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자 어둠 속 더 환하게 불을 밝히는 백화점의 풍경이 눈길을 끈다. 매년 연말마다 찾아오는 백화점 3사의 크리스마스 대전 속 올해 롯데백화점은 화려한 쇼타임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공연장 방문한 듯한 설렘…‘크리스마스 쇼타임’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마이 디어리스트 위시(My Dearest Wish)’를 테마로 연말에 편지로 안부를 전하던 추억을 빈티지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풀어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올해의 테마는 ‘크리스마스 쇼타임’이다. 롯데백화점 전점을 비롯해 롯데아울렛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며 각 지역을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야경 명소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특히 테마명이 ‘원더풀 쇼타임’인 만큼 예년보다 더욱 직관적이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 측은 “고객이 공연에서 느끼는 설렘과 즐거움을 백화점에서도 경험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본점은 이런 크리스마스 쇼타임을 가장 직관적으로 잘 보여준다. 롯데백화점의 특기인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점이 눈길을 끈다. 본점 앞거리를 아티스트들과 함께 ‘씨어터 소공(Theater Sogong)’으로 탈바꿈시킨 것. 거리와 출입구를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장식해 마치 1900년대 브로드웨이 등의 뮤지컬 극장가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연출했다.
여기에 대형 쇼윈도 3개는 국내 유명 아티스트인 윤여준, 빠키(VAKKI), 그레이스 엘우드(Grace Elwood)와 협업해, 재즈부터 서커스까지 다양한 공연의 장면들이 연상되도록 했다. 이 밖에 본관 입구엔 티켓 부스 포토존을 조성해, 고객이 공연 시작 전 느끼는 설렘을 안고 롯데백화점에 입장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방문객,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도 흔히 보였다.
이런 롯데백화점의 쇼타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건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외벽 라이팅 쇼다. 이를 위해 2만여 개의 LED 전구를 활용했다. 라이팅 쇼는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30분 단위로 약 2분간 진행된다. 기존에 본점 앞거리와 쇼윈도 등을 활용해 유럽의 크리스마스 거리를 걷는 듯한 즐거움을 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더 나아가 본점 건너편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까지 새롭게 추가했다. 영플라자의 대형 미디어 파사드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대표하는 화장품, 디저트, 주얼리, 와인 등이 주인공이 돼 백화점을 무대로 공연을 펼치는 영상을 선보인다.
점포별 특성에 맞게 내외부도 크리스마스 테마로 장식한다. 특히 원더풀 쇼타임 테마의 디자인 요소들을 적극 활용한 ‘크리스마스 선물 큐레이션 존’을 점내 곳곳에 조성한다.
더 커진 ‘크리스마스 마켓’…체험 콘텐츠도 풍성
롯데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연출을 대표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롯데백화점은 테이블웨어 및 홈데코, 화장품 등 크리스마스 선물로 수요가 높은 제품들을 내놓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앞서 2020년엔 본점에 작은 규모로 선보였고, 2022년엔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 롯데아울렛 등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며 “향후 시그니처 행사로 정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부응하듯 지난해엔 크리스마켓을 초대형 행사로 키워 선보였다.
올해도 이 크리스마스 마켓이 돌아왔다. 롯데백화점 본점이 화려한 크리스마스 쇼타임의 장을 잘 보여준다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돋보이는 장소는 잠실이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1월 5일까지 잠실 월드몰 잔디 광장을 매일 아침 10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유럽의 겨울 왕국’으로 탈바꿈한다.
