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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는 구독 열풍①] 소유에서 경험으로…어느새 일상이 된 구독 서비스

넷플릭스로 뜨더니 어느새 편의점까지 우리 곁으로 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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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89호 김응구⁄ 2025.02.05 09:33:34

구독 서비스는 예전에도 있었다. 이른 아침이면 신문이나 우유가 배달돼, 이를 들고 들어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사진=픽사베이
 

새벽녘 일어나자마자 문밖으로 나가 신문과 우유를 집어 들고 들어오던 때가 엊그제 같다. 즐겨 보는 잡지를 사기 위해 매달 25일만 기다리다가, 그냥 1년 치를 한꺼번에 결제한 일도 멀지 않은 과거다. 모두 구독(購讀) 행위다.

요샌 구독의 범위가 좀 더 넓어졌다. 서비스 품목과 방법이 좀 더 다양해지고 전문화됐으며 세밀해졌다. 이른바 ‘구독경제’다. 소비자가 회원으로 가입해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배송받는 경제활동이다.

현재 구독경제, 즉 구독 서비스는 국내 유통 트렌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소비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끝 모를 경기 침체, 1~2인 가구 증가, 무엇보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 트렌드가 구독 서비스의 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올해 구독경제 시장규모 100조원 전망

최근 시장조사업체 마켓링크가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3만3317명의 35%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 넘게 구독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이를 카테고리별로 분석해보면 국내 구독경제 현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먼저, 정기구독 이용 경험이 가장 많은 분야는 가전제품의 위생관리나 필터 교체 서비스(18%)였다. 이어 반찬·도시락·샐러드(7.6%), 매트리스 관리·청소(4.5%), 신선식품(4.1%), 과자·패스트푸드(3.5%), 홈케어·클리닝(3.5%), 가사 도우미(3.2%) 순이었다.

가전제품 렌탈 중에선 정수기(29.1%) 이용 경험이 가장 많았고 비데(8.4%), 공기청정기(6.9%), 안마의자(3.4%), 침대 매트리스(3%)가 그 뒤를 이었다.

마켓링크 관계자는 “최근 식품 분야의 정기구독이 눈에 띌 정도로 증가 추세”라며 “집안의 위생 관련 서비스도 다양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26조9000억 원 규모였던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1000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00조 원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4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행사에서 올해 신작 라인업을 발표했다. 사진=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모델이 ‘넷플릭스’다. 구독 서비스의 ‘개척자’라서다. 처음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고객이 비디오 대여점을 찾지 않아도 언제든 영화를 골라가며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회사 설립연도는 1997년이지만 구독 서비스는 2년 후 처음 선보였다. 월정액 5달러만 내면 넷플릭스가 보유한 DVD 콘텐츠를 무한정 빌려볼 수 있는 우편 기반 서비스가 그 시작이었다. 한 번에 한 가지 콘텐트(DVD)를 빌려보고, 반납할 때 새로운 콘텐트를 빌리는 방식이었다.

넷플릭스는 소비자의 불만 사항이었던 반납일 지정, 월별 대여 수량 제한, 연체료를 과감히 없앴다.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그렇게 가입자 수를 늘려나갔고, 2000년에는 개인 취향에 따라 영화를 추천하는 시스템마저 도입했다. 마침내 2007년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기 절정을 맞았다.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수면 시간이다(Sleep Is Our Competition).”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의 말이다. 구독 서비스로 정점을 찍은 그다운 표현이다.

확실히 지금의 소비자는 소유보다 경험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 취향에 잘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싶지만, 원하는 대로 다 사기엔 비용 부담이 큰 만큼 구독 서비스가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주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사이에서 이 같은 트렌드가 확연히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제품·서비스 제공 주체인 기업은 어떤 이점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잠금 효과’가 가장 크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다른 선택이 어려워지는 효과다. ‘록-인(Lock-in) 효과’라고도 한다. 구독 서비스를 탈퇴하려고 해도 그간 쌓은 적립이 아까워서라도 멈추게 만든다. 이런 효과는 전환비용이 클수록 더 높게 나타난다. 전환비용은 구매 비용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할 때 걸리는 시간, 기존 서비스를 탈퇴할 때 잃는 적립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포함한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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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  구독서비스  경험  넷플릭스  잠금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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