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가 제작하고, 사이먼 스톤이 연출하는 연극 ‘벚꽃동산’이 4일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SIGNATURE) 홀에서 개막했다.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 등 10명의 배우들은 1300석의 객석을 채운 관객 앞에서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27년 만의 연극 무대에 복귀한 배우 전도연은 주인공 ‘송도영’ 역을 맡아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섬세한 연기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박해수 배우는 자수성가한 사업가 ‘황두식’ 역을 맡아 객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으며, ‘송재영’ 역의 손상규 배우는 유머러스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선사했다. 벚꽃동산의 배우들은 다음달 7일까지 30회의 공연 기간 동안 ‘원 캐스트’로 관객을 만난다.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재창작한 공연이다. 연극 ‘메디아’, ‘예르마’, ‘입센 하우스’ 그리고 영화 ‘나의 딸(더 도터)’ 등의 작품을 통해 고전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선보여 온 사이먼 스톤은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을 위해 벚꽃동산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스톤은 작품에 출연할 10명의 배우들과 워크숍과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를 구성하고 대본을 집필했고, 한국에 머물며 두 달간 연습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벚꽃동산은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새롭게 창작됐다. 이야기는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 분)이 서울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은 그녀의 오빠 송재영(손상규 분)의 방만한 경영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그녀와 가족들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아름다운 저택도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자수성가한 기업가인 황두식(박해수 분)이 그들에게 찾아와 몰락해가는 기업과 저택을 보존할 방법을 제안한다.
벚꽃동산은 2시간 30분의 시간 동안 다양한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세밀한 이야기를 통해 희극이기도 하면서도 비극이기도 한 인생의 여러 순간을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사이먼 스톤이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새롭게 쓴 대본은 10명의 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을 통해 120년 전 체홉이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를 오늘의 관객이 공감하게 한다.
건축 디자이너 사울 킴이 디자인하고, 사이먼 스톤과 오랫동안 작업했던 무대/의상 디자이너 멜 페이지, 조명 디자이너 제임스 판콤 등이 함께 작업한 무대는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극 중 송도영(전도연 분)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저택은 사실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기하학적인 구조를 띄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택의 내외부를 감싸는 빛은 미니멀하면서도 다채롭게 변화하면서 작품의 시간과 무드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음악감독 장영규는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를 반영한 사운드와 음악으로 관객의 몰입과 감상의 층위를 높였다.
벚꽃동산의 첫 공연에는 국내외 공연계의 주요 인사들이 방문했다. 토니상과 올리비에 어워드 연출상을 석권한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LG아트센터에서 ‘파운틴헤드’와 ‘로마 비극’을 선보인 이보 반 호브는 벚꽃동산의 개막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내한하였다. 그는 공연 관람 후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벚꽃동산의 위대한 현대적 재해석”이라면서, “비극이기도 하고, 희극이기도 하고, 고요하기도 하고, 폭발적이기도 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대만 국립극장의 프로듀서 쳉웨이신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세트 디자인과 신선한 재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면서, “특히 대사를 하지 않을 때에도 움직임과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완벽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밖에도 호주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의 프로듀서들이 내한하여 첫 공연을 관람했고, 북미와 유럽의 프로듀서들도 본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내한할 예정이다.
한편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은 이달 4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