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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듀프②] 명품 대신 ‘저렴이 샤넬밤’ 흥행…꾸밈도 듀프

‘화장품·패션 명소’로 떠오른 다이소·이랜드·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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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91호 김금영⁄ 2025.03.06 10:34:40

길어지는 경기 불황과 고물가 속 ‘듀프(dupe)’가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듀프는 영어 단어 ‘Duplication(복제품)’에서 따온 말로, 고가 브랜드 대신 가성비 대체품을 찾는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 이 듀프가 유통업계의 ‘먹거리’와 ‘꾸밀거리’도 차지했다.

가성비 뷰티·패션템 출시 봇물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에 진열된 소용량 화장품. 사진=연합뉴스

먹거리에 이어 뷰티·패션 등 꾸밀거리에도 듀프 트렌드가 확산됐다. 대표적으로 다이소의 활약이 눈에 띈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다이소는 현재 ‘화장품 명소’로도 불린다.

본격 흥행의 시작은 2023년 10월 다이소에 입점한 기초화장품 VT코스메틱의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로,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인기에 힘입어 다이소는 이듬해 7월 리들샷 라인을 확장해 선보였다. 같은 해 4월 다이소가 선보인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도 품절 사태를 겪었다.

편의점 또한 떠오르는 뷰티 신흥강자다. GS25는 최근 네오팜의 생활보습 바디 전문 브랜드 ‘더마비’와 손잡고, 기초화장품 및 바디용품 3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앞서 지난해엔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듀이트리’와 손잡고 마스크팩, 토너, 크림, 세럼 등을 출시한 바 있다.

GS25에서 모델이 파우치 타입의 화장품을 사용해 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이마트24 또한 같은 해 화장품 브랜드 ‘플루’와 손잡고 미세침에센스인 ‘플루 시카부스터 에센스100’와 바디스크럽, 클렌징폼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CU는 라이프스타일 코스매틱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콜라겐 랩핑 물광팩’, ‘순수 비타민C 세럼’, ‘글루타치온 수분크림’ 등을 선보였다. 이 밖에 팔각형, 마름모, 하트, 나비 모양 4종 디자인이 담긴 홀로그램 트러블 패치도 선보였다.

패션 또한 듀프 트렌드가 휩쓸었다. 다이소는 뷰티에 이어 패션 카테고리도 확장했다. 다이소는 과거 양말, 티셔츠, 와이셔츠 등 간단한 의류 용품만을 판매해왔는데, 현재는 스포츠웨어, 이지웨어, 홈웨어 등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여름철엔 가볍게 입기 좋은 원단으로 제작한 ‘이지쿨’, 겨울철엔 기본 아이템으로 착용하기 좋은 ‘플리스’, ‘맨투맨’, ‘조거팬츠’ 등을 선보여 고객의 호응을 얻었다.

GS25 직원이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GS25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3월 2일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를 출시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는 무신사가 운영하는 GS25 전용 라인업 상품으로, 재킷·팬츠·티셔츠·벨트·속옷·양말 등 총 12종의 상품을 선보인다.

이랜드리테일은 2023년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 NC베이직을 론칭해 티셔츠, 청바지, 셔츠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는 발열 내의(웜테크), 베이직 푸퍼(패딩), 플리스(아우터) 등을 다양하게 아우르고 있다.

1만 원 넘지 않는 화장품…패션도 3만 원대 이하로 구성

손앤박 컬러밤은 '저렴이 샤넬밤'으로 불리며 히트했다. 사진=아성다이소

해당 제품들의 공통점은 가성비다. 다이소가 선보인 손앤박 컬러밤 3종과 VT리들샷은 3000원이었다.

GS25가 듀이트리와 손잡고 선보인 스킨 더마 아쿠아 마스크팩은 700원, 아쿠아 부스팅 토너와 아쿠아 콜라겐 멀티 크림은 5000원, 더마 세라마이드 오일 세럼은 7000원이었다. 가장 최근 선보인 더마비와의 제품들은 모두 3000원으로 구성됐다. CU 또한 소용량 파우치 화장품을 모두 3000원 이하로 책정했고, 이마트24가 선보인 화장품들 또한 1만 원이 넘지 않는 가격으로 구성됐다.

GS25와 손잡은 무신사 스탠다드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가성비 좋은 제품이 대표적 특징인 브랜드다. NC베이직은 티셔츠 9900원, 청바지와 셔츠 각 1만 9900원 등 전체 상품 중 약 80% 규모를 3만 원대 이하로 구성했다. 스파오는 지난해 대표 상품인 베이직 푸퍼, 플리스를 2023년과 동일한 가격인 6만 9900원, 2만 9900원에 각각 내놨고, 발열 내의는 2009년 출시가(1만 2900원)보다 3000원 낮은 9900원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마트24는 화장품 브랜드 '플루'와 손잡고 다양한 화장품들을 선보였다. 사진=이마트24

이 같은 합리적인 가격 책정은 광고·마케팅 비용과 패키지 최소화, 소용량 제품 출시 등의 방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퀄리티 또한 놓치지 않는다.

