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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마케팅④] 가입률 1.4% ‘펫 보험’ 시장에 놓인 한계와 성장 요인

‘펫 보험’ 활성화 정부 의지 재확인...메리츠화재, 수의사 네트워크 기반 펫 보험 활성화 증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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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5호 김예은⁄ 2024.07.08 17:31:24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4곳 중 1곳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면서 지난해 펫(반려동물) 보험 계약 규모는 전년 대비 50% 넘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4곳 중 1곳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면서 국내 반려동물 연관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연평균 9.5%로 성장하며, 2022년 약 7.8조 원 규모에서 2032년 19.3조 원까지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건강관리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과 고령화 추세로 펫 의료 분야의 수요 역시 확대되는 가운데, 지난해 펫(반려동물) 보험 계약 규모는 전년 대비 50% 넘게 성장했다.

펫 보험을 판매하는 농협·롯데·메리츠·삼성·캐롯·한화·현대·ACE·DB·KB(가나다 ABC 순) 등 10개 보험사에 따르면, 작년 말 펫 보험 계약 건수(보유 기준) 합계가 10만 9,088건으로 전년(7만 1,896건)보다 52% 증가했다. 새로 계약한 신계약 건수도 5만 8,456건으로 전년(3만 5,140건)보다 66% 늘었다. 펫 보험 원수보험료(보험사가 보험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는 468억 원으로 전년(288억 원)보다 63% 급증했다.

다만, 국내 반려동물 개체수(2022년 추정 799만 마리)를 감안할 때 국내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1.4% 수준으로, 스웨덴(40%)이나 영국(25%), 일본(12.5%)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월평균 양육비 중 병원비가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양육자의 약 83%가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한국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나타났다.

특히 반려동물 진료비 자체도 비싸지만, 지출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고, 진료비가 병원과 의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이 반려 가구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이 같은 반려 가구의 진료비 부담으로 반려동물 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반려동물 보험 수요와 시장 경쟁도는 낮은 상황이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사람과 유사한 다양한 질환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양육자의 의료비 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 반려동물 보험 통계를 살펴보면 보험금 지급 기준 1위 항목은 슬개골 탈구로 평균 치료비가 170만 원가량이며, 이물 섭취 수술의 경우 평균 140만 원의 수술비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메리츠증권 제공

기반 인프라 개선 시 펫 보험 상품성 개선 기대
2014년 동물등록제 의무화 이후 보험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로 보험 상품 공급이 확대되었으나 여전히 시장 성장이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그 원인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부담하는 비용 대비 보험 상품의 경쟁력이 적다는 유인과 공급자 입장에선 상품을 다각화할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소비자 입장에서 반려동물 보험 가입 의향을 저해하는 요인은 현재 시판 중인 반려동물 보험(2024년 기준 10개 보험사)의 협소한 보장 범위, 낮은 보상한도, 연령 제한 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수린·박혜진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시판 중인 반려동물 보험은 질병·상해 발생 시 수술비나 입·통원비 부담을 줄이는 실손의료보험의 목적으로 출시되고 있으나, 보상금액의 한도가 낮고 수술비는 횟수도 제약(보통 연 2회)이 있어 고비용 발생 시 보상비율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장 범위 역시 충분치 않으며, 자기 부담률, 가입 금액, 보상한도 등에서 보험회사나 상품에 따른 차별화도 충분치 않다.

본격적으로 병원비 부담이 늘어나는 10세 이후 가입이 제약된다는 점도 저해 요인이다.

그럼에도 보험료 부담은 높다. 반려동물의 보험료는 자기 부담률, 가입 금액, 보상한도 등에서 보험회사나 상품에 따른 차별화로 보통 월 4만~5만 원, 높게는 8만~9만 원에 달하는데, 40세 남성 기준 월평균 실손보험료가 1만~4만 원대에 분포해 있는 것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소비자의 불편을 인식하고 있는 보험회사가 상품 다각화와 보장 범위 확장 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요인은 제도적 기반 미비로 인한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제약에서 찾을 수 있다.

