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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뮤지컬단 창작신작 ‘더 트라이브’, “나 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행복”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서 19일 개막…다음달 5일까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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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4.04.25 11:16:14

뮤지컬 ‘더 트라이브’ 공연 중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시간만큼은 행복하기를 바란다.”

뮤지컬 ‘더 트라이브(THE TRIBE)’ 예술감독 김덕희를 비롯한 출연 배우, 창작진이 입을 모았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산하 예술단 서울시뮤지컬단(단장 김덕희)이 창작뮤지컬 ‘더 트라이브’를 공개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유물 복원가 조셉과 시나리오 작가 끌로이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춤을 추며 등장하는 고대 부족(tribe)과 얽히는 기발한 소재의 창작 신작이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차마 커밍아웃할 엄두를 못 내고 엄마의 결혼 강요로 억지 소개팅을 보러 다니는 남자 주인공 조셉, 그리고 프리랜서 작가로 궁극적으로는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현실은 계약 직전에 늘 엎어지는 현직 백수이자 자존감이 바닥을 뚫는 여자 주인공 끌로이, 이 둘이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종문화회관 창작 초연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은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협동과정 졸업독해를 거쳐, 2022년 공연예술창착산실 뮤지컬 대본 공모에 선정됐다. 지난해 낭독 워크숍을 커치는 등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들을 거쳤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작년에 단계적 작품개발과 단원 역량 강화를 위해 단원들과 함께 낭독공연을 진행했는데,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는 음악과 재기발랄한 이야기의 매력에 모두가 빠져들었다”며 “최근 창작뮤지컬이 재밌어지고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트라이브 또한 그렇다”며 작품 선정 배경을 밝혔다.

뮤지컬 ‘더 트라이브’ 공연 중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MZ세대 관객의 관심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김덕희 단장은 “서울시뮤지컬단 작품들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종문화회관은 역사와 전통을 지녔지만,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올드한 이미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좀 더 젊은 이미지 장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제작 극장으로서의 역할에 서울시뮤지컬단도 더 다양한 관객이 올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더 트라이브가 그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년 여성들이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다시, 봄’,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뮤지컬로 만든 ‘맥베스’에 이어 MZ의 감성을 한껏 담아낸 더 트라이브를 통해 서울시뮤지컬단 레퍼토리의 내용, 형식, 대상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프레스콜에서는 통통 튀는 MZ 배우들과 창작진의 열기가 가득했다. 이번 공연에서 전동민 작가는 연출로, 임나래 작곡가는 편곡과 음악감독의 역할도 맡았다.

전동민 작가는 프랑스 파리 여행 중 찾았던 비서구권 지역 초기 문명 유물이 전시된 퀘 브랑리 박물관에서 작품의 배경이 될 장소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같은 판타지적 설정에 등장할 고대 부족이라는 존재는 미국의 한 의사가 호주 오지의 부족을 만나 겪은 일을 쓴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의 도움을 받았다.

초고는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정해가는 과정을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그렸지만, ‘나 다움’에 대한 묵직한 주제를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접근해보기로 하면서 현재의 대본으로 탈바꿈했다. 속마음을 숨길 필요 없이 텔레파시로 모든 소통이 가능한 부족이 춤추고 노래하는 설정 자체가 관객으로 하여금 이 작품에 빠져들게 만드는 입덕 포인트다.

