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8호 김금영⁄ 2024.08.12 13:45:47
1978년 인천항 8부두에 건립돼 40년 동안 전국 곳곳에 곡물과 사료를 공급해온 곡물창고. 2024년 7월 이 곡물창고는 전시공간과 라운지 편집샵, 아트샵, F&B(식음료), 리테일 매장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체험공간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상상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이 중심에 ‘뮤지엄엘’이 있다.
LG헬로비전의 지역 기반 문화관광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한 첫 B2C(business to consumer, 소비자 대상 사업) 사업으로 주목받은 뮤지엄엘은 인천의 문화·관광 중심지이자 원도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 랜드마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역·차이나타운·월미도 등 주요 관광지와 인접한 뮤지엄엘의 지리적 이점을 토대로, 인천시·인천관광공사와 협력해 원도심 관광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그 첫 발걸음으로 현재 뮤지엄엘 개관전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약 2200평의 넓은 규모를 활용해 각각의 전시 공간 특성에 맞춘 기획전을 3개나 마련해 눈길을 끈다.
‘루브르 나온 모나리자’부터 ‘팝아트 거장 카츠’
‘이랜드뮤지엄 희귀 소장품’까지 한자리에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재생되는 영상. 그 영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모나리자 그림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 몰입감은 마치 한국을 떠나 저 멀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현장을 찾은 듯 상당하다.
1관에서 선보이는 ‘모나리자 이머시브’는 루브르 박물관과 디지털 전시 개발사 ‘그랑팔레 이머시브’가 공동 제작한 전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인 모나리자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몰입형 경험을 통해 재발견하고, 그 역사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911년 도난 사건으로 인해 방탄유리로 꼭꼭 둘러싸여 박물관 밖을 나올 수 없게 된 모나리자 그림을 미디어아트로 풀어내며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시도다. 프랑스 현지 전시에 이어 이번엔 뮤지엄엘을 통해 한국 관람객을 만난다.
특히 이 전시는 LG헬로비전 김현정 문화공간사업&뮤지엄엘 총괄 디렉터가 자신감을 드러낸 콘텐츠이기도 하다. 2014년부터 ‘빛의 벙커’ 사업을 총괄, 2018년 국내에 첫 몰입형 전시를 선보인 그는 이후 디스트릭트에서 ‘아르떼뮤지엄’ 국내사업과 브랜드 제휴를 담당하는 등 몰입형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김현정 디렉터는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하나의 장르로 만든 뒤 여기서 더 나아간 다음 버전을 선보여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며 “그러던 중 뮤지엄엘을 통해 문화공간 사업을 준비하게 됐고, 이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기존 미디어아트와는 차별화된, 퀄리티 있는 몰입형 아트를 선보이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그림으로 불리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려진 모나리자의 스토리를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보여주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루브르 박물관, 그랑팔레 이머시브와 협업했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그림을 새로운 형식으로 풀며 감동을 주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전시는 ‘모나리자가 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총 6개의 테마에 걸쳐 모나리자 그림의 역사와 다빈치의 천재성을 다감각형 미디어아트 체험으로 구현한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소리로도 듣고, 전시장에 설치된 터치 스크린을 통해 직접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500년 된 모나리자 그림이 현대의 아이콘이 된 이유, 그 신비로운 미소가 다른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방식, 그림의 구성, 모나리자가 도난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진 과정, 작가가 그림에 적용한 독특한 회화 기법 등을 탐구한다.
프랑스에서 열렸던 기존 전시와는 연출 방식으로 차별점을 뒀다. 뱅상 뿌수 그랑팔레 이머시브 회장 겸 RNM 이사는 “프랑스에서의 전시는 모든 영상을 다 보고 인터렉티브 체험을 즐길 수 있지만, 한국 전시는 왼쪽 벽면엔 영상을 비추고, 오른쪽 벽면엔 인터렉티브 체험 공간을 두는 등 넓은 공간을 적극 활용해 한 공간에서 모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고 말했다.
2관에서는 ‘아메리칸 스타일’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의 거장 알렉스 카츠의 원화 전시가 진행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주요 컬렉션 67여 점이 공개되며 작가의 초기 작품을 비롯해 초상화, 풍경화, 드로잉, 컷아웃 등 장르별 주요작을 한 공간에서 감상하면서 작가의 예술 여정을 되짚어볼 수 있다. 카츠의 영원한 뮤즈이자 아내인 에이다를 그린 작품을 포함해 밝은 색채와 6m 이상의 크기로 공간을 압도하는 대형 작품들도 전시된다.
