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4.12.16 15:18:04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그 어느 해보다 정신없이 보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점유율과 신제품 경쟁에 해외 시장 진출 사업까지, 여느 해보다 두세 배는 더 힘쓴 듯 보인다. 그런 와중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잊지 않았다. 지방 생산공장 주변 하천과 강, 제주 반려해변을 깨끗이 청소했고, 올해도 순직소방관 유가족을 진심으로 보살폈다.
영화로 실사화된 ‘홍제동 화재 참사’
2001년 3월 4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났다. 신고 접수 시간은 오전 3시 47분. 곧바로 소방차 20대와 소방관 46명이 출동했다. 비좁은 골목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는 사고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고,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를 들고 150m를 뛰어 현장에 도착했다.
진화 시작 5분여 만에 집주인과 세입자 가족 등 7명을 무사히 대피시켰다. 그때 집주인은 “내 아들이 안에 있다”고 주장했고, 화마로 뒤덮인 2층으로 소방관 세 명이 진입했다. 끝내 아들은 발견되지 않았고, 그렇게 1차 수색이 종료됐다. 하지만 “사람이 안에 있는데 왜 구하지 않냐”는 집주인의 항의에 소방관 열 명이 다시 들어가 2차 수색을 벌였다. 오전 4시 11분, 낡은 건물은 화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소방관 열 명은 건물 속에 매몰됐다.
구조대원 200여 명이 달려들어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펼쳤지만, 결국 여섯 명의 소방관은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어이없고 황당한 건 안에 있다던 아들은 이미 피신한 지 오래였고, 더 화나는 건 그가 바로 방화 범인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방화범에 대한 비난은 그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며 그 관심은 소방관의 처우 문제로까지 번졌다.
급기야 소방관의 대우는 달라졌다. 당시 소방관들은 24시간 맞교대 격일 근무였는데, 이 참사 후 3교대로 바뀌었다. 소방관임에도 방화복이 없어 비옷인 방수복을 입었지만 이후 방화복으로 교체됐고, 무엇보다 의무소방대가 창설되는 계기가 됐다.
12월 4일에는 그동안 창고에 묵혀있던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이 개봉됐다. 홍제동 화재 참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16일 기준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자리(16일 기준)에 올라 있다.
순직소방관 유가족 지원사업 6년째
“소방공무원의 숭고한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이 됐으면 합니다. 이런 후원사업들이 지속돼 소방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더욱 존경받는 문화가 확산하길 바랍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11월 13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소방유가족 12가구를 초청, 지원금을 전달하며 이같이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순직소방관 유가족 지원사업을 6년째 잇고 있다. 소방청 후원사업은 하이트진로의 가장 핵심적인 사회공헌사업이다. 2018년 소방청과 ‘소방공무원 가족 처우 개선과 국민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소방유가족 지원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소방유가족을 위로하고 유자녀들의 사회적 자립을 돕고자 위로금과 장학금, 긴급 생활비를 지원한다. 특히,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투병으로 사망한 소방관들이 순직으로 인정받도록 변호사 선임비 등 소송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실제 2020년 이후 4가족이 소송을 통해 순직을 인정받았다.
김인규 대표는 “100년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소방관과 소방유가족의 복지 향상을 위해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SG 활동 ‘깨끗한 바다 만들기’도 한창
하이트진로는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2020년부터 ‘반려해변’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반려해변은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기업·단체·학교가 특정 해변을 자신의 반려동물처럼 가꾸고 돌보는 일이다. 해양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바다 오염으로 이어지면서 해양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높아지자, 해양수산부가 앞장서서 추진하는 환경 사업이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첫 반려해변으로 제주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을 선정했고, 작년 5월에는 제주시 조천읍 ‘닭머르 해안’을 추가로 ‘입양’했다. 두 곳 모두 최근 관광객 방문이 늘면서 환경정화 활동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반려해변에 더해 ‘맑은 강·하천 만들기 프로젝트’까지 선보였다. 말 그대로 환경정화 활동을 바다에서 강과 하천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주, 이천 등 전국 생산공장 주변의 강과 하천을 중심으로 네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해양 환경정화 활동은 대개 미리 만든 EM흙공을 강이나 해변에 던지고, 이어 그 주변을 플로깅(plogging·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하는 형식으로 펼쳐졌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역주민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도 병행했다. EM흙공은 유용한 미생물군 발효액과 황토를 반죽한 공이다. 강이나 하천에 투입하면 서서히 녹으면서 수질 정화와 악취 제거 효과를 낸다. 강·하천의 생태계가 회복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이를 줄일 수 있다.
