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포만화 거장 ‘이토 준지’의 작품 세계가 현실로 나왔다.
몰입형 체험전시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가 15일 홍대 DUEX에서 개막했다. 이토 준지는 ‘토미에’, ‘소용돌이’, ‘소이치의 저주일기’, ‘목매는 기구’ 등 단편부터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을 넘어 전 세계의 독자를 매료시킨 작가다.
한국에서도 ‘이토 준지 걸작집’, ‘이토 준지 공포만화 컬렉션’ 등 만화책으로 출판돼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다수의 작품은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바 있다. 특히 ‘이토 준지 매니악’이라는 타이틀로 20여 편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돼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끊임없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는 그의 작품을 기반으로 스릴과 공포, 기괴한 상상력의 실체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몰입형 체험전시로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를 거쳐 이번엔 국내에 상륙했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체험존과 한 개의 원화존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체험존은 복수를 테마로 이토 준지의 작품 ‘지붕 밑의 머리카락’, ‘장서환영’, ‘터널 괴담’, ‘토미에 : 사진’, ‘견디기 힘든 미로’ 다섯 작품을 통해 몰입감 넘치는 공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두 번째 체험존은 악(惡)을 테마로 이토 준지의 작품 ‘신음하는 배수관’, ‘머리 없는 조각상’, ‘소이치의 애완동물’, ‘목매는 기구’, ‘괴롭히는 아이’를 토대로 섬뜩한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 체험존 공간에서는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다.
전시는 약 6~10명이 한팀으로 구성돼 줄을 잡고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포 체험존인 만큼 각 공간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지점들이 존재하는데, 만약 도중 관람을 원치 않을 경우 곳곳에 부착된 관람 포기 비상벨을 누르면 스태프가 퇴장을 돕는다.
전시 첫 시작부터 이토 준지 작품의 대표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토미에의 목소리가 관람객들을 이끈다. 또 각 체험존은 이토 준지의 대표 에피소드를 현실로 불러냈다고 여겨질 만큼 세세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또 다른 장난꾸러기이자 섬뜩함을 지닌 악동 캐릭터 소이치도 체험존에 위치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몸을 기괴하게 꺾거나 각 캐릭터의 대표 대사를 내뱉으며 관람객에게 말을 거는 등 이토 준지 작품의 공포를 현실에 끌어온다.
각 에피소드를 몰라도 관람에는 지장이 없지만, 더 전시를 실감나게 즐기려면 이토 준지의 대표 에피소드를 만화책으로 읽어보고 오거나, 넷플릭스에서 영상으로 감상하고 오는 걸 추천한다. 그러면 토미에나 소이치의 대사 등을 이해할 수 있어 전시 감상 흐름이 더 매끄럽다.
체험존이 지나면 2부격인 이토 준지의 원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이어진다. 이토 준지 작가의 대표작 ‘우즈마키’(소용돌이)의 원화나 전람회를 위해 직접 그린 그림 등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소중한 자료들을 비롯해 작품마다의 의미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특히 소용돌이의 마을을 현실로 불러낸 듯한 거대한 공간 연출로, 마치 이토 준지의 세계에 들어간 듯한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전시는 굿즈와 푸드존도 신경썼다. 굿즈존에서는 대만에서 공수한 인기 굿즈를 비롯해 한국에서 특별 제작된 키링, 스티커, 파우치, 아크릴 스탠드, 매직 머그잔, 네일 스티커, 네임텍 등 이토 준지의 작품 세계를 담아낸 굿즈를 만날 수 있다. 푸드존에서는 두 얼굴을 지닌 토미에 캐릭터를 두 가지 맛을 지닌 에이드로 선보이거나, 작품 속 미로를 떠올리게 하는 무늬의 바움쿠헨 등 각 에피소드를 상징화한 푸드들이 눈길을 끈다. 카페 옆 공간에는 셀프 네컷 사진 서비스도 마련됐다.
전시장 처음부터 끝까지 이토 준지의 세계관을 반영한 세심한 연출에 이토 준지 팬들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었다. 프리뷰 전시 현장을 찾은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평소 이토 준지 신간이 나오면 꾸준히 구매할 정도로 팬이었는데, 전시가 한국에서는 열리지 않아 아쉬웠던 찰나 국내 유치 소식에 반가움을 갖고 찾아왔다”며 “생각보다 이토 준지의 세계관을 잘 반영한 전시에 놀랐고, 잘 즐겼다”고 말했다.
이토 준지의 작품을 몰랐던 팬 또한 전시에 만족도를 표했다. 20대 학생 진 모 씨는 “잘 놀러오던 홍대에서 호러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와봤는데, 내용은 잘 모르지만 깜짝깜짝 놀라면서 전시를 즐겼다”며 “이후 이토 준지의 작품을 찾아 감상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진격의 거인’ 전시회를 흥행시킨 바 있는 전시 주최사 웨이즈비 측은 “이토 준지 팬뿐 아니라 여름에 맞춰 선보이는 호러 전시라는 콘셉트에 관심을 가진 관람객의 발길도 많이 이어지고 있다”며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홍대 DUEX에서 9월 8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