김현정 디렉터는 “삶을 그리는 화가, 알렉스 카츠의 삶을 대변하는 작품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구상회화 영역에서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그는 특히 인물 초상에서 독보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이번 전시에서 이를 모두 아우른다”며 “전통과 실험을 넘나들며 카츠가 선보이는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군힐드 바우어 알베르티나뮤지엄 큐레이터는 “카츠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미술가 중 1명이자 팝아트의 선구자로, 그의 예술세계를 동경하는 현대 예술가가 많다”며 “그의 작품 대부분은 자연과 빛을 관찰하고 영감을 받은 결과물인데, 이는 여타 팝아티스트와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수년간 자연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작품 하나가 탄생한다’고 한 카츠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자연의 색을 중점으로 표현된 그의 작품만의 색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 공간부터 독특한 특색을 뛰는 3관은 이랜드뮤지엄과의 협업으로 전시를 마련했다. 1관이 마치 영화관에 들어간 것 같은 블랙박스, 2관이 회화 작품 설치 및 감상에 집중된 대형 전시장이었다면 3관은 채광이 쏟아져 내리는 유리 창문으로 바깥과 연결된 듯한 감각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을 연다. NBA 역대 최대 올스타 연속 출전 르브론 제임스부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까지 유니폼, 농구화, 우승 트로피 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들의 소장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전시는 앞서 현대백화점에서 열려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는 등 이미 농구 팬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 전시의 차별점은 넓어진 규모와 추가된 콘텐츠다.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전시총괄 이사는 “뮤지엄엘 개관을 기념해 야오밍 컬렉션이 스페셜 섹션으로 마련됐고, 1952-53시즌을 시작으로 정규 시즌 내 최고의 활약을 펼친 루키에게 올해의 신인상이 수여돼 왔는데, 이를 대표하는 루키 그랜트 힐(1995), 크리스 폴(2006), 빅토르 웸반야마(2004) 등을 소개하는 ‘더 루키즈’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서 현대백화점 판교점 전시에서 전시를 보기 위해 가평에서 첫차를 타고 오거나 장래희망이 스포츠 캐스터인 관람객 등 다양한 농구 팬층의 방문이 이어졌다. 농구에 대한 애정으로 정보가 빠삭한 이들은 2시간 넘게 전시를 관람하고 피드백을 주는 등 역도슨트 현상도 벌어졌었다”며 “이 피드백들을 바탕으로 보다 전시를 개선, 풍성하게 꾸릴 수 있었고 이번 전시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구에 대해 잘 모르는 관람객을 위한 포토존과 3점 슛 존, 컬러링 존 등 3개의 스페셜 체험존도 마련됐다. 특히 전시장 천장에 닿을 듯 거대한 농구선수들의 조형물은 현대백화점의 도움으로 마련된 결과물이다.
서영희 이사는 “공간 구성 자체가 재미있는 요소가 많고, 포토스팟이 많다. 저 또한 단신이어서 덩크슛을 못해봤는데 누구나 덩크슛을 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또한 AI(인공지능)를 이용한 페인팅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며 “꼭 농구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관람객층이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전시장 내에 박진감 넘치는 농구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음악도 흘러나와 더 흥미진진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LG헬로비전과 이랜드라는 규모 있는 기업들의 만남을 통해 글로벌로 행하는 행보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여러 협업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뮤지엄엘을 통해 많이 배우려 한다”고 했다. 이랜드뮤지엄은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패션, 아트 4가지 맥락 아래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희귀 컬렉션을 수집해 왔다. 서영희 이사에 따르면 2~3년 내에 이랜드 자체에서도 박물관 건립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재 활발히 행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뮤지엄엘 등과의 협업은 이를 위한 현장 경험으로도 읽힌다.
글로벌·위대함·스토리 품은 뮤지엄엘
문화생활 핫플레이스이자 인천 원도심 랜드마크 된다
전시장 바깥 라운지엔 LG전자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초대형 키네틱 LED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개관전 3개를 공감각적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다양한 3개의 개관전을 하나로 묶은 주제는 ‘글로벌’, ‘위대함’, ‘스토리’다. 김현정 디렉터는 “1관 루브르 박물관과의 넥스트 버전 이머시브 아트, 2관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대표하는 알베르티나 미술관과의 전시, 3관 이랜드뮤지엄의 미국 NBA 희귀 소장품 등 개관전 모두 글로벌한 문화를 선보인다. 이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 개항장과의 이미지와도 맞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들 아는 것처럼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면서 오늘날 예술과 기술 융합의 시작점에 있는 대표적인 천재이고, 알렉스 카츠 또한 잭슨 플록, 앤디 워홀과는 다른 구상 회화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팝아트 계열 대표적 화가로 자리매김했다는 측면에서 위대하다. 3관의 위대한 농구 선수들 또한 역사에 남는, 감동 있는 울림을 주는 존재”라며 “이 이야기를 각각의 테마별로 스토리를 구축해 보여준다. 이처럼 전시는 글로벌, 위대함, 스토리라는 공통점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뮤지엄엘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3개의 전시관 외에도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라운지, 강연·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세미나실로 전체 공간을 구성했다. 여기에 뮤지엄엘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 ‘빈브라더스’ 등 F&B 매장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공간까지 더해 가족, 친구, 연인 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LG헬로비전은 지역 문화·관광 사업 진출로 차별화 성장전략을 가속화한다. 지역 기반 케이블TV 사업자로써 쌓아온 행사·이벤트 수주 경험과 ICT(정보통신기술) 역량을 공간 기획과 실감 미디어 분야로 확장, 지역의 유휴부지를 매력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나갈 계획이다. LG헬로비전은 뮤지엄엘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지역의 사업 레퍼런스를 확보, 지역과 상생하는 대표 문화·관광 솔루션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김현정 디렉터는 “뮤지엄엘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는 특별한 공간으로 방문객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과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개관전에 이어 차기작도 벌써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뮤지엄엘을 1년 365일 운영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재방문의 이유를 줄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제공하는 장으로 꾸려가겠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 송구영 대표는 뮤지엄엘 개관식에서 “뮤지엄엘이 인천시민을 비롯한 국내외 관광객에게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선사하는 핫플레이스이자, 인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랜드마크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LG헬로비전은 앞으로도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하며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