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1호 김금영⁄ 2024.05.03 15:20:49
그동안 한정 시즌 또는 물량으로 희소성을 높이는 방식의 ‘한정판 마케팅’은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특히 이러한 마케팅이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끈 유통가 한정판들을 살펴본다.
기존 제품, 트렌드 입은 한정품 출시로 재도약
지난 3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함박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유는 자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밤양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때문이었다. 윤영달 회장은 “요즘 아주 신이 난다. 밤양갱 노래 덕을 많이 보고 있다. 문화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며 “오늘도 (밤양갱을) 가져올 걸 그랬다”며 한껏 고조된 모습을 보였다.
제품 인기의 배경은 가수 비비의 ‘밤양갱’ 노래 열풍이다. 2월 13일 발매된 이 노래는 유튜브 뮤직, 플로 등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휩쓸었고, 노래의 인기와 덩달아 양갱의 원조 격인 해태제과의 ‘연양갱’, 크라운제과의 밤양갱을 비롯해 시중의 양갱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비비의 앨범이 발매된 2월 13일부터 26일까지 약 보름 동안 국내 주요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연양갱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최대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에서도 3월 양갱류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양갱류는 매출의 높낮이 없이 꾸준히 판매되는 상품이었는데, 이와 같은 큰 매출 신장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밤양갱은 크라운제과가 1992년 출시한 제품으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밤양갱 외에도 ▲팥양갱 ▲짜먹는 양갱 ▲홍삼 양갱 등이 있다. 이후 해태제과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해태제과 설립과 함께 출시된 연양갱까지 양갱 제품을 폭넓게 아우르게 됐다.
이 긴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제품이 현시대 트렌드에 맞춘 한정품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는 3월 22일 한정판 ‘비비X밤양갱’ 판매를 시작했다. 비비X밤양갱은 앞서 3월 7~17일 성수동에 위치한 팝업스토어에서 선 출시된 제품으로, 유통채널에서는 이마트가 처음으로 고객에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비비X밤양갱은 크라운 밤양갱 10개가 들어있는 상품의 내‧외부 포장지에 가수 비비의 디자인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비비의 노래가 인기를 얻자 ‘필굿뮤직’과 크라운이 밤양갱 굿즈 제작을 협의했고, 대형 유통사인 이마트까지 뭉쳐 출시를 가능케 했다. 이마트 측은 “고객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품을 선보여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라고 한정판 기획 배경을 밝혔다.
매 시즌마다 돌아오는 ‘시즌 한정품’의 매력
기존 제품에 트렌드를 입힌 한정판이 있는가 하면, 커피업계에서는 매번 돌아오는 시즌에만 만나볼 수 있는 한정품 출시가 활발하다.
‘슈크림 라떼’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봄 시즌을 대표하는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슈크림 라떼는 스타벅스 코리아 음료팀이 300여 차례가 넘는 실험과 수십 번의 패널 시음 테스트를 통해 2017년 선보인 음료로, 슈크림의 달콤함과 진한 바닐라 풍미를 내세워 올해 누적 판매량 300만 잔을 넘어섰다. 이는 매장의 통상 영업시간 내 1분당 100잔씩 판매된 것으로, 8년간 누적 판매는 2000만 잔을 넘어서며 역대 프로모션 음료 중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을 세웠다.
스타벅스 음료팀은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드에 맞는 슈크림 라떼의 귀환을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노란색의 슈크림 라떼로 봄이 왔음을 알게 된다”, “슈크림 라떼 마시고 싶어서 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등 매년 봄 출시를 기다리는 두터운 팬층이 따로 생겼을 정도다.
슈크림 라떼에 이어 여름 시즌 음료로는 ‘씨솔트 카라멜 콜드 브루’가 있다. ‘라이트 업 유어 썸머(LIGHT UP YOUR SUMMER)’라는 슬로건과 함께 돌아오는 씨솔트 카라멜 콜드 브루는 지난해 여름 누적 200만 장 이상 판매된 인기 음료다. 스타벅스 측은 “첫 출시 당시 자꾸만 생각나는 ‘단짠(단맛과 짠맛의 궁합)’ 음료의 정석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꾸준한 재출시 요청이 있던 음료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해 판매 시작 보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잔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끈 스타벅스 클래식 밀크 티를 블렌디드로 재해석한 ‘스타벅스 클래식 밀크 티 블렌디드’도 만나볼 수 있다. 부드러운 우유와 향긋한 티의 풍미가 일품으로 원래는 일부 스페셜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었으나, 더 많은 고객에게 밀크 티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올여름 확대 출시된다.
탐앤탐스는 2015년 출시 이후 매년 봄 리메이크 한정판으로 돌아오는 바나나 시즌음료를 선보인다. 올해 선보이는 ‘리얼 바나나 파티’ 4종은 ▲우유와 바나나를 함께 갈아 포만감이 높은 ‘리얼 바나나 라떼’ ▲바나나 고유의 꾸덕한 식감을 극대화한 ‘리얼 바나나 스무디’ ▲두 열대 과일을 섞은 ‘리얼 바나나 망고 스무디’ ▲리얼 바나나 파티의 시그니처 음료인 ‘리얼 바나나 딸기 스무디’로 구성됐다.