먼저, 5월 13일에는 전주공장 인근 만경강에서 첫 번째 ‘맑은 강·하천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날에는 김인규 대표, 전주공장과 전북권 임직원 40명, 유희태 완주군수가 참여해 EM흙공 3000개를 던졌다. 이와 더불어 EM흙공을 직접 만드는 체험도 열렸는데, 이는 다음 해양 환경정화 활동에 활용하도록 이엠생명나눔운동에 기부했다. 이날에는 만경강 산책로에 환경보존 캠페인 현수막도 설치했다.
9월 26일에는 마산공장 인근 광려천에서 펼쳐졌다. 마산공장 박재우 공장장과 임직원, 창원지역 영업지점 임직원, 마산회원구 제종남 구청장과 임직원, 이엠생명나눔운동 관계자 등 40여 명이 동참했다. 이날에는 EM흙공 3000개를 광려천에 던졌고 500개는 이엠생명나눔운동에 기부했다.
10월 30일에는 서울 서초동 본사 인근 양재천에서 EM흙공 던지기와 플로깅을 진행했다. 이날에는 하이트진로 임직원 20여 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에는 최근 입사한 신입직원도 함께했다. 역시 EM흙공 3000개를 던졌고 500개는 이엠생명나눔운동에 기부했다.
마지막 활동은 11월 13일 경기도 이천공장 인근 복하천에서 펼쳐졌다. 이날에는 이천공장 이재복 공장장과 임직원을 비롯해 이천시청, 이천시 부발읍, 이천시 이장단협의회, 이천환경운동연합, 이천상공회의소, 이천여주환경부서협의회, 이엠생명나눔운동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EM흙공 3000개를 복하천에 투척하고, 현장에서 직접 제작한 500개는 이엠생명나눔운동에 기부했다. 산책로 주변에는 환경보존 캠페인 현수막도 설치했다.
반려해변 환경정화 활동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5월 30일에는 ‘바다의 날’(5월 31일)을 맞아 닭머르 해안과 주변 해안도로에서 하이트진로 제주지점 임직원, 제주대학교 학생·교직원 등 20여 명이 쓰레기를 수거했다.
9월 24일에는 ‘2024 국제연안정화의 날 해양쓰레기 자원순환 워크숍’ 일정에 맞춰 진행했다. 이날 하이트진로 하재헌 경남권역장과 제주지점, 박상춘 제주해양경찰청장, ㈔바다살리기네트워크 임직원 등 40여 명은 닭머르 해안가와 인근 해안도로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쳤다. 특히, 제주해양경찰청과 ㈔제주도수중레저협회 소속 스쿠버다이버 15명은 수중 쓰레기 수거 활동에 나섰다. 이날 닭머르 해안가와 바닷속에서 총 266㎏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11월 25일에는 마지막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하며 1년간 이어진 여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날엔 하이트진로 제주지점과 제주시 아라종합사회복지관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올 한해 제주지역 기관·단체, 학생·교직원 등 100여 명과 함께 550㎏ 넘는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
김인규 대표는 “해양 쓰레기 문제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반려해변 정화 활동을 하이트진로의 대표 ESG 활동으로 키워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반려해변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 밀착형 환경 보호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며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