다이소가 선보인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은 4g으로, 비슷하다고 회자된 명품 브랜드 샤넬의 ‘립앤치크밤’(6g) 제품보다 용량이 미세하게 적었다. 해당 제품은 립앤치크밤과 비슷한 퀄리티를 지녔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저렴이 샤넬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VT리들샷 또한 다이소에서 선보인 제품은 12㎖으로, 본래 한 병(50㎖)보다 용량이 적었다. VT리들샷은 본래 한 병이 3만 원 이상에 판매됐으나, 다이소에서는 3000원에 살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매진됐다.

GS25는 이즈앤트리 어니언 겔크림의 본품(50ml, 80ml)을 1회 사용량(2ml) 기준에 맞춰 6개입 1세트로 구성해 출시했다. 이마트24에서 선보인 플루 바디스크럽은 H&B(헬스앤뷰티)스토어에서 바디스크럽 부문 1위를 차지한 인기가 높은 상품인데, 역시 편의점 채널에 맞춰 75g 소용량으로 변경해 선보였다.

이랜드리테일은 NC베이직을 유통형 SPA 모델로 선보인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사진=이랜드리테일

이랜드리테일이 선보이는 유통형 SPA는 유통사가 자체 기획·생산한 패션 브랜드 상품을 자사 유통망에 입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해외에도 자체 의류 생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중국·방글라데시 소싱 지사, 베트남·미얀마·인도 생산 법인을 통해 원단 소재개발 및 생산, 봉제까지 자체 진행해 판매 가격을 낮춘다. 또한, SPA 브랜드의 대표 원가절감 방식인 ▲비수기 생산 ▲사전 기획 ▲대량 생산 등도 동시에 활용한다.

듀프 시너지 효과는 매출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다이소의 1~10월 기초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240%, 색조화장품 매출은 130% 각각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겨울 의류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 늘었다.

고객이 CU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GS25의 1월 GS25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2% 증가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0월 선보인 플루 화장품 3종이 인기를 끌면서 출시 후 4개월간(2024년 10월~2025년 1월) 화장품 매출이 직전 동기간(2024년 6~10월) 대비 49% 뛰었다. CU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화장품 상품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4.0%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28.3% 더 팔렸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6.5%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NC베이직의 스트레이트, 테이퍼드, 부츠컷 등 핏의 데님 가격은 1만 9900원, 2만 9900원으로, 토종·글로벌 SPA브랜드 데님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하며 지난해 누적 판매량 15만 장을 기록했다. NC베이직 ‘울 블렌디드 스웨터’ 등 스웨터류도 지난해 누적 판매량 14만 장을 돌파했다. NC베이직은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의류 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패션 업계가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가성비를 원하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좋은 성과를 내며 지난해 1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듀프 유행은 계속된다

'미모 바이 마몽드'는 다이소 입점 4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개를 돌파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이처럼 합리적인 가격에 유사한 경험을 원하는 듀프족의 니즈를 공략한 제품 출시는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뷰티업계 양강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은 각각 다이소용 저가 세컨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 ‘퓨어더마’를 출시하면서 듀프족 공략에 나섰다. 미모 바이 마몽드는 다이소 입점 4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개를 돌파하는 성과도 거뒀다. GS25는 올해 기초 화장품에 이어 색조 화장품까지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은 NC베이직을 유통형 SPA 모델로 선보인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이 일환으로 3월 1일 NC 송파점 1층에 198㎡ 규모로 첫 모델 매장을 리뉴얼 오픈했다. 이를 통해 상품군을 ▲의류(가디건, 셔츠, 스웨터, 데님, 스커트 등) ▲이너웨어(캐미솔, 여성 내의, 남성 드로즈) ▲라운지웨어(파자마) ▲잡화(가방, 모자, 양말, 스카프)로 확대했다.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에 진열된 소용량 화장품. 사진=연합뉴스

해외에도 SPA 전담조직을 설립해 전략을 고도화한다. 국내에 소량으로 테스트 상품을 판매한 뒤 반응이 좋으면 국내 공장에서는 2일, 해외 공장에서는 5일 만에 재입고하는 ‘2일·5일’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광고·마케팅없이 상품 경쟁력만으로 입소문을 타며 성장해온 NC베이직은 의류뿐 아니라 이너웨어, 라운지웨어, 잡화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매장 규모를 확대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혁신적인 제조 역량을 활용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의 제품을 선보여 유통형 SPA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때 보복소비 심리로 명품 매장에 오픈런이 늘어섰다면, 최근엔 가성비를 갖춘 유사 제품 출시 시 그에 못지않은 오픈런이 이어지는 걸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는 부담 없이 다양한 걸 체험하고 싶어 하는 1030세대를 중심으로 더 활발해지는 모양새”라며 “수년 간 대중화된 명품보다 새로운 대체품을 적극 찾아나서는 것에서도 흥미를 느끼는 추세다. 더 저렴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욕구를 충족하는 트렌드가 올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이소에 마련된 '뷰티' 섹션. 사진=김금영 기자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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