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1호 김금영⁄ 2024.04.29 09:53:48
‘작은 선물로 큰 웃음을.’
귀엽고도 단순한 외형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캐릭터 ‘헬로키티’. 소소하지만 커다란 행복을 전한다는 ‘산리오’의 철학을 담은 대표적인 캐릭터 중 하나다. 이 헬로키티가 50주년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국내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산리오코리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지엔씨미디어 협업 전시 ‘헬로키티 50주년 특별전 – 산리오캐릭터즈와의 여행’이 DDP에서 개막했다. 헬로키티를 탄생시킨 브랜드 산리오는 스페인어로 ‘성스러운 강’을 뜻하는데, 큰 강의 기슭에서 문명이 발상했던 것처럼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소망을 담았다.
전시의 시작엔 1974년 헬로키티의 역사가 시작된 자그마한 동전 지갑이 자리해 눈길을 끈다. 1960년 쓰지 신타로 명예회장은 산리오의 전신인 야마나시 실크 센터를 설립해 모자, 지갑 등 실용적인 일상 생활용품을 주로 선보였다. 이후 경제 호황기 일어난 레저 열풍에 발맞춰 샌들이나 바구니에 꽃, 딸기 디자인을 넣는 등 실용성뿐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도 더했고, 이는 ‘귀여움’이라는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과정에서 첫 오리지널 동물 캐릭터인 ‘코로짱’을 시작으로 1973년 사명을 산리오로 바꾸고, 1974년 대표 캐릭터인, 왼쪽 귀에 리본을 달고 있는 헬로키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처음엔 이름도 없는 캐릭터였지만, 헬로키티라는 이름이 붙고 쿠키 만들기, 피아노 연주 등 취미 그리고 영국 출생 소녀라는 당시 파격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설정까지 생기며 서사가 시작됐다.
단순 귀여운 외형에만 기대지 않고, 캐릭터에 대해 궁금하게 하는 스토리텔링 속 헬로키티의 인기는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갔다. 헬로키티의 아버지라 불리는 쓰지 신타로 명예회장은 헬로키티를 통해 글로벌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인기가 높아지자 헬로키티의 가족도 생겼다. 항상 가족들을 생각하는 멋진 아빠 조지 화이트,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쌍둥이 여동생 미미 화이트, 상냥한 엄마 메리 화이트, 어릴 적부터 함께한 소꿉친구이자 남자친구인 다니엘 스타 등의 이야기는 헬로키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도 부여했다.
헬로키티는 자신의 존재를 “특별한 존재는 아니지만, 단 한 가지 잘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너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 소개한다. 이런 헬로키티의 다정한 위로는 50년의 긴 역사를 지나며 부모-자녀 세대가 같이 사랑하는,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콘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헬로키티가 탄생한 1970년대의 산리오 오피스의 이야기도 전시장에 꾸렸다. 마치 동화 속 작은 마을같이 꾸려졌던 디자이너들의 작업실을 엿볼 수 있게 구성했다. 이곳에 디자이너들의 손을 통해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영상도 마련됐다.
1975년 4월 창간해 현재까지도 산리오와 팬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이치고신문의 역사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구성했다. 이치고신문은 캐릭터 및 새로운 상품 정보, 캐릭터들의 만화, 심리테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지난해 12월까지 671호가 발행됐다.
산리오캐릭터즈 콘셉트 아트 및 시대별 빈티지 전시품도
또 이번 전시가 특별한 건 헬로키티뿐 아니라 친구들도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헬로키티가 태어난 다음해에 마이멜로디, 리틀트윈스타가 탄생했고, 현재 450개가 넘는 이른바 ‘산리오캐릭터즈’가 꾸려졌다.
새로운 캐릭터들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눈길을 끈다. 예컨대 헬로키티, 마이멜로디가 천진난만한 귀여움으로 1980~1990년대 인기를 끌었다면, 현재는 당당하고 개성 넘치는 것을 선호하는 기류 속 ‘나쁜 아이’ 배드바츠마루나 마이멜로디의 라이벌인 쿠로미가 주목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과열된 경쟁에 지치거나 휴식을 원하는 분위기에서는 현대인의 의욕 없는 모습을 대변하는 노른자 캐릭터 구데타마, 밀가루의 요정 코기뮹 등 색다른 캐릭터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구데타마는 국내에서도 LG생활건강 등과 컬래버 상품을 내기도 하고, 누워 있는 구데타마 이미지 아래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가 적힌 밈이 2010년대 유행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다양한 산리오캐릭터즈 중 최근 이디야커피, 코렐, LF 등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활발히 이어가는 쿠로미, 시나모롤, 폼폼푸린을 비롯해 포차코, 한교동 등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12종의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전시에서 면면이 들여다볼 수 있다.
캐릭터가 적용된 시대별 빈티지 상품의 역사도 이번 전시에서 살필 수 있다. 본래 생활용품을 만들었던 회사의 특성답게 컵, 손수건, 지갑, 그릇 등이 많고 여기서 캐릭터 사업까지 범위를 확대해 각종 문구용품, 전화기, 카메라, 인형, 가방, 게임, 신발, 피규어 등 분야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산리오캐릭터즈의 예술적 측면도 도드라진다. 무라카미 다카시와 같은 일본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를 비롯해 레이디 가가, 패리스 힐튼 등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헬로키티 50주년을 위해 그려진 아트워크를 다각적으로 소개한다.
성인 키를 훌쩍 뛰어넘는, 전시장을 채운 거대한 헬로키티 조형물이 자리한 포토존을 비롯해 산리오캐릭터즈가 모여 하나의 마을을 구성한 섹션은 산리오캐릭터즈 팬들의 덕심을 한껏 자극하는 공간이다.
전시 말미에 이르러서는 캐릭터를 통해 전 세계에 행복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산리오가 인권 존중, 지구 환경 보존, 어린이 교육 수준의 향상 등을 포함한 글로벌 과제를 선정해 이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으로 이어온 사회공헌 활동들도 소개한다.
산리오캐릭터즈는 각각의 성격도 외양도 다르지만, 공통점은 ‘귀여움’이다. 전시는 “산리오의 캐릭터들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각 캐릭터의 특징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구축돼 있으며, 그 각각의 세계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라고 소개한다.
산리오는 이 캐릭터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많은 팬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이념인 ‘모두가 사이좋게’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실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엔씨미디어 측은 “이번 전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산리오가 걸어온 역사적인 발자취를 망라한다”며 “놀라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조해 낸 수많은 캐릭터들의 방대한 세계를 만나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DDP 뮤지엄 전시 1관에서 8월 13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