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1호 김금영⁄ 2025.02.13 15:53:08
‘화장품 명소’로 편의점이 급부상했다. 특히 GS25는 경기불황 속 떠오른 ‘듀프(dupe)’ 소비문화에 발맞춘 제품들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듀프는 영어 단어 ‘Duplication(복제품)’에서 따온 말로, 명품 등 고가 브랜드 대신 가성비 대체품을 찾는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 이에 GS25는 고품질의 화장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고객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관련해 GS25가 화장품을 선보이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 및 더 자세한 이야기를 GS25 이정민·류주희 MD에게 들어봤다. 이들은 GS리테일에 입사한 지 9~10년 차로, 그간 내부에서 다양한 부서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라이프리빙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 현재 소속된 라이프리빙팀은 어떤 곳이고,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편의점은 각종 먹거리부터 생활 밀착형 상품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데요. 여기에서 라이프리빙팀은 생활용품, 위생용품, 패션용품, 화장품 등 비식품 부문의 상품을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중 화장품을 주도적으로 맡아 기획하고 있어요.”
- GS25가 화장품을 선보인 배경은?
“GS25는 과거에도 화장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어요. 다만 간단한 용품들 위주였죠. 당시엔 편의점이 긴급하게 쓸 수 있는 용품들을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거든요. 하지만 현재는 이런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특히 10~20대 젊은 층을 위주로 단순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학교가 끝나고 들러서 다양한 것을 체험하면서 놀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어요.
GS25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자’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데요. 이렇게 변화한 편의점에 대한 인식, 그리고 편의점을 찾는 고객의 다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더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루게 됐어요. 이 가운데 기존에 선보여 왔던 화장품 또한 더 다양하게 다루게 됐죠.”
- 현재 GS25가 선보이고 있는 화장품 카테고리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지난해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듀이트리, 메디힐 등과 손잡고 패드, 마스크팩을 비롯해 토너, 크림, 세럼, 오일 등 기초 화장품을 선보였어요. 사용 편의성을 높인 파우치 타입의 화장품도 출시했고요. 이 밖에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크림, 입술 관리를 위한 립케어 제품 등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 GS25가 하나의 화장품을 선보이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GS리테일의 ‘우리동네GS’ 앱, 그리고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고객이 어떤 타입의 제품을 원하고, 상품군을 원하는지 알아보는 과정부터 시작됩니다. 이를 통해 파악한 고객의 니즈에 맞춘 제품들을 잘 선보일 수 있는 여러 브랜드사를 선정한 뒤 접촉해 미팅을 거쳐요. 이 과정에서 해당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 중 어떤 제품을 편의점 상품으로 선보일지, 용량은 어떻게 구성할지, 제품은 어떤 스타일로 디자인할지 등 자세한 논의 과정을 거칩니다.”
- 논의 과정에서 특별히 고충이 있었다면?
“전체적으로 다 어렵긴 해요(웃음). 소비자 조사를 하면서 어떤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일 지부터, 라인업을 확장할 땐 어떤 제품을 선별할지, 고객이 편의점에 들어왔을 때 어떤 카테고리의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을지, 사용감은 어떨지, 편의점 매대에 어떻게 제품이 잘 보이게 구성할지 등 고려할 점이 많죠. 또한 고객의 피부 타입도 다양해 이에 따라 원하는 제품들도 다른데요. 일단은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을 가장 먼저 선보이고, 이후 디테일한 피부 타입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 협업 브랜드를 선별할 때 중요하게 보는 점은?
“편의점의 주 고객층인 10~30대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고요. 브랜드 인지도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유명한 브랜드만 찾는 건 아니에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디브랜드 발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이를 위해 해당 브랜드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선보여온 제품들과 주요 타깃층, 활동을 다방면으로 살펴 GS25와 방향성이 맞는지 검토를 거쳐 협업 업체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 화장품 업체로부터 협업 제안도 활발하게 들어오고 있나요?
“확실히 지난해보다 3~4배 이상 제안이 들어오는 등 관심도가 높아진 걸 체감해요. 여기엔 뷰티업계에서 편의점을 보다 넓은 고객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는 영향도 크다고 봐요. 이에 따라 굉장히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 이런 협업 과정을 거쳐 선보인 GS25의 뷰티템들은 특히 ‘가성비’를 앞세운 점이 화제가 됐는데요. 어떠한 방식으로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했나요?
“듀이트리와 함께 선보인 마스크팩은 700원이었고요. 최근 선보인 화장품 6종(▲싸이닉 수분 톤업 선크림 ▲싸이닉 히알 스피큘 150샷 ▲이츠비 레이샷 100 ▲이즈앤트리 어니언 프레쉬 겔크림 ▲이즈앤트리 히알루론산 워터리 선크림 ▲이즈앤트리 어니언 프레쉬 클렌징폼)은 3000원으로 구성됐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을 맞추기 위해 많은 고민과 회의를 거쳤는데요. 고객이 편의점에서 부담 없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용도에 주안점을 맞춰 협업사 화장품들의 본품보다 용량을 줄이는 형태로 가격대를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었습니다. 한 예로 이즈앤트리 어니언 겔크림의 본품은 50ml, 80ml 등 대용량으로 구성돼 있는데 GS25에서 선보인 제품은 1회 사용량 2ml를 기준으로, 6개입 1세트로 구성됐어요.”
