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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③] 부영이 쏘아올린 출산장려금 1억 원, 정부는 비과세로 화답

국내 건설사의 출산대책, 파격적인 장려금부터 감성 건드리는 가족 친화경영까지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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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0호 김응구⁄ 2024.04.17 16:19:43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70명에게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했다. 사진=부영그룹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국내 건설회사 브랜드평판 리스트 중 한 기업이 유독 눈에 띈다. 부영그룹이다.

연구소는 2월 20일부터 한 달간 건설회사 서른 곳의 빅데이터 2240만6664개를 분석해 순위를 산출했다. 부영은 이 중 4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16위를 마크했다. 불과 3개월 새 12계단을 껑충 뛰어올랐다. 이 평가에서 부영은 참여지수 6만7392, 미디어지수 24만2126, 소통지수 23만8725, 커뮤니티지수 28만946, 사회공헌지수 69만5935를 받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침체한 건설 시장 영향으로 다른 건설사들의 브랜드평판 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 부영은 지난 2월 발표한 출산장려정책이 큰 이슈가 되면서 2월 들어 5위까지 올랐다”며 “다른 회사들도 부영과 비슷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선도사례로 부영을 계속 언급하다 보니 3월에도 높은 브랜드평판 지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1억 원’ 엄청난 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2월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저출산 문제를 거론하며 “대한민국은 현재의 저출산 문제가 지속한다면 20년 후 경제생산 인구수 감소, 국가안전 보장을 위한 국방인력 부족 등으로 국가 존립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배경에는 자녀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 그리고 일과 가정생활 양립의 어려움이 큰 이유로 작용하는 만큼,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70명에게 직접적인 경제지원이 이뤄지도록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 가정에는,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임차인의 조세 부담이 없고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국민주택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중근 회장은 “국가의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기업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3일 아이를 출산한 이 회사 손정현 주임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 때문에) 출산 전후로 걱정이 많았는데 회사의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앞으로 둘째도 계획할 수 있게 됐다”며 “회사가 큰 버팀목이 돼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출산직원에게 1억 원을 지급한 사례는 부영이 처음이다. 그만큼 파급력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영의 발표 이후 쌍방울그룹도 올해 1월 1일 이후 출산한 5년 이상 근속직원을 대상으로 첫째는 3000만 원, 둘째는 3000만 원, 셋째는 4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셋째까지 출산장려금 혜택을 받는다면 모두 1억 원이다. 농기계 전문 기업 TYM 역시 3월부터 임직원 자녀 출산장려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첫째 출산 시 1000만 원, 둘째는 3000만 원, 셋째 이상은 1억 원이다.

부영은 출산장려금 외에도 사내 복지로 △자녀 대학 학자금 지급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자녀 수당 지급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출산장려금 기부면세 제도’ 방안도 제시했다. 크게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기부 한도와 조건이다. 2021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에게 1인당 1억 원 이내로 기부하도록 한다. 그다음으로 수령자는 출생 당사자와 부모 또는 대리인으로 한다. 또 수령 금액은 면세대상으로 다른 수입금액과 합산해 과세(課稅)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기부자는 개인과 법인으로 한다. 개인 기부금액은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대상으로, 법인 기부금액은 법인 소득공제를 대상으로 한다.

기부면세 제도의 좋은 취지를 살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은 면세공제 제도로 자기 수입이 보장되고, 기업은 출산직원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법인세를 공제받으면 최고 1억 원이어도 기꺼이 기부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중근 회장은 전망했다.

 

정부, ‘출산지원금 세제지원 개편안’ 발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월 5일 열린 시무식에서 “국가의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기업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부영이 출산직원에게 1억 원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세제 이슈가 떠올랐다. 부영은 높은 근로소득세율을 피하기 위해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이 아닌 임직원 자녀에게 ‘증여’ 형태로 지급했다.

기획재정부는 3월 5일 ‘출산지원금 세제지원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비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저출산 위기가 심각한 만큼 파격적 지원에 나선 기업을 정부가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현재 6세 이하 자녀의 출산·양육지원금을 월 20만 원(연 240만 원) 한도로 비과세하고 있는데, 출산지원금에 대해선 그 한도를 없앨 방침이다. 기재부는 이날 이 같은 방향으로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직원에게 ‘출산 후 2년 내 지급(최대 두 차례)하는 출산지원금’이 비과세 대상이다. 이미 지급한 기업에도 올해 1월 1일 자로 소급 적용된다. 기업으로서도 근로소득에 대해선 손비 처리가 가능하다.

