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4.10.30 14:26:27
갤러리퍼플이 강건 작가의 개인전 ‘헤테로세라’를 연다.
강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작품으로 다뤄온 ‘자아’ 시리즈와 ‘구속’의 개념을 넘어 자유와 해방에 초점을 맞춘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나방을 매개체로 선택하고, 나방의 학술명(헤테로세라)을 주제로 하며, 대비되는 색감과 질감 차이를 통해 복합적인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작가는 어머니의 질병으로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면서, 의사 부족으로 인해 대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회상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두 시간 남짓, 밖에 엄마와 함께 있었다. 엄마는 내게 언제 들어갈 수 있느냐 물어보는데, 나의 입은 움직일 수 없었다. 닫힌 문, 우리 앞에도 뒤에도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며 “얇았던 줄은 어느새 두 줄이 되고, 그 안의 우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난 이 순간의 모든 걸 꼭 간직하고 싶었다. 언젠가 이 기억이, 모든 게 흐려지더라도 최대한 길고 깊게 내 안에 담아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간절한 상황과 매점 앞을 지나는 자유로운 사람들 간의 큰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느낀 복잡한 감정들은 계속 소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의 답답함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감정은 단순한 상처나 슬픔이 아닌 오히려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신비로움을 동반한다.
일상 속에서 죽거나 살아 있는 나방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며, 작가는 이를 통해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곤충 채집을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크고 긴 팔로 잠자리채를 들고 어린 작가를 대신해 잠자리를 잡아주던 기억은 현재 구속된 듯한 어머니의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작가는 작업 과정을 통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감정들을 풀어낸다. 사포로 부드러운 종이에 스크래치를 만들어 거친 질감을 주고, 그 위에 파스텔이 스며드는 모습을 통해 신비롭고 몽환적이면서도 침투적인 사고를 표현한다.
파스텔을 사용해 손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면서 불명확하고 연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강력한 색감과 스크래치로 대비되는 거친 느낌을 더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작가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제공하며, 육체적, 정신적 해방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작품의 제목인 헤테로세라는 나방의 학술명으로, 나비과에서도 나방을 분류하는 특정한 이름이다. 이러한 나비와 나방 간의 경계는 작가가 응급실에서 경험한 이질적인 벽과도 유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나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쩌면 관객 모두가 느끼는 각자의 답답한 현실과 대비되는 해방의 감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헤테로세라는 자아와 신체의 결속 나아가 인간사회 내 정신적인 자유와 육체적인 해방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갤러리퍼플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 속 작가의 사유를 엿보고, 각자의 나방들을 사유하며 조금이나마 그것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갤러리퍼플에서 11월 8일부터 12월 21일까지 열린다.
한편 작가는 프랑스 렌 브르타뉴 우럽 고등미술학교, 프랑스 파리 세르지 국립 고등미술학교에서 조형 예술을 전공했다.
2023년 Vazieux 갤러리(파리, 프랑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한국), 2022년 N/A(서울, 한국), 2021년 수원 시립 아트스페이스 광교(수원, 한국), 2019년 아트스페이스 오(서울, 한국), 2016년 Yohann 갤러리(파리, 프랑스)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23년 누크 갤러리(서울, 한국),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한국), 2022년 Zeto Art 갤러리(파리, 프랑스), 2021년 ACC아시아창작스튜디오(광주, 서울), 2020년 성산아트홀(창원, 한국), 수창청춘맨숀(대구, 한국), 2019년 고양아람누리 아람 미술관(고양, 한국), IESA 갤러리(파리, 프랑스)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유망한 신인 작가로 선정돼 갤러리 퍼플 스튜디오 (galleryPURPLE STUDIO)에서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