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발표한 HD현대중공업이 26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6일 오후 1시 34분 HD현대중공업은 전거래일 대비 6만4500원 증가한 20만35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개장과 함께 상승세를 지속하던 회사의 주가는 오후 12시 43분경 21만 원의 신고가까지 치솟은 뒤 20만20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초부터 HD현대중공업은 약60%의 주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전날 2분기 3조 8,840억 원의 매출과 1,95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와 818% 성장한 호실적을 공시했다.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약 74.8% 상회하는 실적이다.
특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영업익 상승 배경으로 사측은 사내공정 정상화에 따른 외주제작 비중 하락과 내재화 증가로 인한 원가 감소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호실적에 기여할 것이라 예상됐던 환율 상승 및 후판가 하락 등의 영향은 이번 분기 영향이 크지 않았다. 이에 상반기 반영되지 않은 후판가 하락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요인이 추후 반영돼 하반기 실적 개선폭이 더욱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의 매출 성장은 상선 본업의 주된 성장이 뒷받침된 성과라는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 조선 부문의 2분기 성과는 분기 변동성이 있는 특수선의 매출 증가를 제외하더라도 전년 대비 44.2%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7월말 현재 누적 수주는 81.8억 달러로 수주목표의 114%를 달성해 경쟁사의 2배에 이르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높은 성장세에도 시장에선 여전히 조선업의 ‘수퍼 사이클(Super-cycle·장기 호황)’이 초입 국면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조선비즈는 외국계 JP모건의 전날 발표를 인용해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에 대한 투자의견을 ‘오버 웨이트(Over weight·비중 확대)’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이들 기업의 “독(Dock·선박 건조장) 활용률과 인도 선박 수익성 개선 등에 따른 이익 증가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며 “HD현대그룹 계열 조선사가 올해 2분기 거둔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조선 업황 개선 전망이 초입 국면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전세계에서 대형 선박을 지을 조선소가 줄어든 배경이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생 전까지 전 세계에 2만톤(t)급 이상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 야드는 320여개 였으나, 해운업계가 불황기를 거치며 현재 남아있는 조선소는 150여개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불황기 동안 선박 교체 시기 역시 미춰지며 전 세계 선박 중 34%가 건조된 지 15년 이상인 ‘노후 선박’이 됐다. 이는선박 발주 수요가 그만큼 쌓여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건조 능력 급감과 수요 증대가 맞물리자 조선을 건조하는 비용 역시 높아지며, 조선사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지수화 해 조선업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는 이달 현재 187.91까지 상승했다. 이는 올해 최고점이자, 조선업계가 최대 호황을 누렸던 2007년 5월 191에 근접한 수치다.
현재 HD현대중공업 수주잔량 중 가장 비중이 큰 액화천연가스(LNG)선은 2023년 9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선 역시 2년 동안 신조선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같은 수익성 개선 기대를 뒷받침 하고 있다.
2분기 HD현대중공업 실적에는 2021년 수주물량이 30%, 2022년 수주 물량이 66%가 반영됐다. 현재까지 2021년의 저가 물량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이 앞으로의 기대감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선가가 2021년 초부터 현재까지도 상승 국면이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앞으로의 수익성 개선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2분기 HD현대중공업의 실질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은 5.6%를 달성했다. 이는 2분기 영업이익에 포함된 외주업체 선급금 대손처리를 포함한 200억원의 일회성 손실이 제외된 수치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 1.5%에서 4배 가까이 성장세를 보였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5.1%로 상향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공정개선 효과는 2분기가 시작이며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라며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이번 분기에 크게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되나, 연내 하락세 지속이 예상되며 이러한 효과가 하반기에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수주한 물량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부터 유의미한 선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이 상선 본업의 탄탄한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조선해양에서 분사 이래 처음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의 수단을 통해 그룹사 평균 수준(배당성향 30%)의 주주 환원을 추진 중"이라며, "(이 같은 요인이 맞물리며) 올해가 HD현대중공업과 한국 조선사에 기념할 만한 한 해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