가령 연봉 5000만 원의 근로자가 1억 원의 출산지원금을 받는다면 근로소득세는 약 2500만 원이 추가된 총 2750만 원에 이르지만, 1억 원 전액이 비과세됨에 따라 250만 원만 내면 된다는 뜻이다.

근로자가 아닌 그 자녀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근로자가 받아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최소 10%)가 부과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5일 열린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 기업도 근로자도 추가적인 세 부담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부영은 이날 정부 발표 후 따로 입장문을 내 “기업이 지원한 출산장려금을 전액 비과세로 결정한 것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대통령부터 국민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출산장려에 적극 동참해 인구 감소문제를 해결하자”고 화답했다.

 

롯데건설, 가족친화경영으로 ‘가족’ 의미 되새겨

3월 초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임직원 자녀 중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 이를 받은 아이들은 감사의 편지로 화답했다. 사진=롯데건설

국내 건설사의 출산대책은 여러 가지다. 대개 대동소이하다. 시각을 조금 바꿔 ‘가족’에 초점을 맞춘 출산대책도 알아본다. 직접적이라기보다 간접적인 대책이지만, 가족 친화경영은 혼자를 둘로, 둘을 셋 또는 네다섯으로 만드는 힘이 된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3월을 시작하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임직원 자녀에게 축하 선물과 편지를 전달했다. 지난해까지는 책가방 세트와 영화관람권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방식을 조금 바꿨다. 축하 편지와 함께 받는 이가 직접 선물을 고를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준비했다.

축하 편지에는 박현철 부회장의 진심이 가득 담겨있다. 본인을 “엄마, 아빠와 함께 일하고 있는 아저씨”라고 소개하며 친근한 이미지의 캐리커처와 함께 “학교 가는 매일매일 즐거움이 가득하면 좋겠고, 회사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엄마, 아빠처럼 학교에서 밝고 씩씩하게 지내라”라고 응원했다.

이에 직원 자녀도 밝게 화답했다. 송유리 수석의 딸인 유다연 양은 “선물 주셔서 책가방 샀어요. 너무 예뻐요. 저도 커서 롯데건설 책임이 되어 100층짜리 아파트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롯데건설은 유다연 양 같은 답장을 모아 후기(後記) 이벤트도 펼쳤다. 모두 11명을 선정한 후 가족끼리 추억을 쌓도록 호텔 숙박권을 전달하고, 또 함께 식사하며 육아의 고충과 회사 복지에 관해 얘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롯데건설의 출산·육아 복지제도도 다른 회사 못지않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와 유연근무제를 실행 중이고, 특히 여성 육아휴직을 연장할 땐 최대 2년까지 가능하다. 이렇듯 직원 누구든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더불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직장어린이집 운영, 가족 돌봄 휴직제, 자녀입학 돌봄 휴직제 등의 가족 친화 복지제도도 운영 중이다. 이에 지난 2015년 여성가족부 주관의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데 이어 2023년 재인증을 받기도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다양한 복지제도 시행으로 마음 편히 근무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이제는 그 대상을 임직원 가족으로까지 넓혀서 고객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초석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부터 가족여행 프로그램 진행

롯데건설의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올 초 평창 알펜시아 스키학교에서 스키 강습을 받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19~20일 이틀에 걸쳐 임직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가족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는 1박 2일간 임직원·가족들이 함께 여행하는 롯데건설의 대표적인 가족 친화 프로그램이다. 회사가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2011년 처음 시작했으며, 임직원 자녀의 방학을 고려해 2014년부터는 매년 1~2월과 7~8월 각각 1~2회씩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29회째.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잠정 중단했지만,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7월부터 재개됐다. 올 초 여행 프로그램도 5년 만의 겨울 여행이었다. 그런 만큼 임직원 150여 명이 신청할 정도로 큰 호응을 보였다.

선정된 임직원은 총 17명. 이들과 가족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스키장에서 스키 체험과 겨울 레저를 즐겼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가족끼리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서울스카이 입장권도 선물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직원은 “그동안 가족과 여행을 자주 가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색다른 경험을 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 매우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기회가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임직원의 행복과 사기진작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그들의 가족 역시 회사를 이해하고 더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지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통해 일과 가정이 양립하도록 그와 관련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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