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곽동신 부회장은 두 아들에게 한미반도체 주식을 각각 96만9937주씩 총 193만9874주를 증여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전날 종가(15만7900원) 기준 3063억 원 어치다. 증여 발표 이후 한미반도체 주가는 전날보다 5% 넘게 뛰었다. 최대주주의 증여를 주가 저점 신호로 읽은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가 보통 세금 부담을 줄이고자 주가가 낮다고 볼 때 증여에 나선다는 점을 고려, 투자자들은 한미반도체 매수에 나섰다.
최대주주의 증여를 주가 저점으로 판단하는 근거는 세금이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증여·상속할 때는 할증(20%)을 적용해 주식 가치(상장 주식 증여일 전후 각 2개월 종가 평균)의 최대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특히 정부가 세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재계의 주장을 반영해 최대주주 할증 폐지를 추진하는 중에 곽 부회장은 증여를 결정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올해 들어 급등을 이어갔다. AI 열풍에 힘을 받았다. 한미반도체의 주력 제품은 열 압착(TC) 본더다.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들려면 여러 개의 D램을 붙일 수 있는 TC본더가 필요하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올해 초 6만800원에서 지난달 14일 사상 최고가인 19만6200원까지 3배 넘게 뛰었다.
다만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최근 한달 동안 고점 대비 15% 넘게 주가가 하락하며 조정을 거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1개월간 한미반도체 주식을 각각 1420억 원, 1190억 원 순매도했다.
증권사들은 한미반도체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한미반도체 목표주가로 평균 20만6000원을 제시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한미반도체 목표주가를 30만 원을 제시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