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5.03.19 10:42:13
최근 보도된 기사 중 조금 어려울 수 있는 기사를 비교적 알기 쉽게 풀어 다시 기사화하는 코너입니다. 특히, 건설·중공업·중화학 분야는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더구나 중간중간 보이는 전문 용어들은 독자의 눈을 기사의 끝 문장까지 이르지 못하게 합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풀고 덧붙이고 잘라 설명하니, 끝까지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SK케미칼은 지난달 18일 “국내에 순환 재활용 원료 생산, 실증 연구와 소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플라스틱 종합 재활용 솔루션 센터 구축에 나섰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recycled BHET·이하 r-BHET)를 생산하는 해중합(解重合) 파일럿 설비를 울산공장에 짓겠다고 했다. 회사는 또 파일럿 설비와 기존 코폴리에스터 상업생산설비를 연결하는 ‘리사이클 이노베이션 센터(RIC)’를 구축하기로 했다.
SK케미칼에 따르면 국내에 해중합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재활용 복합시설을 갖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나온 ‘순환 재활용’은 SK케미칼만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폐플라스틱을 분자(分子) 단위로 분해하는 해중합 방식을 사용한다.
이번에 새로 짓는 해중합 파일럿 설비에선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r-BHET를 생산한다. 페트나 코폴리에스터 같은 폴리에스터 계열 소재의 중간 원료격인 r-BHET는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핵심이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코폴리에스터는 열과 습기에 강해 음식·화장품 포장 용기부터 건축 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한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나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등이 SK케미칼의 코폴리에스터 소재가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해중합 파일럿 설비는 내년 가동이 목표이며, 연간 50t(톤) 생산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투명 페트 등에 한정됐던 재활용 범위 확장
SK케미칼은 “해중합 파일럿 설비에선 일반 투명 보틀 형태의 폐플라스틱을 넘어 기존 재활용 공법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섬유, 필름, 자동차 부품 등 저품질 폐플라스틱의 상업화 기술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명 페트병 등으로 한정됐던 재활용 범위를 더욱 넓혀, 섬유·필름 제품이나 자동차 부품 같은 낮은 품질의 플라스틱에서도 재활용 원료를 뽑아내겠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은 RIC 건설로 울산공장 한 곳에서 순환 재활용 원료(r-BHET)부터 순환 재활용 소재까지 이어지는 논스톱 연구·생산 체계를 갖추게 됐다. 다시 말해, 해중합 파일럿 설비와 함께 순환 재활용 페트를 제조하는 중합 파일럿과 순환 재활용 코폴리에스터를 양산하는 상업생산설비를 바탕으로 해중합~실증 연구~중합~양산까지 전 공정이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자동차·가전·패션 등 산업별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의 형태와 종류도, 필요로 하는 플라스틱의 품질과 물성도 각기 달라, 산업별로 필요한 해중합·소재 생산 프로세스를 빠르게 검증하고 상용하는 기술·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RIC가 구축되면 각 산업에서 요구하는 어려운 난이도의 다양한 난제에 대해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IC 완공시 ‘클로즈드 루프’ 구축 가속화 전망
SK케미칼은 RIC가 완공되면 현재 추진 중인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구축이 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클로즈드 루프는 그간 매립·소각됐던 폐플라스틱이 수거·분쇄·세척·해중합·중합 과정을 거쳐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과 동일한 형태로 생산되고, 이를 원료로 다시 가전이나 식음료 용기 같은 제품화로 이어지는 ‘완결적 순환체계’를 뜻한다.
해중합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순환 재활용 소재는 석유 기반 소재와 같은 물성과 품질을 구현할 수 있어, 생수병을 다시 생수병으로, 폐가전의 플라스틱을 다시 가전제품에 적용하는 완결적 순환 구조를 구현하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SK케미칼은 RIC를 기반으로 음료·화장품·가전·자동차 산업과 협력을 강화해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인프라와 안정적인 폐자원 공급망을 확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각 산업에 최적화된 해중합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완결적 순환 체계를 실현하는 대규모 양산 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안재현 SK케미칼 사장은 “재활용 원료부터 리사이클 플라스틱까지 이어지는 일원화된 연구와 생산체계 구축은 순환 재활용이라는 플라스틱 생태계의 혁신을 가속화 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며, “식·음료, 자동차, 전기·전자, 패션 등 각 산업의 기업과 긴밀한 협력으로 완결적 자원순환체계를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K케미칼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순환 재활용 코폴리에스터를 상업화했고, 2022년 국내 최초로 순환 재활용 페트를 공급했다. 2022년에는 특히 중국 슈에(Shuye)사의 자산을 인수, 자회사 SK산토우를 설립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을 위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마련해 왔다.
스터디카와 전통주 용기에도 순환 재활용 기술 적용
앞서 지난해 12월, SK케미칼은 현대차·기아와 함께 순환 재활용과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자동차 부품 6종을 기아 ‘EV3 스터디카’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차에 SK케미칼의 순환 재활용 페트가 적용된 부품은 헤드라이너, 시트, 크래시 패드, 도어 패널, 도어 암레스트 등 모두 다섯 가지다. 이와 함께 SK케미칼의 신규 폴리에스터 연질 소재인 ‘FLEXIA’가 바닥 매트에 적용돼 재활용이 쉽도록 했다.
SK케미칼과 현대차·기아는 순환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각 부품이 필요로 하는 물성에 맞는 조건을 구현하고자 14개월간 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통주 기업 국순당의 프리미엄 막걸리 ‘옛날 막걸리 古’ 페트병에 순환 재활용 기술을 적용했다고 알렸다. 국내 전통주 용기에 순환 재활용 페트 소재를 적용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두 회사는 석유화학 기반의 페트 소재를 대체하고자 7월 업무협약을 맺은 후 순환 재활용 페트 용기를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어 순환 재활용 플라스틱인 ‘스카이펫(SKYPET) CR’을 제품 소재로 선정하고 사출 성형성, 내열성(耐熱性), 내충격성 등 주류 용기의 제조·유통에 필요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 유통은 물론, 수출 시 적도(赤道)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용기 변형이 일어나지 않고 술의 맛과 품질이 유지되는 용기를 개발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