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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기업이 강해져야 부산경제도 나아진다”

“비싼 물값 내는 부산 시민들, 깨끗한 물 먹을 권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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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임재희⁄ 2025.04.21 16:00:14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이 CNB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원석 기자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를 ‘부산광역시에 둔다’로 바꾸는 일이 그렇게도 어려운 겁니까?”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이 지역 경제 회생의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이미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을 공식화한 지 2년이 넘었지만, 국회는 여전히 법 개정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수도권 중심 행정의 민낯 아닙니까?” 양 회장은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 ‘산은 부산 이전’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직접 등록했다. 한 달 안에 5만명의 동의를 받아야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하는 까다로운 절차였다. 하지만 청원은 개시 21일 만에 5만명 돌파에 성공했다. “이건 부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도권 중심 행정의 민낯을 바꾸자는 간절한 외침입니다.”

그러나 그가 진짜로 절박하게 여기는 건 따로 있다. 바로 ‘물 문제’다.

“산업은행도 중요하지만, 물은 시민의 건강이 달린 문제입니다.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생존 문제입니다.”

부산은 전국 7대 도시 중 유일하게 상수원 보호구역이 아닌 낙동강 하류수를 정수해 마시는 지역이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공업폐수와 생활하수가 그대로 섞인 물이다. 그럼에도 부산 시민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물값을 내고 있다.

 

2024년 8월 ‘맑은 물 TF 구성 및 제1차 회의’에서 양재생 회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산상의 제공
 

“정수에 돈이 더 드니 물값이 비싸고, 시민들은 ‘믿고 마실 수 있는가’ 불안해하며 삽니다. 이게 과연 정상입니까?”

양 회장은 지난해 ‘맑은 물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물 문제를 지역 핵심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그는 “청년이 떠나고 기업이 망설이는 도시, 그 이면엔 삶의 질을 결정짓는 ‘물’ 문제가 있다”며 “좋은 물은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는 부산을 포함한 김해, 양산, 창원 일부 등 500만 인구가 매일 90만 톤 이상의 맑은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창녕·의령의 강변여과수, 합천 복류수에서 물을 끌어오고, 장기적으로는 지리산 자락에 새로운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주 여건이 바뀌어야 기업도 오고 청년도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을 경제 문제로 봅니다.”

인터뷰 내내 양 회장은 산업은행 이전도, 식수 문제도 결국 ‘시민’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이전에서부터 물 문제, 청년 일자리까지, 부산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양 회장과 일문일답.

- 현재 부산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은 부산 금융산업 발전과 동남권 기업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사업이다. 지난 2023년 5월 정부가 산업은행을 부산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하고, 본사 부산 이전을 공식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2년째 제대로 된 심의조차 하지 않고 개정안 처리를 외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국가적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무관심이 계속되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직접 청원을 올리게 됐다.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라는 조항을 ‘부산광역시에 둔다’로 다섯 글자만 수정하면 되는 일인데 이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싶다.

이번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번거로운 본인 인증절차를 마친 5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를 해야 소관 위원회의 심사를 받을 수 있어서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른 21일 만에 9일이나 앞당겨서, 5만명을 돌파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신 것은 부산시민들이 진정으로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이제 정치권이 부산시민의 간절한 외침에 적극 응답할 시점이다.

-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이룬 성과 가운데, 가장 손꼽히는 기업 지원 정책이 있다면?

기업이 강해져야 부산경제도 나아진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신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왔다.

고금리, 고물가,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기업의 경영애로 해결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장님께 직접 건의해 시청에 있던 원스톱 기업지원센터를 부산상공회의소로 확대이전했다.

그리고 전 직원이 참여하는 기업애로현장반문반 활동을 통해 총 480개 기업을 방문해, 204건의 애로사항을 접수, 이중 71건을 관계기관에 건의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또한 기업의 의견을 시책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정책협력관 2명을 부산시로부터 정식 파견받아서 기업현장의 애로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공장 증축을 추진 중인 지역기업이 공사에 필요한 진입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어 공사부지에 접한 완충녹지 일부를 점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게 해준 것이다. 현행법상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중앙정부 및 해당 구청과 10여 차례 끈질기게 논의한 끝에 결국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있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압박 고조 등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힘은 기업에서 나오는 만큼 올해는 더욱 어려워진 기업경기를 감안해, 매달 2회 이상 기업현장에 나가서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시원하게 뽑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3월 24일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회장단이 윤한홍 정무위원장에 서한문을 전달했다. 사진=부산상의 제공
 

부산상의는 지난해부터 경기부진과 고금리에 따른 자금난으로 고생하고 있는 회원사들을 위해 BNK부산은행과 협약을 맺고, 총 대출규모 3000억원에 최대 1.6%의 우대금리와 한도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부산상의 덕분에 자금운용의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울러 현재 지역 제조업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디지털 혁명이 주도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 사업의 재편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부산상의가 산업부, 대한상의와의 협력을 통해 지난 해 9월 5일 정부의 1호 현장지원센터를 부산에 개소하고, 총괄운영을 맡고 있다. 그동안 서울의 지원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행정불편으로 인해 지역에 사업재편에 대한 수요가 많았음에도 26개 기업만이 사업재편 승인을 받았을 정도로 활용의 빈도가 낮았다. 부산상의가 현장지원센터 운영을 맡게 된 만큼, 사업재편이 절실한 지역기업에게 밀착지원을 해 나갈 예정이다.

