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2호 김금영⁄ 2024.05.20 10:25:13
전시장에 설치된 커다란 조형물. 마치 동화 속 나라가 현실에 소환된 느낌이었다. 조형물 사이를 이리저리 거닐면 앞모습은 찡그렸는데 뒤에선 웃는 표정을 하고 있어 반전을 줬다. 또 다른 조형물에서는 새겨진 글씨가 다르고, 눈과 입 부분이 별과 세모 등 각양각색 도형 모양으로 살짝 바뀌어 있어 앞뒤가 다른 포인트가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를 더했다.
롯데갤러리가 일본 현대미술을 이끄는 작가 미사키 카와이의 개인전 ‘퍼지 스토리(Fuzzy Style)’를 6월 23일까지 잠실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연다.
미사키 카와이는 일본 오사카 출생으로 교토 미술대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현대미술을 이끄는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는 그는 일본, 미주, 유럽을 오가며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대표적으로 타케 니나가와(동경), V1 갤러리(코펜하겐), 뉴욕 어린이미술관(NY), MoMA PS1(NY)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그룹전을 가졌다.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전개했다. 덴마크 브랜드 플라잉 타이거, 패션 브랜드 키르시,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 등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브랜드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며 MZ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국내 팬과는 2018년 롯데갤러리에서의 첫 한국 개인전 ‘플러피 데이즈(Fluffy Days)’를 통해 만났다.
한국 첫 개인전에서 평면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면, 6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이번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조형 설치물을 위주로 구성해 색다른 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전시가 개막한 5월 가정의 달과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전시 구성으로 기존 주요 방문객인 MZ세대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겨냥했다.
동심을 자극하는 이번 전시의 든든한 지원군은 작가의 딸이었다고 한다. 작품 설치를 할 때도 엄마와 함께 작품을 옮기고, 전시 오프닝에 마련된 마카롱도 하나하나 같이 진열했다고.
이민지 롯데갤러리 큐레이터는 “차별 없이 모든 걸 포용하는 작업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을 전해 온 미사키 카와이와 롯데갤러리가 두 번째 전시를 마련했다. 앞뒤 다양한 표정은 보는 이에게 상상력과 동심을 자극한다”며 “작가의 딸 또한 이번 전시에 큰 도움을 줬다. 전시장에 따라와 열정적으로 엄마를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명과 같이 털이 보송보송한 조형물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이 조형물들은 직접 만져볼 수도 있어 마치 소중한 인형처럼 쓰다듬거나 껴안아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전시장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다채로운 컬러의 작품과 벽면이 어우러져 전시장 곳곳은 감각적인 포토존이 됐다.
작품 직접 만지고 안아보는 관람객들
이모지 같은 단순한 얼굴에 익살스러운 표정을 담은 작가의 ‘모코모코’ 시리즈 대형 조형물들을 비롯해 이번 전시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핸드메이드 도자 100점도 만나볼 수 있게 구성했다. 부드러운 털의 질감, 매끄러운 세라믹의 질감이 알록달록한 컬러와 만나 유쾌하고 장난기 넘치는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풍경이다.
롯데갤러리 측은 “미사키 카와이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세계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라며 “일본어로 귀엽다는 뜻을 지닌 ‘카와이’라는 그의 이름답게 미사키의 작업세계는 귀여움의 미학을 보여준다. 꾸밈없이 자유분방하고 엉뚱하지만 유쾌한 그의 작품은 어린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끌고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동심을 일깨워준다”고 밝혔다.
작가는 자신과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다소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일상에서 특별한 행복을 발견하는 것. 작가가 일상에서 느낀 감정, 쌓은 추억과 기억은 한데 뒤섞여 새로운 상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롯데갤러리 측은 “작가는 무정형의 패턴을 즐겨 사용하는데, 예측 불가능한 작업은 주로 형식과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드로잉, 기본적인 형태, 단순한 라인 그리고 강렬한 색감으로 구성된다”며 “또한, 작가가 태어난 오사카는 일본 내에서도 특유의 낙관주의나 유쾌한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색은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잘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작가는 전시장 벽면에 전시명을 직접 그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전시 오프닝 현장을 찾은 관람객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두 번째 전시를 가져 기쁘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행복을 나누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