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0호 임재희 기자(CNB뉴스 부산)⁄ 2024.04.09 17:13:28
현재 우리나라 산업 안전 분야의 최대 이슈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산업현장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압축적인 산업화와 고속 성장의 한국에서 산업현장에서의 안전 문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생산량 증가로 인한 작업 환경의 압박과 안전 규제의 미흡함이 안전사고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과 제조업이 산업을 주도하는 부산의 경우, 안전에 대한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 산업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안전보건공단 부산광역본부 공흥두 본부장을 만나 '안전한 부산'을 위한 청사진을 들어봤다.
-안전보건공단 부산광역본부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안전보건공단은 산업현장의 수준 향상과 사업주의 재해예방 활동 촉진을 위해 1987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법’에 의해 설립된 고용노동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이다.
울산에 소재한 본부를 기준으로 전국 30개의 일선기관에서 전 사업장 및 근로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기술·재정지원·교육 및 정부 위탁사업 등을 수행하며 산업재해예방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우리 부산광역본부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을 총괄하는 거점 기관으로서 130여 명의 재해예방 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는 초격차 산재예방 전문기관이다.
‘사고 없는 일터, 행복도시 부산’지역 안전 슬로건 아래 개인과 조직의 역량 집중 및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확립해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따라 2026년 산업안전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취임한 지 1년 9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이룬 성과가 있다면?
“지난 2022년 제12대 부산광역본부장으로 취임하며 우리의 장점과 지역의 특화된 재해예방 대책을 고민했다. 초격차 산재예방 전문가 육성을 통해 안전보건전문기관의 위상을 높이고자 ‘UP TO 80! DOWN TO 110!’이라는 기관 슬로건 아래 부·울·경 산업재해예방의 총사령관으로 앞장섰다.
관내 사망사고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다발 사망 요인인 끼임·떨어짐 사고예방을 위해 패트롤 불시 점검 및 노후 위험 기계,기구 교체 지원 등 사망사고 예방 맞춤형 사업을 집중 추진한 결과, 2022년에 부산광역본부 설립 이래 최저 사고사망자 수(41명)를 달성했다.
2022년 유해·위험기계 사망사고는 21년(23명) 대비 7명이 감소했고, 융자지원 사업장(223개소)에서의 사망사고 ZERO를 기록하며 제조업에서의 큰 폭의 감소치를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산업보건 협의체를 통한 산업보건 분야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질식 사망 사고 또한 ZERO를 달성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업무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무엇보다 1월 27일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사회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현장의 혼란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가용한 인력과 수단을 동원해 ‘산업안전대진단’을 추진 중이다.
산업안전 대진단이란 중소 규모 사업장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을 자가진단하고, 정부의 맞춤형 지원사업과 연계해 안전수준을 개선하고 재해를 예방하고자 중점 추진 중인 사업이다. 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모바일로 QR코드를 스캔해 10개 항목의 자가진단표를 작성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수준을 확인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부지원 사업까지 연계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대진단 상담·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며 각 사업장별 맞춤형 지원을 신속하게 안내하고 있으니, 사업장에서는 이 점 참고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현재 부산광역본부는 대진단 사업을 통해 총 3300여 개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부 지원 중에 있다. 신청 사업별로는 안전보건교육 1800건,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 및 위험성평가 컨설팅 2000여 건 등으로 신청이 접수되고 있다.”
-올해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각 사업장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힘써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
“지난 1월 27일부터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 안전보건 관리 및 의무 이행에 있어 상대적으로 다소 부족한 50인 미만 사업장의 환경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누구도 법적 예외가 될 수 없기에 현장에서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리 기업들에서는 자신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쉽고 간편한 위험성 평가, △손에 잡히는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안전에 대한 재투자, △안전의식․문화 확산으로 이어지도록 역점을 두고 지속 추진해야 한다.
특히 안전보건관리체계 확산은 중대재해 감축과 더불어 안전하고 건강한 좋은 일자리 확산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고용노동부와 공단에서도 전사적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세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사업장에서는 우리 공단이 안전을 최대한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대진단 사업에 더욱 관심을 갖고 적극 활용해 주길 바란다.
정부와 현장에서 한마음으로 원팀이 돼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해 힘을 결집한다면 산업안전 선진국으로의 도약도 멀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문제점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짧은 시간에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산업현장에선 하루에 평균 2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추락, 충돌, 끼임, 질식과 같은 후진국현의 발생형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된 이유로는 우리 산업계의 중심인 건설·제조업 근로자 비중이 33%로 여전히 높고, 원·하청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위험의 외주화, 안전취약계층인 고령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높은 비율 등으로 인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들의 반복 및 고착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터에서는 여전히 생산과 효율이 안전과 건강보다 우선되는 관행이 자리잡은 탓에 근로자들은 안전모 등 안전장비의 착용과 안전교육 이행 등은 일하는 것을 귀찮게 하는 성가신 일로 여기고 있다. 건설의 공기 단축을 위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는 빨리빨리 문화 탓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안전불감증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 하겠다.
중대재해와 같은 불행이 우리 일터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멈추어야 할 때다. 기업주와 근로자 의식 밑바탕에 이러한 안전불감증과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인해 중대재해가 지속 발생하는 것이다.”
-본부장으로서 안전에 대한 소신은 무엇인가
“산업재해 예방은 노와 사, 그리고 정부, 전문가, 시민 등이 다 함께 관심을 두고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 산업재해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안전수칙 및 매뉴얼을 무시하는 관행, 안전과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기업문화 등이 지속된다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산업안전은 출발점인 입구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 감독이나 보상보다 예방을 강화하고 투자하는 선진적인 산업안전 정책과 기업 CEO의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재 발생 후 수습과 보상에 드는 비용 중 일부를 예방에 선제적으로 투자한다면 저 비용 고효율의 안전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 거다. 이것이 국가나 기업에서도 합리적인 정책이자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 외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80%는 인적오류로 인해 발생한다고 한다. 근로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 활동에 적극 협력하고, 각자의 안전의식을 함양하며 안전보건 수칙을 지키는 사회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경영자는 안전이 곧 기업 이윤이라는 생각으로 사업장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장 내 책임과 의무를 다해 안전 문화 토대를 다져야 할 것이다.
안전보건공단 부산광역본부는 오늘도 모든 사업장의 무재해를 기원하며 일선 현장에서 안전한 부·울·경 조성에 모든 힘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