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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의 특별한 동행③] 워터파크, 하루쯤은 장애인만 사용해도 좋잖아?

노원구, ‘꿀잼워터파크’ 운영하며 하루 장애인·가족에만 개방… 올해 들어 통합놀이환경 놀이활동가 양성, 평생교육이용권 지원,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지원센터 설립 등 장애인 복지사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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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8호 김응구⁄ 2024.08.22 14:44:22

서울 노원구가 7월 19일부터 8월 17일까지 운영한 ‘꿀잼워터파크’는 7만8000여 명이 찾아 대성황을 이뤘다. 그중 8월 5일은 장애인과 그 가족만 이용하도록 했다. 사진=노원구청

3년 전 노원구의 한 근린공원에서 정비사업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사업 취지와 방향을 알려주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사업비 16억 원으로 순환산책로와 잔디마당을 만들고 낡은 시설물도 교체한다고 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이 자리에 참석했다. 30분가량의 설명을 끝내고 질문을 받는 순서다. 여러 순번이 지나고 한 주민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가 오 구청장에게 물었다. 근린공원을 찾을 때면 간혹 장애인들이 통행에 방해되는데, 그들을 위한 길을 따로 만들 순 없냐고 했다. 오 구청장이 그대로 말을 받았다. “그럴 순 없어요.”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분들도 공원을 즐기러 오는 거예요. 집에만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비장애인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기 위해 그런 걸 만드는 건 좋지 않아요. 다 같이 어울리는 공간이잖아요.”

그 주민은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고 했다. 물론 그 말에 100% 동의한다. 주민설명회는 끝났지만, 이 상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스스로 정리해봤다. 그러니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드는 건,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오히려 차별이라는 해석이다. 오 구청장은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테다.

이후 지금까지 쭉 봐온 대로라면 노원구는, 또는 오승록 구청장은 문화사업 못지않게 장애인 복지사업을 구정(區政) 중심에 두고 있다. 남들 다하는 물놀이 프로그램만 봐도 노원구는 조금 더 특별하다.

8월 5일 열린 노원구 ‘꿀잼워터파크’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이 재밌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노원구청

장애인과 그 가족만을 위한 ‘꿀잼워터파크’ 성황리 열려

노원구의 대표적인 하계 복지 프로그램으로 ‘꿀잼워터파크’가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렸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운동장에 9000㎡ 규모의 물놀이시설을 조성해놓고 7월 19일부터 8월 17일까지 운영했다.

운동장에는 야외수영장, 유수풀, 에어슬라이드, 핸들보트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로 가득 채웠다. 특히, 워터슬라이드(물썰매)는 지난해보다 20m 늘어난 100m 길이로 준비해 짜릿한 스릴과 재미를 안겨줬다. 이 기간 노원구민, 과기대 직원·학생, 36개월 미만 아동은 공짜로 즐겼다.

그런 꿀잼워터파크는 8월 5일 월요일 단 한 차례 휴장했다. 정확히는 특별 손님에게만 문을 열었다. 이날 노원구는 꿀잼워터파크를 장애인과 그 가족만을 위한 물놀이장으로 운영했다. 지난해 바로 이곳, 같은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 가족들이 “근거리에서 여가활동을 할 수 있어 좋아요”, “무엇보다 맘 편히 놀 수 있어서 좋습니다” 등 높은 만족도를 보여, 노원구가 올해도 이들을 초청했다.

노원구와 노원구장애인총연합회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사전 신청받은 관내 장애인과 가족, 활동지원사, 기관 종사자 등 500여 명이 함께했다. 현장에는 장애인과 가족이 안전하게 즐기도록 노원구청 직원과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장애인에겐 해변용 휠체어와 샤워용 휠체어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점자표지판 같은 편의시설도 준비했다. 특히,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따로 설치해 물놀이를 충분히 즐기도록 했다.

꿀잼워터파크에 참여한 한 장애인은 “중증장애가 있어 물에 들어가기 어렵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린다는 그 자체가 의미 있고 참 기쁘다”고 말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평소 외부 여가활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꿀잼워터파크가 뜨거운 더위를 잊을 만큼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와 여가활동으로 장애인이 웃을 기회를 자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에 따르면 올해 꿀잼워터파크는 다른 지역주민 1만4000여 명을 포함해 모두 7만8000여 명이 즐겼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하루 평균 4300여 명이 찾았다.

한편, 노원구는 2019년 중랑천 워터파크 초청행사를 시작으로 장애인 대상의 여러 초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과기대에 마련한 눈썰매장이나 커피축제·수제맥주축제에 시각장애인을 초청해 시음과 도슨트 체험을 도왔다. 이 사업들은 참여자의 반응이 좋아 더 확대할 방침이다.

노원구의 장애인 복지사업은 대개 긴 호흡이 필요한 것들이다. 순간순간의 인기를 위해 급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충분히 검토한 후 꼭 필요한 사업들만 선보인다. 올 한해도 그렇다. 어떤 사업들이 장애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는지 짤막하게 살펴본다.

