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9호 이윤수⁄ 2024.09.04 09:55:10
동화약품은 1897년 '동화약방'을 시작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첫 제약회사다. 특히 윤 회장의 부친인 윤광열 명예회장이 일제 강점기 학도병에 징집됐지만 한국광복군으로 투신해, 독립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동화약품은 현재도 활명수 등의 광고를 통해 올바른 역사 인식 보급에 힘쓰고 있다.
동화약품과 활명수
동화약품 전신인 동화약방은 1897년에 창립된 국내 유일의 일업백년(一業百年) 제약사다.
궁중 선전관이던 민병호 선생이 궁중 비방을 대중에게 보급하고자 서양 의학을 더해 국내 최초의 신약 활명수를 개발하며 동화약방을 창업했다. '동화'는 '이인동심 기리단금'에서 '동' 자를 취하고, '시화연풍 국태민안'에서 '화' 자를 취해 만들어졌다. 주역에서 비롯된 글로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금도 자를 수 있다. 나라가 화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들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평안해진다"는 뜻에서 1897년 회사 창업 당시 상호를 '동화'로 정했다고 한다.
동화약방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제약사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상해 임시정부와 국내 간의 비밀연락망인 서울연통부로도 운영되었으며 초대 사장인 은포 민강 선생은 서울연통부 책임자로 지냈다. 또한 제5대 사장 보당 윤창식 선생은 조선산직장려계 총무를 맡았고, 제7대 사장 가송 윤광열 선생은 광복군 주호지대 5중대장을 지냈다.
활명수는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하던 1897년, 노천 민병호 선생은 다리지 않고 복용할 수 있도록 궁중에서 사용되던 생약 비방에 양약의 장점을 취해 혼합처방을 완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대한민국 최초의 신약인 활명수다.
활명수 이전에는 급체, 소화불량이 흔한 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약이 없어 민간요법에 의지하거나 약이라고는 달여서 먹는 탕약밖에 몰랐던 시기였다. 소화불량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면서 복용이 간편한 활명수는 ‘생명을 살리는 물’로 민간에 널리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에는 활명수 판매 금액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조달하기도 했다.
활명수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유사 제품도 많아 동화약품은 ‘부채표 캠페인’을 벌여 브랜드 차별화에 나섰다.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인 결과 ‘활명수=부채표=오리지널’이라는 공식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활명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록 상품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동화약품은 끊임없는 생산기술의 발전, 제품 업그레이드와 변함없는 약효로 최장수 브랜드 전통을 세워왔다.
기업 로고에서 비롯된 사회공헌 활동 '맑은바람 캠페인'
'맑은바람 캠페인'은 '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합해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紙竹相合 生氣靑風·지죽상합 생기청풍)'는 의미의 기업 로고 '부채표'에서 비롯된 동화약품의 사회공헌 캠페인이다. 가정과 사회, 세상에 건강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동화약품의 바람을 담아 밥상머리 캠페인, 생명을 살리는 물, 홍명보 축구교실, 어린이 생활 안전 캠페인, 사랑의 테디베어,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헌혈 캠페인, 남산역사탐방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깨끗한 물 전달하는 활동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전달하는 활동이다.
지난 2013년, 활명수 116주년 기념판을 시작으로 카카오프렌즈,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패션브랜드 게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스탠리’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활명수 기념판을 매년 출시하여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 대표 브랜드이자 1897년 같은 해에 태어나 오랜 세대를 거쳐 사랑받아온 동갑내기 브랜드인 ‘빅토리녹스’와의 협업을 통해 활명수 126주년 기념판을 출시했다. 맥가이버칼로 흔히 알려진 빅토리녹스의 시그니처 제품인 ‘스위스 아미 나이프’ 이미지를 활용한 활명수 기념판을 제작해 선보였다.
지난 3월, 동화약품은 지난해 판매된 활명수 126주년 기념판의 수익금을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에 전달했다.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한 기부금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네팔 산쿠와사바아 지역의 수도·위생 시설 구축 및 개선, 지역주민 대상 보건위생 교육과 캠페인 활동 지원에 쓰고 있다.
'남산의 아픈 과거를 걷다' 동화약품 남산 역사 탐방
남산 역사 탐방은 남산의 일제강점기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역사를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윤도준 회장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미래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남산 역사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창업이념인 제약보국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의식을 공유하고 전파하고 있다.
지난 5월,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이 직접 ‘남산 역사 탐방’ 행사를 진행했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4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역사 탐방은 평소 친분을 이어오던 최광훈 회장과 윤도준 회장이 대한약사회와 동화약품의 관계를 강화하고 약업계 현안 해결을 위해 협력을 보다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특별히 진행했다.
윤도준 회장은 “서울에서 남산은 관광지로 잘 알려져서 외국인도 많이 찾는 곳이지만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를 많이 간직했던 곳이기도 하다”면서 “분명 아픈 역사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어야 동일한 비극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이번 탐방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탐방은 남산 안중근 의사 동상에서 시작해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힘든 경성신사와 노기신사터, 조선신궁, 조선헌병대사령부, 통감관저, 조선헌병대 사령부 터 등 시대적 아픔을 간직한 남산을 둘러봤다.
최광훈 회장은 탐방을 마친 후 “동화약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제약회사일 뿐 아니라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며 제약보국의 이념을 통해 민족 운동에 앞장서 왔던 제약사”라며 “지금까지 그 정신을 잊지 않고 후손인 윤도준 회장이 이렇듯 남산을 테마로 한 역사탐방을 진행한다는 자체가 너무나 뜻깊고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늘 주민과 함께하는 약사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환자들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며 “불가분의 관계인 제약사와 약사 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우리 사회와 국민 건강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협력 관계가 이번 역사탐방을 계기로 더욱 좋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경제 이윤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