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4호 김예은⁄ 2024.06.25 14:28:01
올해 들어 장외주식시장(K-OTC)에서 180%에 육박하는 주가 성장세를 기록한 LS전선 주가가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 증권가는 LS전선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LS의 목표주가(13일 기준 14만3900원)로 19~20만 원을 제시하며 전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초 6만3800원에 장을 시장한 LS전선의 주가는 지난달 23일 기준 17만8000원까지 치솟으며, 179%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해당 주가는 구리 가격의 하락과 함께 조정기에 진입해 이달 14일 기준 13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LS전선의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해당 기업의 영업이익 증대를 견인한 ‘해저케이블’ 시장 성장을 이끈 2가지 축이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대 축은 바로 ‘해상풍력 발전 단지 확대’와 ‘신재생 에너지의 상호 융통 프로젝트 수요 증대’다. 나아가 개화기에 놓인 미국 시장으로의 확장성이 기대감을 더한다.
해상풍력 시장, 유럽부터 미국까지 시장 확대
유럽연합(EU)은 지난 2021년 6월 28일 유럽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을 제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 달성과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정책 수립 의무를 법제화했다.
안정적인 기후환경 조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권고와 이행 방안에 대한 법적 강제성 부과보다 실질적 행동을 촉발한 건 눈앞에 닥친 현실이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 재편과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산업과 가계 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유럽 사회는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뿐 아니라 경제 안보 강화 차원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한 시스템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40년까지 EU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생산 및 저장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기에서 각광받게 된 에너지원이 바로 해상풍력이다. 유럽풍력발전협회(WindEurope)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유럽 해상 풍력 발전 투자는 300억 유로(44.5조 원)를 기록하며, 4억 유로(5900억 원) 투자에 그친 2022년 대비 7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풍력 발전 역량은 16.2GW(기가와트) 규모로 연간 최대 신규 풍력 설치 용량 발전을 기록했는데, 이 중 80%가 해상 풍력 발전 역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목표를 달성하면서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난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해상 풍력 발전이 각광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김지산·황현정 키움증권 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해저케이블, 미래와 세계를 잇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상풍력은 육상풍력과 비교해 터빈의 대형화와 발전 단지의 대규모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발전 단가를 빠르게 낮출 수 있다. 나아가 해상은 바람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적어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소음 등에 따른 거주민의 저항도 낮은 이점을 갖는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21% 성장해 총발전 용량 447GW에 이를 전망이다. 10년간 설치량의 지역별 분포는 유럽 41%, 중국 36%, 아시아 12%, 북미 9%가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주요국들은 공통으로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치 목표를 설정하고 세제 혜택 인프라 확대 등의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에너지 시스템 개혁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유럽은 중장기적인 해상 풍력 목표치를 상향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해저케이블을 연계해 국가 간 신재생 에너지를 상호 융통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영국과 노르웨이는 북해의 신재생에너지를 상호 연결하기 위해 1.4GW의 전력을 공유하는 세계 최장(720㎞) 해저케이블 사업 ‘북해 Link’에 돌입했다.
이 같은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과 국가 간 에너지의 융통 시도는 ‘해저케이블’ 산업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
나아가 향후에는 해저케이블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2040년 기준 미국과 유럽의 해저케이블 부족량은 각각 2,300㎞, 1,28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의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해저케이블망은 2022년 1만 6천 ㎞에서 2050년에는 24만 5천㎞에 이를 것이다.
특히 해저케이블 시장은 영업이익률이 10%를 상회하는 고마진 부문으로 꼽히며, 높은 기술력과 제반 요건에 의해 형성된 높은 진입장벽으로 과점 경쟁 체제가 구축돼 있다. 높은 바닷속 환경을 견디기 위한 절연, 피복 기술을 비롯해 길이가 긴 케이블을 만들기 위한 장조장 제조 능력, 막대한 무게와 부피의 케이블 운반을 위한 특수 선박 등이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한 무게에 따라 운송과 물류비가 판가에서 상당한 비중(약 15~20% 수준)을 차지해 지리적 근접성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프리즈미안(Prysmian, 이탈리아)과 넥상스(Nexans, 프랑스)를 필두로 NKT(독일), LS전선, 스미토모(Sumitomo, 일본) 등이 5대 기업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해상 케이블 수요가 증대되며 유럽 전선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LS전선은 높은 운송비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미국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그 배경은 유럽 업체들의 긴 리드타임의 한계와 더불어 저손실 전력 전송이 가능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 케이블 생산 가능 업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LS전선은 2022년 영국 바텐폴로부터 2건의 HVDC 케이블 수주를 확보한 이후, 지난해에는 북해 해상풍력 단지와 독일과 네덜란드 내륙을 HVDC 케이블로 잇는 사업으로 네덜란드 국영 전력회사 테네트(TenneT)에서 2조 원대 HVDC 케이블을 추가 수주했다.
미국 시장에서 LS전선은 지난 2017년 미국 최초의 해상 풍력발전단지에 약 840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45km의 공급을 완료한 바 있다. 2022년에는 3547억 원 규모의 해상풍력 케이블을 수주했다.
나아가 현재 북미 시장은 현지 강자가 부재해 LS전선의 또 다른 기회의 보고로 여겨진다. 현재 미국 내 HVDC 공장 보유 업체는 넥상스가 유일하며, 프리즈미안은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에 LS전선이 현지 생산법인을 통해 북미에 진출할 경우 현재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의 메이저업체들과 과점 구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의 미국 생산법인 증설 근거는 LS전선 미국 자회사 ‘LS그린링크’가 지난 4월 21일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9906만달러(약 1365억 원) 규모의 IRA 48c 투자세액공제를 받으면서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과 수주 타임라인이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미정부는 IRA 48c 1차 세액 공제금액 40억 달러의 67%에 해당하는 27억 달러를 ‘청정에너지 제조 및 재활용’ 부문에 할당하며 해당 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단, IRA 48c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채택 이후 2년 내 프로젝트 인증, 추가 2년 내 프로젝트의 서비스 투입을 요구해 적어도 2028년까지는 신규 공장의 매출 발생이 이뤄져야 한다.
메리츠증권은 2024년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LS전선의 현지 생산법인을 통한 북미 증설에 따라 2028년경 해저케이블 연 매출이 1.5조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LS전선이 지난해 기록한 약 4800억 원 매출의 3배 이상의 규모다.
이어 LS의 적정 시가총액으로 6.4조 원을 제시하며, "급등한 구리가격의 단기적 하방압력으로 인한 (LS의) 주가 하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LS의) 주가 약세는 구리 가격 하락이 차익실현 욕구를 부추겨 빚어진 결과”라며, “주가가 구리 가격에 영향을 받아왔으나, 글로벌 전력망 구축 확대로 수혜가 예상되는 업황 흐름에 변함이 없고, 생산시설 확충으로 펀더멘탈은 더 좋아진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