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9호 김금영⁄ 2024.08.21 09:35:27
뇌전증 환아와 가족을 위한 남양유업의 행보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수분유를 만들고, 관련 캠페인을 전개하며, 행사까지 후원하는 등 다방면의 지원을 펼치고 있다.
22년째 특수분유 ‘케토니아’ 생산…취약계층 후원도
남양유업은 올해로 22년째 뇌전증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 ‘케토니아’를 생산하고 있다. 뇌전증은 뇌에 비정상적인 전류가 흐르는 질환으로, 2009년까지 ‘간질’로 불렸다. 비정상적인 전기활동이 발생해 경련이 생기거나 정신을 잃는 발작이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약물치료와 함께 ‘케톤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단순히 지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탄수화물의 비율을 정확히 나눠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하기에, 어린 환아를 둔 가정이나 병원에서는 이러한 식이요법을 준비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또한 환아 수가 많지 않아 시장성이 없고, 막대한 연구비와 설비 투자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기도 한다.
이 가운데 남양유업은 뇌전증을 겪는 환아에게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케톤 생성 식이요법’이 필요하다고 판단, 자사 연구진과 뇌전증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연세대학교 김흥동 교수, 인제대학교 김동욱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2002년 뇌전증 특수분유 ‘케토니아’를 개발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과 협약을 맺어 제품 성분 개선 등의 관련 연구를 지속하며 소수 환아를 위해 특수분유 개발과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에는 발작 조절 개선과 흥분성 물질 전달 억제 등의 효과를 보인 C10 지방산 비율을 강화하는 실험을 추진하기도 했다.
제품 개발뿐 아니라 후원 활동도 전개 중이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과 협약을 맺고 2010년부터 15년째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 환자 가정을 대상으로 무상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엔 케토니아 개발 20주년을 맞아 후원 환아 수를 확대하기도 했다.
최근엔 케토니아 판매처를 자사몰 ‘남양몰’로 일원화하며 고객 편의 개선에도 나섰다. 이번 유통 구조 개편으로 남양유업은 케토니아 주문 시 가정에서 대리점 등 오프라인 판매처에 전화로 주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했다. 또한 무제한 무료 배송 및 상시 할인 혜택과 뇌전증 관련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보랏빛 ‘퍼플데이’로 뇌전증 인식개선
남양유업은 제품 개발, 지원과 동시에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자 한국뇌전증협회와 함께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퍼플데이’(매년 3월 26일) 캠페인이 있다.
뇌전증을 앓는 캐나다의 한 소녀가 자신의 질병에 대한 그릇된 사회적 시선을 변화시키고자 보라색 옷 착용을 제안하며 시작된 퍼플데이는 전 세계 75개 국가 지부, 112개국 비영리 단체가 참여 중으로,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남양유업이 사단법인 한국뇌전증협회와 공동 개최해 뇌전증 인식개선에 나서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에 퍼플데이 국내 행사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었고, 뇌전증 환자를 위한 관심과 연대, 지원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퍼플웨이브’ 캠페인을 반포 한강공원에서 열었다. 이와 함께 환자 가정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전하는 부모교육 지원, 캠페인 영상 제작, 넛지헬스케어의 건강 관리앱 ‘캐시워크’를 활용한 ‘같이 걸을래 챌린지’ 등 다양한 인식개선 활동도 병행했다.
올해는 남산서울타워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환자들과 연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3월 26일 뇌전증을 상징하는 꽃 라벤더의 보라색 조명을 밝히는 것으로 행사를 알렸고, 서울 본사와 공장, 지점 등 전국 17개 사업장의 구성원들도 보라색 소품을 들고 캠페인에 몸소 참여했다.
퍼플데이에 동참한 남양유업의 한 직원은 “뇌전증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 케토니아를 생산하는 남양유업의 일원으로서 뿌듯하다”며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이 하루 빨리 개선되길 기원하며,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뇌전증 환아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잠깐의 떨림이 평생의 아픔이 되지 않도록’ 영상에서는 뇌전증을 앓는 아이(요한)가 학교생활 중 느꼈던 불편한 시선과 편견, 심리적인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이의 어머니 역시 뇌전증을 앓는 자녀를 보살피는 동안 겪었던 어려움과, 위축된 자녀를 향한 걱정의 마음을 드러냈다.
뇌전증을 앓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펼치며 화가로 활동 중인 넌지 작가는 영상을 통해 뇌전증 환자에 대한 편견의 시선이 환자들에겐 평생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렸고, 편견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남양유업은 이러한 노력들을 인정받아 지난해 2월 한국뇌전증협회와 대한뇌전증학회가 주최한 ‘세계 뇌전증의 날 기념식’에서 특별 공로상을 수상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뇌전증 환자를 위한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환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늘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며 “뇌전증 관리·지원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더욱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말했다.
범위 넓혀가는 특수분유 기반 사회공헌활동
특수분유 기반 사회공헌활동은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남양유업은 7월 11~12일 강원도 쏠비치 양양에서 열린 ‘제22회 PKU(phenylketonuria, 페닐케톤뇨증) 가족캠프’의 후원사에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주관하는 이번 캠프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겪는 환아와 그 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한 행사로, 남양유업은 현장에 자사 유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며 힘을 보탰다.
행사명이기도 한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인 ‘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 PKU)’은 국내 인구 기준 6만 명 중 1명꼴인 약 300여 명이 겪는 병으로, 엄마의 모유는 물론 밥과 빵, 고기 등 범용적인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해 특수분유나 저단백식으로 식단을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남양유업은 모유와 일반 우유에 포함돼 있는 당분인 ‘갈락토스’를 포도당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손상돼 나타나는 유전성 탄수화물 대사 질환인 ‘갈락토스혈증’ 환아를 위해 특수조제분유 ‘임페리얼드림XO 알레기’를 40년째 생산해오고 있다.
유당과 유단백을 배제한 식물성 유아식인 임페리얼드림XO 알레기는 유성분을 소화하지 못해 일반 분유나 우유를 먹을 수 없는 아기들이 신생아 때부터 섭취할 수 있는 특수 조제분유로, 공장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구복지협회에 2021년부터 납품하며 환아 가정을 지속 후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묽은 변을 보는 아기를 위한 ‘임페리얼드림XO 닥터’, 저체중아 및 재태기간 37주 미만 아기의 안정적인 성장에 맞춘 ‘임페리얼드림XO 이른둥이’ 등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다수의 제품도 생산 및 보급 중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소수의 환아들을 위해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종 후원, 캠페인 등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사랑 나눔을 더욱 펼쳐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