뮤지컬 ‘더 트라이브’ 공연 중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전동민 작가는 “작품에 캐릭터가 강한 부족이 나오기에, 이 부족이 현대적인 도시에 나왔을 때 이질적인 질감을 무대 곳곳 또 의상 등과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연출/작가로서 상상 속에 있던 이미지가 현실에 잘 구현돼 행복하다”며 “더 트라이브의 다음 단계를 펼치는 데 있어 서울시뮤지컬단과의 만남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적절한 지원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황당할 수 있는 부족 콘셉트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고, 초연에 우리가 원하는 창작의 요소들을 과감하게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임나래 작곡가는 유쾌한 드라마를 음악으로 한층 더 밝고 에너지 넘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마다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사용했다. 조셉과 오드리 두 사람의 엄마들이 자녀들을 결혼시키기 위한 작당 모의를 하는 장면에서는 왈츠를 사용해 엄마들의 로망을 재밌게 표현했고, 조셉과 끌로이를 괴롭히는 인물들이 이들을 압박할 때는 탱고의 리드미컬한 호흡을, 등장인물들이 각자 자기주장을 펼칠 때는 신나는 폴카음악으로 표현한다.

더 트라이브의 음악의 가장 주요한 테마라 할 수 있는 고대 부족의 음악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반복적이고 단순한 코드, 싱코페이션(syncopation: 당김음) 리듬을 사용해 주요 라인을 만들고 이를 드라마 상황마다 변주해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쇼케이스 무대부터 함께한 박신별 안무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댄스 시퀀스와 볼거리가 풍성한 소극장 쇼뮤지컬에 도전했다. 무대와 조명을 비롯해 의상, 소품 등 무대미술 파트의 디자이너들은 서로 다른 이질감에서 비롯되는 유쾌한 바이브를 표현하고자 아이디어들을 주고 받았다.

프랑스 파리의 고대 유물 박물관, 소박한 카페와 미슐랭 레스토랑, 병원, 학교 등 여러 장소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주인공들이 거짓말을 하는 순간 등장할 미지의 고대부족에 대한 독특한 정체성을 찾기 위한 작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남경식 무대디자이너, 김정태 조명디자이너, 조영진 음향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 EK, 이소정 소품디자이너, 정지윤 분장디자이너가 함께했다.

(왼쪽부터)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 전동민 극작·연출, 배우 강찬·김범준·서유진·김이후, 임나래 작곡·편곡·음악감독, 박신별 안무가.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과 대학로 스타 배우 등이 어우러져 무대를 꾸린다. 섬세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고대유물 복원가 조셉 역은 강찬과 김범준이 연기한다. 강찬은 ‘오즈’, ‘베어 더 뮤지컬’, ‘R&J’등 연극과 뮤지컬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실력파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범준은 ‘원더보이’, ‘지붕위의 바이올린’, ‘맥베스’ 등 작품을 통해 탄탄하게 실력을 쌓고 있는 서울시뮤지컬단 주연급 배우 중 하나로 이번 더 트라이브를 통해 본격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서유진은 서울시뮤지컬단 최연소 단원으로 ‘작은아씨들’에서 베스 역을 맡아 섬세한 감성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한편 최근 ‘맥베스’에서 폭군 맥베스에 대항하는 반란군을 이끄는 정의로운 메리 공주 역으로 무대에 서는 등 맡은 배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주연급 반열에 올랐다. 김이후는 ‘사랑의 불시착’, ‘브론테’, ‘여기, 피화당’ 등 변화무쌍한 이미지로 뮤지컬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기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예 배우다. 이 밖에 서울시뮤지컬단의 신대성, 고준식, 정선영, 이승재 배우와 김아영, 서예림, 임소라, 조희수 배우가 부족을 비롯한 멀티 배역으로 출연한다.

이들은 입을 모아 공연의 매력을 ‘행복’과 ‘나 다움’이라고 말했다. 솔직하게 나답게 사는 것, 그리고 때로는 좌절하는 자신을 기다려주는 것, 이런 점들이 행복을 느끼게 해줬다는 설명이다.

김덕희 단장은 “더 트라이브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행복에 대한 관점이었다. 흔히 해피엔딩이라 하면 주인공이 이루지 못한 것을 성취하면서 끝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작품은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색다른 방식으로 해피엔딩에 접근했다”며 “요즘 경제도 어렵고, 여러모로 세상이 혼란스럽고 쉽지 않다. 그래서 더 행복한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다.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다음달 5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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