시즌 한정 음료 출시와 함께 해당 시즌에만 만날 수 있는 굿즈도 마련했다. 탐앤탐스는 패션 브랜드 ‘마스마룰즈’와 손잡고 5월 23일까지 MZ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리얼 바나나 파티 1종 포함 2만 원 이상 주문 시 영수증에 인쇄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응모 가능하다. 이벤트 참여자 총 100명을 추첨해 탐앤탐스X마스마룰즈 컬래버 신상 ‘탐스바나 컬러 백팩’을 증정한다. 탐스바나 컬러 백팩은 한정판 제품으로, 방수 기능 등 내구성이 뛰어나고 수납공간이 넉넉하며, 화사한 노란빛 색감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이번 리얼 바나나 파티는 마스마룰즈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예년보다 더욱 다채로운 즐거움을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디야커피가 창립 23주년을 기념해 기간 한정으로 4월 재출시한 ‘돌아온 플랫치노’ 3종은 출시 15일 만에 판매량 15만 잔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돌아온 플랫치노는 과거 고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메뉴로 ▲피스타치오 매직팝 플랫치노 ▲배 플랫치노 ▲자두 플랫치노 3종으로 구성됐다. 과거의 인기 메뉴들을 현재에 맞게 재해석해 새롭게 선보였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고객의 요청에 응답해 다시 선보인 돌아온 플랫치노 3종이 출시 이후 일평균 1만 잔 이상 판매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얼음과 원재료를 갈아 시원하게 즐기는 제품인 만큼 여름시즌 판매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고객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가맹점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야 넘나드는 협업으로 탄생한 한정품의 특별함
분야를 넘나드는 협업으로 인한 한정품 출시도 활발하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캐릭터와 만났다. 롯데웰푸드는 롯데그룹의 콘텐츠 비즈니스 프로젝트 ‘포켓몬타운 2024 위드 롯데(with LOTTE)’를 기념해 포켓몬 컬래버 제품들을 한정으로 선보인다.
이번에 선보인 포켓몬스터 에디션 제품은 총 10종으로, 제품 패키지 전반에 포켓몬 이미지가 삽입돼 포켓몬 캐릭터 팬들의 덕심을 자극한다. 건과는 ▲초코파이 ▲ABC초코 ▲꼬깔콘 메이플버터맛 ▲짱셔요 레몬콜라맛 등 4종이고, 빙과는 ▲쮸쮸바 3종(샤인머스캣&청포도‧망고‧딸기) ▲주물러 2종(콜라‧소다맛)을 합쳐 총 5종이다. 대표 간식 소시지인 키스틱 체다치즈에도 포켓몬 컬래버가 적용됐다.
새로운 맛과 모양을 선보인 제품도 있다. 꼬깔콘 메이플버터맛은 이번 컬래버를 기념하는 한정판 맛으로, 인기 포켓몬 이브이와 피카츄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조화를 이룬다. 짱셔요 레몬콜라맛은 피카츄의 꼬리가 떠오르는 번개모양 젤리로, 상큼한 레몬맛과 톡쏘는 콜라맛의 조합으로 맛과 재미 둘 다 챙겼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롯데웰푸드는 4월 26일부터 5월 15일까지 롯데월드타워 아레나 광장에서 열리는 포켓몬타운 2024 위드 롯데에 부스를 열고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전자기기가 아닌 양말, 조리도구, 고무장갑, 수건 등 생활용품을 선보여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이스웨더’와 손잡고 한정판 굿즈 ‘해브 어 굿 AI 라이프(HAVE A GOOD AI LIFE)’를 선보이며 MZ세대 겨냥에 나선 것. 이번 굿즈는 소비자를 삼성전자만의 인공지능(AI) 생태계인 ‘AI 라이프’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아 기획됐다.
일상생활 소품으로 구성된 이번 굿즈에는 삼성전자의 AI 가전이 가져올 일상의 변화를 위트있게 안내하는 문구가 담겨있는 점이 특징이다. 양말의 경우 ‘이제 집안일에서 발 떼세요. 이 바닥은 AI가 더 잘 압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바닥 재질을 감지해 알아서 흡입력을 조정하는 ‘비스포크 AI 스팀’을 소개하는 식이다. 뒤집개에는 ‘요리가 손맛이라는 생각? AI 레시피로 뒤집다’(바코드 스캔으로 알아서 조리해주는 비스포크 AI 인덕션), 고무장갑은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는 약속, AI 라이프가 지켜드립니다’(오염도를 감지하는 AI 맞춤세척 기능의 비스포크 AI 식기세척기)라는 문구와 함께 AI 라이프에 대한 기대감을 전한다.
총 6개의 굿즈 구성품에는 나이스웨더 특유의 문구인 ‘해브 어 굿 데이(HAVE A GOOD DAY)’를 인용한 ‘HAVE A GOOD AI LIFE’를 넣어 삼성의 AI를 활용한 즐거운 일상을 표현했다.
이색적인 한정판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과 나이스웨더 협업 한정판 굿즈는 공개 시작 2시간 만에 전량이 소진됐다. 이에 한정판 굿즈 앵콜 이벤트를 추가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세상에 없던 AI 라이프’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다 많은 소비자가 일상에서 스며들고 있는 AI 라이프를 새롭게 만나볼 수 있도록 이번 굿즈를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삼성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AI 라이프를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협업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