-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지난해 말 선보인 싸이닉 히알스피큘 150샷이 특히 반응이 좋았어요. 히알루론산 코팅 히알 스피큘(미세한 바늘 모양의 물질)을 함유한 세럼 제품이에요. 지난해 뷰티업계에서 리들샷 열풍이 불었는데요. 이와 비슷하게 미세한 바늘 모양 물질로 피부에 상처를 내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싸이닉 히알스피큘 150샷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며 판매 성과로도 이어졌어요.
이 밖에 싸이닉 수분 톤업 선크림, 이즈앤트리 히알루론산 워터리 선크림 등 선크림도 반응이 좋아요. 과거 선크림은 꾸덕꾸덕한 재질로 발릴 때 뻑뻑한 느낌이 드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완화해서 수분감을 살려 부드러운 발림성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둔 제품이에요. 여기에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하얗게 되는 백탁 현상 없이 자연스럽게 피부톤에 맞춰 톤업 보정하는 데에도 신경 썼고요.”
- 현재 GS25 뷰티템에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고객층은 누구이고, 어떤 피드백을 받았나요?
“10~20대 여성 중 특히 20대 여성의 반응이 가장 좋아요. 특히 ‘다양한 제품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이는 GS25가 화장품을 선보일 때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기도 했어요. 많은 뷰티 제품을 사용해보고 싶지만, 이를 다 구매하기엔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또 막상 마음먹고 샀는데 자신의 피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죠. 이 가운데 GS25 화장품은 소용량으로 구성됐고, 가격대도 저렴해 부담 없이 체험용으로 구매할 수 있어요. 이렇게 체험해보고 마음에 들면 해당 브랜드의 본품 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고요.”
- 가성비 뷰티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GS25가 가진 차별점은?
“바로 앞서 언급한 부담 없는 체험 기회 제공이 있고요. 또 하나는 제품력이라고 자부해요. 전문 브랜드사와 협업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협업 과정에서 해당 브랜드의 강점을 보다 살릴 수 있는 부분의 디테일을 살려 이를 편의점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류주희 MD는 과거 H&B(헬스앤뷰티) 사업부에서도 화장품 MD로 근무했었는데, 이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품 성분의 퀄리티뿐 아니라 안전성도 하나하나 더 꼼꼼하게 챙기고 있고요.
이런 협업사의 전문성은 GS25가 편의점으로서 지닌 편의성과 접근성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요. 일단 GS25 매장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 8100여 점으로 접근성이 매우 높아요. 길거리를 걷다 들어간 편의점에서 바로 다양한 화장품을 만날 수 있는 거죠.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는 거고요.
여기에 스틱 파우치형 제품의 편의성도 매력 요소 중 하나입니다. 테스트형으로 바로 간편하게 쓸 수 있는데요. 이는 기존 주 고객층뿐 아니라 잠재적인 남성 고객층의 호응도 얻고 있어요. 1회 사용량이 스틱 파우치에 들어 있어 뷰티에 관심이 많지만, 어느 정도 용량을 써야 할지 잘 모르는 일부 남성 고객층으로부터 ‘쓰기 편하다’는 피드백을 듣고 있어요.
이를 비롯해 보다 GS25만의 강점을 살려 보다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평소 뉴스도 살피고, 인기 키워드도 검색하는 등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기울이고 있습니다.”
- 최근 파악한 뷰티업계 트렌드는?
“뷰티업계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해 이를 꾸준히 캐치하는 게 중요해요. 연령, 계절, 성별에 따라서도 유행 판도가 다르고요. 지난해엔 리들샷 열풍으로 피부에 촉촉한 수분감을 더하는 히알루론산 성분 라인업도 인기를 끌었어요. 체내 흡수율을 높여줘 건강기능식품에도 많이 활용되는 리포좀도 인기 키워드 중 하나였고요.
계절별로는 햇빛이 강한 봄과 가을엔 선크림 제품군, 여름엔 확장된 모공과 피부의 열감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제품 라인업, 건조한 겨울엔 보습 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연령대로 보자면 10~20대는 ‘트러블’, 30대는 ‘탄력’ 키워드 검색량이 높은 편이에요. 최근엔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동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속노화(슬로우 에이징)’, ‘안티 에이징’이 특히 많이 검색되고 있고요. 전 연령대에 걸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인기 키워드로는 ‘패드’가 있어요.
성별로는 여성의 경우 기초 스킨케어부터 색조 화장품까지 다양한 뷰티 제품군에 관심이 골고루 높고요. 편의점을 방문하는 남성 고객의 대부분은 헤어스타일링, 주요 기초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올인원 화장품을 찾고 있어요.”
- 개인적으로 GS25 뷰티템 중 추천템은?
“이즈앤트리 어니언 프레쉬 겔크림, 싸이닉 히알스피큘 150샷이요. 겔크림은 얼굴의 잡티, 흔적을 개선해주는데, 발림성도 가벼워서 개인적으로도 잘 사용하고 있어요. 히알스피큘은 전날 바르고 자면 다음날 화장이 뜨지 않고 잘 받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 앞으로 GS25를 통해 또 선보이고 싶은 뷰티템은?
“그간 스킨케어 기초 화장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보여 왔는데요. 올해엔 색조 화장품 라인업을 늘릴 예정입니다. 현재 편의점에서 선보이는 색조 화장품은 립케어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게 대부분인데요. 기존 편의점에서 만나볼 수 없는 다양한 색조 화장품을 선보이며 편의점 인식에 대한 또 다른 새로운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