보험연구원 김경선·강윤지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반려동물의 진료비 체계가 보험계약자(반려인)와 보험회사, 동물병원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진료비는 동물병원마다 7∼8배의 편차가 있는 등 비용 편차가 크고, 진료비용 체계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진료비 예측이 어렵다. 이는 소비자의 비용 예측 가능성을 저해함은 물론, 보험회사의 손해율 관리와 보장한도 확대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손해보험업계는 질병 및 진료행위 명칭이 제각각으로 통계 관리되는 것을 개선할 동물진료 표준 진료 코드와 동물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시장 성장의 주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 지적한다. 이 같은 표준화를 기반으로 한 진료비 관련 통계와 데이터 확보가 보험료 산정 및 손해율 관리, 나아가 상품 개발에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병원마다 다른 질병 항목의 통일, 진료행위 명칭과 코드의 표준화 등이 요구되며, 진료체계 표준화를 통한 의료데이터 축적 이후 장기적으로는 표준수가제 도입까지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연구원 김유미 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험을 최초로 출시하고 보험 가입률이 40%에 육박하는 스웨덴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2018년에서 2021년까지 연평균 9.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은 반려동물 등록제도를 비롯한 동물복지 시스템과 법률을 기반으로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그 결과 체계화 된 시스템과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고품질 의료장비 사용 및 정교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며 수의학의 높은 임상 기준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시장은 2014년 동물등록제 의무화 이후, 지난해 수의사법 개정을 통해 동물병원의 진료비 사전 게시를 의무화했다. 나아가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4월 20종의 표준 진료 절차를 마련해 고시하고, 이를 내년까지 총 100개 다빈도 진료 항목으로 확대하는 등 진료체계 표준화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손보 업계는 수의사법 개정을 통한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가 반려동물에 대한 과잉 진료나 보험사기를 방지하고, 반려동물의 연령, 품종 등에 따른 상품개발과 보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같은 동물병원의 동물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7건의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관련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3일 “반려동물 진료기록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반려동물 진료기록부 공개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온라인 소통 창구 ‘국민제안’ 개설 2주년을 맞아 정책 과제 이행 현황을 공개하며 “현행법상 의사와 달리 수의사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가 없어, 반려동물 보호자의 알권리가 침해되고 동물진료업의 투명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는 대한약사회의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이어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반려동물 진료기록(복약 정보 포함) 열람을 허용하고, 소송 등 필요시 사본 발급도 가능토록 개선할 것”이라며 관련 정책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4월 한국동물병원협회, 서울시수의사회와 반려동물 실손보험 활성화 및 의료복지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메리츠증권 제공

메리츠화재, 자체 수의 네트워크 기반 고객 편의성 개선
다만, 진료체계 및 진료비 표준화는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은 "과도기의 보험회사는 동물병원과의 제휴 또는 경영지원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해 진료비 협상 및 손해율을 관리하는 방안을 일차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경우 반려동물 표준수가제가 없음에도 동물병원 네트워크와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펫 보험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 보험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확보한 메리츠화재는 정부의 정책 개선 외에도 보험회사가 동물병원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보험금 청구 편의성을 제고하는 등의 대응으로 시장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 업계 최초로 전용 브랜드인 '펫퍼민트'를 출시, 이를 통해 업계 전체 계약 건수(약 11만 건, 손해보험업계)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원수보험료 기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청구 전산화를 사전 도입함으로써 소비자의 펫 보험금 청구 편의성을 제고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메리츠화재는 업계 유일의 보험금 자동 청구 시스템이 이 같은 선두 위치 점유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 가입 고객은 전국 약 400곳의 제휴 동물병원 진료 시 보험금을 자동 청구할 수 있다. 진료비 외 추가 비용을 내고 서류를 발급받은 뒤 설계사 혹은 보험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험금을 신청해야 하는 통상적인 시스템에 비해 훨씬 편리하다는 평가다.

나아가 메리츠화재는 지난 4월 각각 한국 동물병원협회, 서울시수의사회와 반려동물 실손보험 활성화 및 의료복지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국내 보험사 중 유일하게 수의사 단체와 공식적인 협약 관계를 맺었다.

메리츠화재와 손을 잡은 사단법인 한국 동물병원협회는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와 아시아소동물수의사회(FASAVA)의 한국 대표 단체다. 약 1,200곳의 동물병원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메리츠화재와 한국 동물병원협회는 펫 보험을 통해 진료비 부담을 줄이면 반려동물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해 이번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반려동물의 선진화된 양육 문화와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펫 보험이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펫 보험 활성화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한국 동물병원협회 이병렬 회장은 “100년의 펫 보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스웨덴처럼 국내 펫 보험 시장도 활성화되길 기원한다”면서 “반려동물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양측의 공동 목표”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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