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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런 일 당하고도 언론이 정신 못 차리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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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4.12.16 11:09:18

계엄 사태로 한국 언론인들이 겪은 '공포의 밤'을 정리한 VOA의 12월 12일자 기사.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한다고 볼 수 있는 VOA(미국의 소리: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국제 언론 네트워크)는 지난 12일 ‘윤석열의 계엄령 아래에서 한국 언론인들 공포의 밤’ 기사를 ‘언론 자유(Press Freedom)’ 코너에 영문 기사로 게재했다. 작성자는 서울 지국장인 윌리엄 갈로 기자였다.

이 기사는 △계엄 당일 계엄군이 집과 사무실로 찾아오면서 피신한 언론인(김어준) △윤석열에 대한 보도로 명예훼손 고소를 받은 방송인으로서 동료들과 함께 임박한 체포를 두려워하며 모여 있던 경우(뉴스타파 등) △군사경찰(과거의 헌병)로부터 국방부 기자실에서 안 나가면 테이저건을 맞을 수 있다고 위협 받은 기자(한겨레신문 권혁철)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계엄은 윤의 언론에 대한 대결의 극적인 확대"


VOA는 작년에 “윤석열 정권이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해 전례 없는 속도로 명예훼손 혐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고, 12일 기사에서도 “윤석열 정권 아래서 증가하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많은 한국 언론인들에게 3일 밤의 위협은 매우 불안감을 주었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번 계엄의 특징 중 하나를 '윤석열의 언론에 대한 대결적인 태도의 극적인 확대’로 꼽았다. 계엄 선포와 함께 계엄군 병력이 출동한 세 곳 중의 하나가 김어준이 운영하는 딴지일보와 여론조사꽃이었다는 점에서도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윤석열의 강한 대결 태세가 읽힌다.

계엄에 놀란 기자들의 반응을 정리한 한국기자협회보의 지난 10일자 기사.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기자실이 계엄 선포 직후 일부 폐쇄되고 기자들이 퇴거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계엄 추진 세력은 대부분의 언론사에 대해 ‘당신들은 방해자니까 빠져’라고 성격규정했음을 알 수 있다.

 

'검-언 유착'으로 윤 정권 탄생시킨 절반의 공신인데…


윤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을 이른바 ‘검-언 유착’으로 본다면, 대부분 언론사들은 윤 정권 탄생에 ‘절반의 공’을 세운 셈이다. 이런 언론사들은 윤 정권 출범 뒤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기도 했지만, 계엄 상황에서는 완전히 홀대 당한 셈이다.

정권 탄생에서 큰 기여를 한 언론사들을 내치고 윤 대통령이 ‘군 + 극우 유튜버’만을 자신의 동지로 선택하면서 이번 계엄이 발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난리와 버림을 겪은 뒤, 한국 언론사와 언론인들은 과연 반성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가? VOA가 ‘한국 언론인들은 공포의 밤을 겪었다’고 썼지만, 공포의 밤이 지난 뒤, 역사의 많은 결정적 순간에서 총구의 앞보다는 ‘총구의 뒤편’에 서는 것을 선택하면서 혜택을 누렸던 한국의 언론사, 언론인들에게 도대체 ‘각성’이라는 개념이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대선 후보 기간 중 손바닥에 왕 자는 물론 하얀 눈썹을 달고 다녔어도 대부분 언론들은 끝까지 윤 후보의 당선을 돕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인사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해도(검찰총장 인사 청문회에서 윤석열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뉴스타파 이외에는 기사를 거의 쓰지 않음), 손에 왕(王) 자를 쓰고, 흰 눈썹을 달고 나와 주술에 기대는 태도를 분명히 드러내도 웃기는 해프닝 정도로만 기사를 쓰고 넘어갔으며, 검찰이 던져주는 대로 검찰에 유리한 기사만을 편향적으로 써댐으로써 이른바 ‘정치 검찰의 연성 쿠데타’를 성공시켜주면서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언론사들 입장에서 이번 계엄 사태는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무서웠음에도, 일단 공포의 밤이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돈과 권력이 흘러나오는 곳’을 향해 ‘나란히 정렬’을 하고자 하는 한국 언론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정말로 대단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탄핵 통과’ 이후의 비교적 평온한 첫 월요일에 하게 된다.

관련태그
미국의소리  VOA  검언유착  김어준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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