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4.05.29 15:56:55
LS그룹이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산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CFE(탄소배출 없는 전력)와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 ‘양손잡이 경영’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난해 2030년까지 자산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Vision 2030’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초 신년사에서 그룹의 성장을 위한 비전으로 △제조 안정화 및 압도적인 제조 경쟁력 확보 △미래 신사업·신시장 개척 선도 인재 확보 및 육성 △경영철학 ‘LS파트너십’ 재무장을 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를 찾은 구 회장은 함께 참관한 임직원들에게 “‘양손잡이 경영전략’의 핵심인 LS의 원천 기술과 AI로 대변되는 신기술을 개발해 우리 LS만의 미래혁신기술을 창조해 나가자”라고 주문했다. 이어 “우리 LS는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AI·SW 등 다양한 협업과 기술 혁신으로 짧게는 10년, 그 이후의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사업 체계를 갖추고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LS그룹은 지난 3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해 그룹 내 계열사들이 보유한 배터리 소재, 산업용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전기차 전장 제품과 충전 시스템 등 미래 에너지 종합기술을 선보였다.
2년 연속 인터배터리 전시회에 참가한 구 회장은 최신 배터리 산업 트렌드를 직접 살펴보며 임직원들에게 “전기차 소재부터 부품, 충전까지 수많은 기업이 지난해보다 더 첨단 기술로 무장한 것을 보면서 LS 또한 전기차 생태계에 정진해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따라 LS의 주요 회사들은 전력 인프라와 종합 에너지 솔루션 분야의 오랜 사업적 경험을 살려 배터리 소재, 전기차 부품 및 충전 솔루션, 친환경 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하고 있다.
우선 LS그룹은 지난해 엘앤에프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생산을 위해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을 설립했다. LLBS는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세워 2026년 양산에 돌입한 후, 2029년 12만t(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LS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인 ‘황산니켈→전구체→양극재→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분야 밸류체인 형성을 꾀한다.
LS는 전기차 충전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EV 충전 인프라 구축과 운영 사업 개발을 위해 신규 법인 ‘LS E-Link’를 E1과 공동 투자해 설립했다. LS는 LS이링크를 앞세워 그룹 내 전기차 충전사업 역량을 모으고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케이블 업체 LS전선은 해상풍력발전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LS전선은 지난해 5월 네덜란드 테네트로부터 2조 원대 유럽 북해 해상풍력 HVDC 케이블 공급 계약을 수주했고, 지난해 말 이와 관련한 1조5000억 원 규모의 본계약 두 건을 체결했다. 글로벌 해저케이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올해도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LS전선은 동박 원재료로 구리선 대신 구리 조각을 사용하는 신소재 ‘큐플레이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큐플레이크는 동박 제조 과정에서 원재료 가공 공정을 줄여 제조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LS전선의 자회사인 LS머트리얼즈는 ‘차세대 2차전지’로 불리는 울트라 커패시터(Ultra Capacitor·UC)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대형 UC 제품에서 세계 1위의 점유율과 기술 경쟁력을 보유했다. UC 외에 알루미늄 소재·부품, LS알스코를 통한 수소연료전지 사업도 육성하며 핵심 사업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실적을 증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하이(HAI)사와 지난해 설립한 하이엠케이(HAIMK)는 2025년부터 전기차용 알루미늄 배터리 케이스 부품을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LS전선 자회사로 편입된 LS마린솔루션은 해상풍력 포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최대 해상풍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만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신사업 발굴에 본격 나선 LS에코에너지는 지난 1월 베트남 광산업체와 ‘희토류 산화물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월에는 유럽 1위 영구자석 업체인 독일 바쿰슈멜츠(Vacuumschmelze)와 합작법인(JV) 설립에 합의했다. 두 회사는 연내 법인을 설립하고 2027년부터 연간 1000t 규모의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완성차업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차 약 50만대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전기차, 풍력발전기, 가전제품 등의 구동 모터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영구자석 생산업체는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 10여 개사에 불과하다.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네오디뮴 수요는 현재 연간 15만t에서 2030년 4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기반으로 LS에코에너지는 앞으로 희토류 영구자석 밸류체인 구축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원광→산화물→금속·합금→영구자석→전기차’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기업 LS일렉트릭은 연초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세 건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공급·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1월 19일에는 미국 법인인 LS에너지솔루션과 868억 원 규모의 B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전력공급시스템 기자재를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1월 24일에는 GE 베르노바와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글로벌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월 초에는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공정 제어기 국산화 사업 추진을 위한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양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도입할 배터리 팩 제조 신공정을 공동 개발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제조설비를 정해진 순서, 조건에 따라 동작하게 하는 PLC를 비롯해 서보(Servo),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인버터 등 제조 전 과정을 제어하는 자동화 솔루션을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의 전기차 부품 자회사인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중국에 이어 멕시코에 두 번째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LS이모빌티솔루션은 올해까지 두랑고에 연면적 3만5000㎡ 규모의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올해 EV릴레이(Relay), BDU(Battery Disconnect Unit) 등 전기차 핵심 부품 양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번 멕시코 공장 준공을 통해 오는 2030년 EV릴레이 900만대, BDU 20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북미 시장에서 연간 약 7000억 원 수준의 매출이 예상된다.
비철금속소재기업 LS MnM은 지난해 3월 출자사인 토리컴에 황산니켈공장을 준공하며 EV 배터리 소재 사업의 첫걸음을 디뎠다. 황산니켈은 차세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울산광역시 온산제련소 인접 9만5000㎡ 부지를 활용해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사업인 ‘EVBM온산’에 6700억을, 11월에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황산니켈 4만t 컴플렉스 공장 건립을 위해 1조1600억 원을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S MnM은 2단계의 투자를 통해 2029년에는 전기차 약 125만대 규모에 해당하는 황산니켈 6만2000t(니켈 메탈 기준)을 생산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투자를 통해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과 함께 ‘황산니켈→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산업 밸류체인’을 순수 국내 기술로 실현하고, LS그룹의 2차전지 소재 사업 생태계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할 계획이다.
LS엠트론은 올해 초 경북 김천시 약 4000평 규모의 부지에 동부 메가센터를 설립했다. 동부 메가센터는 자율작업 트랙터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시설이다. 국내 최초로 상용화된 LS엠트론 자율작업 트랙터는 별도의 조작 없이 전·후진과 회전, 작업기 연동 등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트랙터가 스스로 농사짓는 시대를 활짝 여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이를 통해 작업 시간은 25% 단축되고 수확량은 8% 증가해 작업자의 편의성과 정밀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등 자율작업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 E1은 에너지 시장 변화에 따라 수소,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2년부터 경기도 과천·고양 및 서울 강서의 LPG 충전소 3곳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특히, 과천 복합충전소는 전기차 충전시설도 있어 LPG·수소·전기차 충전이 모두 가능하다.
E1은 또 여수·인천·대산 기지 내에 작업자가 모바일 기기로도 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작업별 안전조치 사항이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의 정보도 편리하게 조회함으로써 다양한 안전환경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안전환경 포털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