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0호 한원석⁄ 2024.04.24 08:12:25
미국 물가와 고용 지표가 고공행진을 이어 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존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4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5%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2월 상승 폭(3.2%)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는 1월과 2월에 이어 3개월 연속 예상치를 웃도는 지표가 나온 것이다. 또한 4월 5일 공개된 3월 실업률은 전월비 0.1%p 감소한 3.8%였고, 비농업 일자리는 30만3000개나 늘면서 반년 새 최고치를 썼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경제의 호황을 예상했다. IMF가 지난 4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신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2.7%로 상향했다.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6%p,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1.2%p 높은 수치다.
이러자 미국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7월 이후로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의 통화정책을 길게 유지할 수 있다”고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투표권을 가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5일 “최악의 일은 긴급하지 않을 때 긴급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성급한 금리 인하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일부 연준 인사들은 매파(금리 인상 찬성)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18일(현지시간) 올해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폭스뉴스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공개한 에세이를 통해 연준이 연말에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다음 물가상승률이 2%로 내려올 때까지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60%라고 내다봤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는 달리 국내 금리 인하는 요원한 상황이다. 국내 물가가 요동치고 있는 데다,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2%나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도 4월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개월 (전망) 시점으로 말씀드리면 금통위원 모두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 2600선을 회복한 뒤, 1월 중 2400선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2700을 넘기도 하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전임 김지산 센터장이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영전한 뒤 후임 센터장을 맡았다. 이 센터장은 대신증권과 메리츠증권, 현대차 등을 거친 철강금속·유틸리티 전문 애널리스트이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공인회계사(USCPA)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그를 만나 올해 국내외 경제와 증시 전망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 늦었지만 센터장 취임을 축하한다. 당초 미국 연준이 올해 2분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오히려 1분기 GDP 증가율이 올라간 데다, 3월 소비자물가가 6개월 만에 최고치인 3.5%나 오르며 올해 금리 인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글로벌 및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둔화되지만 경기는 연착륙될 것으로 전망한다. 고금리 여파로 일부 업종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나 이미 제조 생산활동이 선제적인 조정을 보였던 만큼 소비가 둔화되더라도 과거와 같이 급격하게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보통신(IT) 및 정부 주도의 투자사이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성장 모멘텀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연준 금리 인하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준 입장에서는 3월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았던 만큼 물가의 둔화추세가 유효한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률 둔화 등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의 둔화 흐름이 유효함에 따라 올해 연준 금리 인하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미국의 경기 연착륙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동일하다.”
- 올해 미국 증시를 포함해 주목하는 해외 증시가 있다면?
“중국 증시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나 그 외 산업 생산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3월부터 확인할 수 있었고, 4월부터는 수요 역시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저렴해진 중국 증시이기에 경기 회복세가 점차 확인되는 과정에서 증시 역시 회복 탄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 미국 증시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상승세가 예상되는) 업종과 그 이유는? 구체적인 종목을 예로 들 수 있으면 들어달라.
“상승세가 예상되는 업종은 IT 산업과 원자재 업종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멘텀이 연내 지속될 여지가 높으며, 관련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MS 등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긍정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원자재 업종 중 구리와 원자력 산업 역시 주목해야 한다. AI 개화에 따른 데이터 센터 확대 등에 의한 전력 사용량이 높아져 구리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라는 글로벌 아젠다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는 원자력에 대한 수요 역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금리 역전으로 인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올해 내내 동결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증시는 급격히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한미 금리차 확대(혹은 기준금리 역전)는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 한국 증시 하락 등을 유발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의 패턴을 살펴보면 한국 증시에 유의미한 방향성 전환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한국 증시 방향성은 사실상 기업 이익 추세와 직결돼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한국의 이익 모멘텀은 미국, 유럽 등 여타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코스피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256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연말 262조 원에서 3월초 249조 원까지 하향 조정된 이후 재차 반등세로 전환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 및 한국 수출에 선행하는 미국의 3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신규주문지수(=PMI)는 2월 49.2에서 3월 51.4로 상승했고, 중국의 3월 제조업 신규주문지수도 53.0으로 2월(49.0)보다 오르는 등 모두 호조세를 보였다는 점 역시 향후 이익 전망 개선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이는 한은, 연준 등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불확실성 및 그에 따른 금리 민감도가 높아지는 주식시장에 완충장치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한다.
정리하면 단기적으로는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겠지만, ▲코스피의 이익 모멘텀이 양호하다는 점 ▲하반기 이후 한은,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전환 전망이 유효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은 타당하다. 따라서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나타나는 기간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 예상하는 코스피 지수 범위와 주목할 만한 종목이 있다면?
“예상 코스피 밴드는 2500~2900포인트로, 주목할 종목은 본격적인 업황 개선 사이클 및 긍정적인 외국인 수급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이다.”
-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저 PBR’주가 각광받고 있다. 이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조치’라는 옹호론과 ‘눈가리고 아웅’식 대책으로 전통산업 중심 주가 상승을 부추겨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한 장단점을 평가한다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취지는 낮은 주주환원 문제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있다고 본다. 동학개미운동을 기점으로 유권자 내 주식투자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은 초당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20대 이상 국내 유권자 중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14%에서 2023년 말 30%로 두 배 이상 증가한 상태이다. ISA 비과세 혜택 강화, 일반주주 보호 강화 등 소액주주 권리 향상 정책과 같은 사안들의 경우, 야당도 찬성하는 것 역시 주식투자를 하는 유권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업종과 그 이유는? 반대로 신중하게 투자에 접근해야 할 업종과 그 이유는?
“주목해야할 업종은 메모리 가격 상승 사이클 진입, AI 수요 확대 등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반도체 업종이다. 신중하게 투자에 접근해야 할 업종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불확실성,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등이 상존하고 있는 이차전지 업종이다.”
- 지난해 키움증권 리서치센터가 스몰캡 분석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 이러한 평가에는 센터장을 맡기 전 철강금속 분야에서 발간한 분석 레포트가 큰 호평을 받은 것도 한몫한 것 같다. 특히 지난해 5월 낸 ‘반전의 후반전’이라는 제목의 레포트가 기억에 남는다. 평소 레포트를 낼 때 어떤 부분을 중점에 두고 작성했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기본적으로 현재 업황과 주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가장 중요시한다. 어떤 요인에 의해 최근 업황과 주가가 결정돼 왔고 이를 알아야 앞으로의 업황과 주가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까지 업황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각각의 변수들과의 상관관계를 최대한 꼼꼼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업황과 주가에 대한 전망을 연결시키는 것을 중점에 두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 올해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를 맡게 됐다. 센터 차원에서 현재 추진 중인 일이나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인 AI 산업과 관련된 보고서 발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각 섹터와 기업별로 AI의 발전이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인지 점검하고 전망하는 자료 발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 인터넷, 스몰캡에서 AI와 관련된 심층보고서를 발간했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고서를 최대한 쉬운 용어로 작성하는 것을 추진 중에 있다. 기존의 보고서는 아무래도 전문적인 기관투자자를 염두에 두고 작성되는 경향이 강했는데 올해부터는 주식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생소한 약자로 되어있는 용어들은 최대한 풀어서 쓰게 하고 있으며 논리의 전개도 이해하기 쉽도록 최대한 쉽고 상세하게 작성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할 사항이 있다면?
“올해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이란 전쟁, 중국의 경기회복 여부,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등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가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극심한 변동성이 두려운 상황이지만 오히려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때 항상 기회는 찾아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더 많이 읽고 냉철하지만 과감한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