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스미스는 한강이 지난 2016년 그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을 받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채식주의자’의 첫 20페이지를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인 그란타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이곳 편집자가 영문판을 출간하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이뿐만 아니라 책이 출판된 후에도 평론가와 독자에게 이메일로 홍보하기도 했다.
스미스는 왜 한국의 한 작가를 위해 이렇듯 발 벗고 나섰을까.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번역가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관심을 둔 분야가 바로 한국 문학이다. 급기야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는 한국 문화의 이해도를 넓혔다.
한국어를 배운 지 3년 만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만났다. 번역 초기에는 낱말 하나하나 사전을 뒤져가며 번역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채식주의자’ 번역본은 원작의 섬세한 문체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특히 한국 고유의 단어를 풀어서 번역하기보다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다. ‘소주’를 ‘코리안 보드카’, 만화를 ‘코리안 망가’ 식으로 사용하지 않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 번역에서도 ‘형’이나 ‘언니’ 같은 단어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스미스는 영국에서 비영리 목적의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를 운영하고 있다. 채식주의자’ 이후로도 여러 한국 작품을 영미권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흰’,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 등을 번역해 세계에 알렸다.
스미스는 2016년 한강의 부커상 수상과 관련해 한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상 원작의 정신에 충실히 하려고 하며, 가능한 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언어 형태에도 충실히 하려고 한다”면서, “부실한 번역은 우수한 작품을 훼손할 수 있지만,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번역이라도 보잘것없는 작품을 명작으로 포장할 순 없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