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4.07.12 13:48:42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등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가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들 주사제가 지닌 한계를 극복할 제형 변경 기술이 신성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GLP-1 계열 성분은 대부분 펩타이드 성분으로 경구 투여시 생체 이용률이 낮고, 비만치료제는 주사제로 개발돼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이 낮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라파스(대표 정도현)'가 개발한 '패치형 위고비' 신약이 세계 최초의 임상 1상 결과를 앞두고 이틀 연속 강세다.
라파스는 이날 오후 1시 36분 기준 전거래일 대비 3030원(23.86%) 상승한 1만5730원에 거래되고 있다. 라파스는 전거래일 임상 1상이 10월에 종료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29.99% 상승한 바 있다.
비만치료제 개발은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바이오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 과제로, 라파스는 주사제 세마글루티드(노보노디스크사 위고비)를 무통증 주사라고도 불리는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전환한 개량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라파스가 개발한 마이크로니들은 접착 밴드에 모기 침만큼 얇은 미세바늘 형태의 약물이 붙어있다. 밴드를 피부에 부착하면, 피부에 침투된 바늘이 스스로 녹으며 니들에 함유된 약물이 인체에 흡수되는 원리가 적용된다.
바늘이 얇아 통증도 거의 없으며 위장관을 거치지 않고 인체에 흡수돼, 주사제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극복할 기술로 꼽힌다. 위고비와 같은 비만치료제 이외에도 백신과 기타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 확장성을 갖는다.
라파스는 지난 3월 공동연구기관인 대원제약과 세마글루티드 비만치료제용 마이크로니들 패치제 ‘DW-1022’에 대해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상(IND) 계획을 승인받았다.
대원제약은 유전자 재조합 세마글루티드를 합성펩타이드(케미컬시밀러)로 전환해 신약에 준하는 원료의약품 개발과 완제의약품의 연구를 담당하고,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생산을 담당한다.
패치 생산에서 라파스의 차별화된 기술력은 세계 최초로 시도한 DEN(Droplet Extension) 생산 방식에 있다.
기존에 패치 개발사들은 바늘 모양의 틀을 만들고 그 틀 안에 약물을 넣어서 응고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이와 달리 라파스는 패치 위에 약물 성분을 한 방울(Droplet) 씩 떨어뜨리고, 그 위에 또 다른 패치를 덮고 떼어내는 방식을 차용했다. 이 과정에서 위 아래의 두 패치의 약물 성분이 늘어나면서(Extension) 끝이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응고되고 동시에 두개의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제작되는 방식이다.
이로써 라파스는 5분 이내의 제조 시간으로 하루에 5만개 이상의 패치를 대량 생산하고, 정량의 약물을 바늘마다 균일한 성분으로 함유하게 하는 것에 성공했다.
바늘 속 약물의 정량적 일관성을 입증한 라파스는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미국 FDA에 의약품 공장의 실사를 통과한 업체로 등록됐다. 이 같은 라파스의 DEN 제조기술은 2033년까지 특허로 보호된다.
이번 임상1상에서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비만치료제용 마이크로니들 패치제(DW-1022)의 안전성 및 약동학적 특성과, 노보노디스크 비만치료제 주사제 위고비를 대조약으로 한 상대 생체 이용률을 평가한다.
이번 임상 1상에서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시험에 참여하는 목표 대상자는 총 30명으로 세마글루티드 세가지 용량을 투여해 단계적으로 용량을 증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라파스 관계자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제인 DW-1022가 주사제 대비 동등한 생체 흡수와 효과를 보여 준다면 기존 위고비 주사제 단점인 통증 유발과 2차 감염 및 의료폐기물이 발생하는 단점 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도현 라파스 대표는 지난 10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라파스가 패치형 위고비 DW-1022의 임상 1상에 진입했다는 건 비임상 동물실험에서 약동학(PK)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것”이라며 “제형 변경에서 가장 중요한 PK 데이터의 허들을 넘은 것(PK 데이터 증명에 성공한 것)은 큰 의미”라고 밝혔다.
PK는 약물을 신체에 투약한 뒤 시간에 따른 혈중 약물 농도의 변화를 측정한 값이다. 신약 개발에서 약물이 신체에 적합한 농도가 유지되어 체내 표적 기관에 도달하는지를 판단해 신약 유효성 판단의 기준이 된다.
정 대표는 “임상 1상을 10월에 종료할 것”이라며 “중국 현지 제약사 및 글로벌 제약사들이 휴먼 PoC(개념 증명, Proof of Concept)를 보고 기술을 이전해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