- 청년 인구 유출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결국은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관광․마이스 산업이라고 본다면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의 빠른 제정은 필수적이다.

아울러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관광·마이스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았을 때,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마이스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대규모 복합리조트의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웃 일본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를 갖춘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2030년 개장 예정으로 오사카에 짓고 있다. 우리도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다만 국내법상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이 불허되고 있는 만큼 대규모 복합리조트 유치를 위해서는 특별법 도입을 통해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현재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과 연계한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산업계, 학계, 법조계, 정치권 등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부산형 복합리조트 유치를 위한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전략수립과 대시민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들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 물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맑은 물 TF가 추진 중인 활동은?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맑은 물을 확보하는 것은 사회적 이슈이기도 하지만, 정주환경 개선을 통해 삶의 질에 민감한 청년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제이슈로 볼 수 있다. 지역에 청년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지역경제의 가장 큰 고민인 인구 감소와 출생률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전국 7대 도시 중 부산만 유일하게 상수원 보호구역이 아닌 낙동강하류수를 고도처리한 물을 먹고 있으며, 나머지 도시들은 댐에서 나온 맑은 물을 주요 식수원으로 공급받고 있다. 부산 시민들은 대도시 중 가장 비싼 수도 요금을 지불하면서도 오염에 취약한 수돗물을 마시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사진=부산상공회의소
 

부산을 포함한 김해, 양산, 창원 일부 등 500만 주민이 맑은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창녕, 의령의 강변여과수와 합천의 복류수를 매일 90만 톤 이상 받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수질이 좋은 지리산에 문정댐 또는 덕산댐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부산상의가 지역사회 내에서 맑은 물 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맑은 물 T/F를 발족시켰으며, 올해부터 근거 논리 마련을 위해 전문가 용역을 추진 중이다.

- 부산 경제 전반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지금 지역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여건들이 예기치 못한 국내외 변수들로 인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인해 지역의 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원화약세의 영향으로 원자재를 수입해서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수입기업들은 환차손이 커져 채산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관세장벽 강화와 혼란스러운 국내정치 사정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올 한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많은 기업인들이 ‘올해 최대 화두는 생존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경영여건이 좋지 않다. 신규투자를 통한 이윤창출이 가장 큰 목표인 기업인이 생존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상황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혁신의 흐름 속에서 조선·기자재, 자동차, 기계, 철강 등 지역의 주력 업종들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사업재편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상의가 지난해부터 동남권 사업재편 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하게 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지역기업의 사업다각화와 혁신성장을 적극 지원하기 위함이다.

분명 위기이지만, ESG경영 도입을 통해 기업체질을 변화시키고, 기술혁신을 위한 과감한 도전에 나선다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극복을 위해 가장 먼저 나서서 과감하게 투자하고,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한 주체는 언제나 기업이었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사진=부산상공회의소
 

- 기업인이 존중받는 지역 분위기를 강조하시는데.

그동안 기업인의 가장 큰 사회적 기여는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기업인들에게 보다 많은 사회적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해 부산상의는 부산사랑의열매와 나눔 문화 협약을 맺고, 많은 수의 기업인들이 나눔명문기업에 가입하도록 했으며, 창립기념일에는 1억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산불피해 성금으로 부산상의가 기업인들과 함께 1억원을 부산사랑의열매에 기탁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부산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기업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화장실 캠페인도 앞장서서 펼치고 있다.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부산시가 개방형 화장실과 같은 선진국형 캠페인을 통해 부산이 정말 좋은 도시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위함이다.

이러한 부산상의의 사회적 기여를 토대로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기여에 참여한다면, 부산만큼은 기업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기업인이 존중받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 마지막으로 지역 기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현재 지역기업들은 ‘첩첩산중’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많은 도전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고금리와 내수부진에 전 세계를 향한 미국의 관세장벽 도입, 여기에 AI가 주도하는 디지털 혁명까지 더해져 미래생존을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시기이다.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이 제조․수출 기업인 만큼 통상 리스크에 대한 기민한 대응은 물론이고 혁신성장을 위한 사업재편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부산상의는 고조되는 통상 위기 속에서 수출기업들을 돕기 위해 ‘통상 리스크 대응 TF’를 가동하고 있으며, 사업재편 현장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지역기업의 사업다각화도 전문적으로 지원 중에 있다.

지역기업들에게 위기의 순간이지만, 혁신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임재희 기자 summerda11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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