사진=김금영 기자

봄과 함께 돌아온 ‘2024 화랑미술제’가 4월 3일 수요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4월 7일 일요일 오후 6시, 막을 내렸다. 국내 갤러리 156곳이 참가한 올해 화랑미술제엔 행사 기간 내내 미술애호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특히 캐릭터성이 강한 작품들과 젊은 작가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화랑미술제는 올해로 42회를 맞이한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다. 매년 상반기에 열려 국내 미술시장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꼽힌다. 이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듯 4월 3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된 VIP 오프닝 데이에는 행사 시작 전부터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2024 화랑미술제' 개막식 현장. 사진=한국화랑협회

현장에는 유수 미술 컬렉터들의 모습이 포착됐고, 개막식에는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 실장,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 H.E.Ekaterini LOUPAS 주한 그리스 대사관 대사, 김정희 사단법인 한국조각사협회 회장, 김형대 원로작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페어의 시작을 함께 축하했다. 행사 기간 중에는 매년 화랑미술제를 찾는 배우 강기영을 비롯해 한혜진, 이영하, 소녀시대 유리와 수영, 산다라박, 조우종 아나운서, 방송인 붐 등 많은 미술애호가 및 VIP들이 전시를 찾았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VIP 프리뷰에는 전년 대비 약 5% 증가한 4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로부터 이틀이 지난 4월 5일, 현장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방문객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올해 화랑미술제에는 총 5만 80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한국화랑협회 측은 “화랑미술제의 오랜 전통과 상반기 첫 대형 아트페어로서 문화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묻지마 투자’ 구매 사라지고 미술시장 본연 관심 높아져

'2024 화랑미술제' 현장. 키아프·프리즈와 비교해서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사진=김금영 기자

코로나19 사태 당시 높아진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2022년 한국 미술시장이 역대 최초로 1조 원 매출 기록을 달성하는 등 열기를 띠었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미술시장에 대한 깊은 관심은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난 3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 해 세계 미술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아트바젤 홍콩의 부진한 소식과 서울옥션의 낙찰 총액이 16개월 만에 100억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맞물리면서 한국화랑협회와 참여 화랑들은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행사를 준비했다. 한국화랑협회 측은 “개막 후, 오픈런과 같은 과열 양상은 사라졌지만, 관람객이 작가와 작품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평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2024 화랑미술제'에 마련된 선화랑 부스. 사진=김금영 기자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미술시장이 과열됐을 때 소위 ‘묻지마 투자’ 방식으로 화랑미술제를 찾은 MZ세대 컬렉터가 많았다. 이들은 작품에 대한 관심보다는 투자 목적성이 높았다. 그래서 어떤 작품에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 작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는 이런 투자 목적보다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오랜 애정과 관심으로 아트페어를 찾은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4050세대 컬렉터의 방문이 많았다”며 “몇 년 전 미술시장에 쏟아졌던 열기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미술시장 본연에 대한 관심은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작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은 여전했다. 표갤러리의 김창열, 두루아트 스페이스의 유선태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탄탄한 판매고를 올렸다. 선화랑의 이영지·이만나, 학고재의 이우성, 오션갤러리의 제니박, 인사갤러리의 루카스 랜킨도 주목받았다. 갤러리진선의 박지은, 히든엠갤러리의 맹은희·지미 밀란, 갤러리 플래닛의 임하리·허보리, 갤러리 41의 이내 등도 연이어 판매를 기록했다. 개인전을 선보인 부스들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오병욱 작가의 작품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판매됐고, 가나아트에서는 히로시 스기토의 작품이 인기리에 판매됐다.

 

캐릭터성 지닌 유망한 신진작가 참여 눈에 띄어

'2024 화랑미술제' 현장에서는 귀여운 캐릭터성을 강조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특히 젊은 에너지를 강조한 페어의 새로운 정체성에 걸맞게 유망한 신진작가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는 평가다. 이는 현장 분위기에서도 느껴졌다. 유명 캐릭터를 패러디한 듯한, 캐릭터성이 강조되는 작품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전시장 곳곳에서도 신진작가 작품에 작품이 팔렸음을 알려주는 레드닷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갤러리 BHAK의 순재, 갤러리가이아의 심봉민, 갤러리조은의 성연화, 갤러리우의 한충석, 리서울갤러리의 김자혜, 맥화랑의 이두원, 본화랑의 김종규,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박노완, 인사갤러리의 루시 드로잉, 키다리 갤러리의 최형길 등 1980~90년대생 젊은 작가들이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2024 화랑미술제'에 마련된 '줌인' 특별전 부스를 관람하고 있는 방문객. 사진=김금영 기자

갤러리 나우의 고상우·김준식, 갤러리조선의 우민정, 갤러리위의 고스·허필석, 갤러리일호의 고차분,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의 비비조, 이목화랑 고지영의 작품은 솔드아웃됐다. 2448 아트스페이스의 미셸 들라크루아·파비엔느 들라크루아, 갤러리JJ의 전원근, 갤러리 팔조의 정병현, 갤러리스클로의 이상민, 피카소갤러리의 유진구, 히든엠갤러리의 허수경 등 중진작가들도 순조롭게 판매됐다.