노원구 마들체육공원 내 통합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사진=노원구청

통합놀이환경 조성하기 위한 ‘놀이활동가’ 양성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놀이터는 많지만 장애 아동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 31곳뿐이다. 통합놀이터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모두 이용하는 놀이터다. 놀이기구에 경사로가 있는지 없는지, 휠체어에서 옮겨탈 수 있는 지지대가 있는지 없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노원구에는 마들체육공원 안에 장애‧비장애 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초록숲놀이터’가 있다. 아울러 올해 준공을 앞둔 청소년 특화 체육 공간 노해체육공원에도 통합놀이터가 조성된다. 이곳들에는 바닥 트램펄린, 다인용 그네,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복합놀이대 등의 놀이기구가 있다.

노원구는 여기서 한 발 더 내디뎌, 국제아동권리NGO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통합놀이환경 조성을 위한 ‘놀이활동가’를 양성한다. 앞서 지난해에는 세이브더칠드런 서울지역본부와 관내 아동‧성인 175명이 ‘우리동네 놀이환경진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공공어린이공원의 놀이환경을 진단하고, 그 결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통합놀이환경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놀이활동가 양성 교육은 △구조·응급처치 전문교육 △장애 아동 놀 권리 워크숍 △놀이 지도 이해 △장애 아동 참여권 워크숍 △모두를 위한 놀이계획 수립 △놀이터 실습 및 온라인 교육으로 이뤄진다. 이 교육 과정에는 지난해 놀이환경진단에서 제안된 의견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놀이환경 조성’을 반영한 장애 아동과의 놀이 활동 교육도 포함했다.

놀이활동가는 노원구민이나 관내 소재 대학생‧직장인으로 구성됐으며,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활동한다. 모든 활동이 끝나면 봉사활동시간을 부여하고, 아울러 노원구청장 명의의 교육 수료증과 구조‧응급처치 전문교육 이수증이 발급된다.

노원구는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자립을 위해 ‘평생교육이용권’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성서대학교에서 관학 협력 장애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원구청

‘장애인 평생교육이용권’으로 자립과 사회참여 도와

지난 6월 말 현재 노원구의 등록장애인(만19세 이상)은 2만5000여 명이다. 서울 지자체 중 두 번째로 많은 수다.

이에 노원구는 장애인이 좀 더 쉽고 편하게 필요한 학습을 받도록 ‘장애인 평생교육이용권’ 사업을 준비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 공모에 참여했고, 이에 선정되면서 올해 처음 시작한다.

사업 내용은 간단하다. 관내 거주하는 19세 이상 등록장애인 92명에게 1인당 35만 원의 수강권(바우처)을 제공한다. 7월에 지원 대상자를 모집했는데 그 결과 신청자가 지원 규모를 넘어섰다. 이에 노원구는 저소득층을 우선 선정하고, 잔여 인원은 다른 지원사업과 중복되지 않는지 검증한 후 대상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지원 대상자로 확정된 장애인은 올 연말까지 전용 체크카드(평생교육 희망카드)로 본인에게 필요한 평생학습 강좌의 수강료와 교재비용을 결제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등록기관은 관내 27곳 외에도 전국 3000여 곳에 달한다. 거주지와 관계없이 평생교육바우처 홈페이지에 등록된 기관에서 온·오프라인 강좌를 수강하면 된다.

노원구는 지난 6월 서울 자치구 최초로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평생교육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센터가 마련된 덕성여대 생활관 내 예룸예술학교 앞에서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노원구청

서울 최초 경계선 지능인 위한 평생교육지원센터 설립

지난 6월에는 서울 자치구 최초로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평생교육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1~84 정도로, 지적장애인(IQ 70 이하)과 비지적장애인 사이의 경계에 있는 이들이다. 인지장애의 한 종류.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평균보다 학습능력, 어휘력, 인지능력, 이해력, 사회적응력이 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장애인 등록이 되지 않아 교육·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노원구는 이런 경계선 지능인에게 생애주기별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체계적인 사회지원망을 구축해 이들의 자립역량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센터는 현재 임차해 사용 중인 상계동 덕성여대 생활관 내 예룸예술학교의 방과후 유휴공간을 활용한다.

주요 사업은 △전문기관 및 지역연계 프로그램 △자조모임(청소년·청년·가족) 지원 △직업역량 개발 교육 △생애주기별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 △경계선 지능인 성장 사례관리 및 공유로 구성했다.

노원구는 경계선 지능인이 법정 장애인으로 등록돼있지 않기 때문에 지원 대상자를 발굴·선별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의 인식 전환 사업도 함께 전개할 계획이다.

노원구는 2021년 제정한 〈서울특별시 노원구 경계선 지능인 지원 조례〉를 지난해 개정해 지원대상을 전 연령으로 확대하고,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로드맵 준비에 착수했다. 이어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학부모 설명회와 의견수렴을 거쳤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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