규모도 더 키웠다. 상점 수는 41개로 지난해보다 16개 늘었고, 규모도 700평으로 20% 커졌다. 상점엔 수천 종의 크리스마스 오너먼트에서부터 소품, 액세서리, 기프트 등과 함께 먹거리도 구성해 겨울 유럽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게 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마스 장식 상점으로 수제 원목 오르골로 유명한 ‘우더풀라이프’, 산타의 비밀창고를 콘셉트로 망원동에서 유명한 크리스마스 전문 편집숍 ‘프레젠트모먼트’, 먹거리 상점으로 지난해 독일 정통 ‘뉘른베르크 소시지’ 등으로 인기몰이를 한 ‘카페인 신현리’를 비롯해 올해 처음 참여하는 국내 파티시에 연합 베이커리 팝업인 ‘어텐션’ 등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물산과 협업해 체험형 콘텐츠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이중 잠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상징하는 회전목마가 돌아와 눈길을 끈다. 회전목마는 평균 30분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매년 인기를 끌어온 롯데 크리스마스 연출을 대표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지난해엔 회전목마를 타기 위해 마켓 바깥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올해엔 회전목마를 마켓 안으로 들여와 불편한 동선 이동 없이 즐길 수 있다. 당일 크리스마스 마켓 입장권 구매 고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회전목마는 밤에 불을 밝히며 운영되는 모습이 특히 장관이지만, 낮부터도 회전목마에 관심을 보이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띄었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도 등장했다. 마켓 규모가 커진 만큼 트리 또한 지난해 대비 하부에 LED 램프를 추가하고 3m 더 키워 22m의 높이로 제작했다. 트리 아래엔 포토존을 마련했고,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담아 소원을 적어 걸 수 있는 ‘소원의 벽’과 빈티지 콘셉트의 엘리베이터 공간에서 분위기 있는 사진촬영이 가능한 ‘BYTP’ 포토부스도 운영한다.
아이스링크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에도 샤넬 넘버5 100주년을 맞아 아이스링크를 운영한 바 있는데, 3년 만에 샤넬과 다시 협업해 내년 1월 12일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 아레나 광장에서 ‘샤넬 윈터 테일 홀리데이 아이스링크’를 운영한다. 이 밖에 아이와 방문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해 덴마크와 독일의 대표 놀이 블록인 ‘레고’, ‘플레이모빌’ 등과 함께 벨기에 국민 만화의 주인공 틴틴의 굿즈를 판매하는 ‘틴틴샵’ 등도 선보인다.
잠실뿐 아니라 ‘타임빌라스 수원’에서도 대규모 크리스마스 마켓을 내년 1월 5일까지 운영한다. 1층의 센터홀, 2층 출입구 광장 등 180평의 공간에 F&B, 와인, 그로서리, 액세서리, 키즈 상품군 등 총 16개의 크리스마스 상점을 선보인다. 크리스마스 마켓 방문을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빠르게 입장할 수 있는 패스트패스권을 구매하거나 현장에서 일반 입장권을 구매하면 된다.
올해 마지막 특수…잠재 고객도 끌어들인다
이처럼 롯데가 크리스마스 연출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크리스마스가 올해 마지막 대목으로, 고객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본점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야경 점등을 진행한 두 달 동안(2023년 11~12월)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기 위한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저녁 시간대 매출이 F&B(식음료)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정통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현한 지난해 마켓 또한 약 24만 명에 이르는 방문객을 동원하며 롯데백화점의 연말 시그니처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마켓 방문객의 2030세대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등 잠재고객 관심 끌기에도 성공했다.
올해도 흥행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0월 13일과 19일 크리스마스 마켓 패스트패스 1차, 2차 물량을 판매했는데, 주말 물량은 혼잡도를 고려해 기존보다 10% 가량 물량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마감됐다. 샤넬 아이스링크 또한 샤넬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1월 11일부터 사전 예약 접수를 시작했는데 조기 마감돼 화제가 됐다.
여기에 롯데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대전을 비단 고객을 위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뜻 깊은 의미도 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크리스마스 마켓의 수익금 일부는 송파구청의 후원 사업에 기부할 계획이며, 폐현수막 및 보랭백을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선보이는 리얼스 마켓 부스도 운영해 롯데백화점의 ‘ESG’ 실천의 뜻도 전한다.
롯데백화점 측은 “매년 높아지는 롯데백화점 크리스마스 테마에 대한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고자 올해는 외벽 라이팅 쇼 등 이전에 진행하지 않았던 요소들을 새롭게 선보인다”며 “연초부터 약 1년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만큼 고객이 롯데백화점을 무대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쇼타임과 함께 더욱 특별한 추억을 쌓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겨울 축제인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다 더 충실하게 구현하게 위해 노력했다”며 “올해 잠실 야외 광장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중심으로 샤넬 아이스링크, 백화점 등이 함께 어우러져 친구, 가족, 연인 누구나 쉽게 찾고 즐길 수 있는 ‘모두의 겨울 축제’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