국제갤러리는 개막 첫날부터 문성식, 장-미셸 오토니엘, 칸디다 회퍼 등 국내외 작가를 대거 판매해 나갔고, 학고재도 개막 초반에 김은정의 작품을 연이어 판매했다. 우정우 학고재 디렉터는 “상반기 화랑미술제엔 재기발랄함을 보여줄 수 있는 젊은 작가, 하반기 키아프·프리즈엔 묵직한 무게감을 지닌 중견·원로 작가의 작품을 구성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예화랑에서 선보인 팝아티스트 아트놈의 대형 풍선 설치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곳곳에 마련된 솔로 부스도 이목을 끌었다. 갤러리마크는 스페인 출신의 젊은 작가 하비에르 마틴의 실험적인 부스를 선보였고, 우손갤러리는 신진작가 허찬미의 작품을 다수 판매했다. 특히 예화랑에서 선보인 팝아티스트 아트놈의 대형 풍선 설치 작품과 바다를 형상화한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오병욱 회화전은 관람객의 인기 포토스팟이 됐다.

신진작가 특별전 ‘줌인(ZOOM-IN)’에도 관람객이 몰렸다. 5회째를 맞이한 화랑미술제의 줌인은 젊은 인재들이 대중 앞에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곽아람, 김보경, 김한나, 송지현, 심예지, 이성재, 이호준, 장수익, 최명원, 최혜연 총 10명의 작가가 공모를 통해 전문가의 손에 직접 선발돼 저마다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선보였다.

'2024 화랑미술제'에 설치된 표갤러리 부스. 사진=김금영 기자

다채로운 파트너십·부대행사 눈길

우국원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사진=김금영 기자 

다채로운 파트너십은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포르쉐코리아는 2년 연속 프로그램 파트너로 참여해 포토존을 운영하며 많은 관람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문화예술 전문 온라인 플랫폼 널위한문화예술은 미디어 파트너로서 각 작가별 오디오 가이드를 제작해 보다 상세한 해설을 제공했다.

4월 7일에는 2024 줌인 어워드 및 포르쉐 특별상의 시상식이 진행됐다. 줌인 전시 기간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최종 3인의 작가를 선정하는 투표에는 약 5000명이 참여했고, 여기에 전문가 심사 점수를 더해 최종 수상자로 이성재 작가(대상), 곽아람 작가(최우수상), 최명원 작가(우수상)가 선정됐다. 포르쉐 특별상 수상자로는 온·오프라인 관람객 투표를 반영한 포르쉐 내부 심사를 통해 최명원 작가가 선정됐다. 곽아람, 심예지, 이호준, 장수익, 최명원, 최혜연의 작품이 연이어 판매됐고, 미술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초보 컬렉터에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줌인 작가들의 작품은 인생 첫 컬렉션의 기회가 됐다.

'2024 화랑미술제' 현장에 마련된 토크 라운지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이 밖에 다양한 부대행사도 방문객의 관심을 끌었다. 미술시장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한 토크 프로그램인 ‘아트&아티스트 토크’는 일반관람 기간인 4월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됐다. 토크 라운지는 매 세션마다 만석으로 채워져 프로그램에 대한 관람객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원 제한으로 착석하지 못한 인원을 위해 인스타그램 라이브 스트리밍도 제공해 보다 손쉽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대담이 끝난 후 특별전 부스를 재방문하는 관람객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

‘아트 토크’ 강연도 사흘에 걸쳐 매일 진행됐다. 4월 4일 오후 5시에는 ‘2024 컬렉팅 가이드’를 주제로 정윤아 크리스티 홍콩 부사장이 국내외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며 컬렉팅 가이드를 제시했다. 4월 5일 오후 5시에는 이유경 변호사가 ‘컬렉터를 위한 미술법 이슈’를 주제로 미술세법, 진흥법, 문화재 보호법 등 미술과 관련된 법률 이슈들을 다뤘고, 4월 6일 오후 3시에는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가 ‘아트에서 찾는 비즈니스 인사이트: 아티스트의 경제적 창조력’을 주제로 패션과 아트, 두 산업 간의 컬래버레이션 사례와 브랜드 컬렉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션들은 모두 미술품 판매의 생생한 현장에서 예술품 구매에 대한 실질적인 전문 지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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