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구독경제’가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잡았다. TV는 넷플릭스 재생기로 대체된지 오래됐고, 오디오 기기는 스마트폰의 애플뮤직, 멜론, 스포티파이에 자리를 내줬다. 하드디스크 여러 개에 나눠 저장하던 영상, 사진들도 이젠 아이클라우드(iCloud), 구글 드라이브가 해결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쇼핑 앱들은 이제 필요할 때만 주문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필요한 생필품들을 주기적으로 배달해주며, 오피스, 포토샵 같은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한번에 영구사용판을 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월 결제해야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소비가 ‘소유’를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최근의 소비는 ‘경험’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분야에서 보다 개인화된 구독경제 서비스가 소비자들을 유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구독 서비스들이 빠른 속도로 우리 삶에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로 높은 효용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테면, 넷플릭스의 경우 영화 1편 관람비용도 안될 비용으로 수많은 영상 컨텐츠를 관람할 수 있으며, 스포티파이 역시 CD 한 장 가격도 안되는 비용에 수만 곡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들 역시 마찬가지다. 비슷한 서비스를 개인이 NAS(Network Attached Storage) 형태로 구축하려면 비용과 유지비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모든 구독 서비스들이 유용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들은 지속적인 사용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사용 빈도나 행태가 변화할 경우 가성비가 떨어지기 쉽다.
또, 지나치게 다양한 구독 서비스들이 범람하고 있다보니, 유사한 서비스들 사이에서 컨텐츠가 중복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다양한 서비스의 구독 여부를 관리하는 게 귀찮거나 어렵고, 계정 및 비밀번호 관리도 쉽지 않으며, 불필요한 알림과 이메일이 너무 많다는 불평도 제기된다.
가장 큰 불만은 역시 ‘비용’이다. 저렴한 것 같지만, 내 통장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걸 보면 은근히 스트레스가 커진다는 것. 이른바 ‘구독 피로’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려면 주기적으로 사용 중인 구독 서비스들을 ‘최적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용이 줄어들거나 필요없다고 느껴지는 서비스는 잠시 사용을 멈추고, 꼭 필요한 서비스들만 가입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야흐로 구독경제 전성시대를 맞아 문화경제는 ‘다시 부는 구독열풍’ 특집을 마련했다. 성장하는 구독경제 시장과 편의점들의 다양한 구독 서비스 전략, 주류를 비롯한 문화·IT·유통·식품 등 다양한 산업군의 구독경제 트렌드를 살펴봤다.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구독경제 역시 장점과 단점이 혼재한다. 잘 사용하면 편리하고, 많은 장점을 누릴 수 있지만, 자칫 방심하면 밑빠진 독처럼 통장 잔고가 줄어들게 된다.
새롭게 출시되는 다양한 서비스의 효용을 테스트해보고 누려보는 열린 마음과 불필요한 서비스는 과감히 손절하는 단호함을 갖고 올 한 해 조금더 ‘슬기로운 구독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