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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준에서 백남준까지,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한국실 재개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 대상기관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19세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미술과 문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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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5.19 11:41:25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전경_Museum Building exterior, 2020. Peabody Essex Museum. Photo by Bob PackertPEM.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한국실 개막행사_왼쪽 세번째부터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 린다하티건 관장, 김재휘 총영사.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한국실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 한국실 지원 사업 대상기관인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Peabody Essex Museum, 관장 Linda Roscoe hartigan) 한국실이 지난 17일 새롭게 단장하여 ‘유길준 한국실(Yu Kil-chun Gallery of Korean Art and Culture)’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하였다. 이번 한국실은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자체 예산을 활용하여 232㎡ 규모로 개편되었다.

역사 도시 세일럼(Salem)에 위치한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은 현존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자 한국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한 최초의 미국 박물관이다. 특히 19세기 조선의 개항 이후 한국과 미국을 왕래한 인적 교류를 기반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수집했다는 점에서 다른 국외 박물관과는 차별화된 한국 소장품 수집의 역사를 보여준다.

 

미국 사절단인 보빙사의 일원이자 한국 최초의 유학생으로 『서유견문』을 저술한 유길준(俞吉濬. 1856-1914)의 이름이 새 한국실 이름이 된 것은 유길준과 당시 피바디과학관(현 피바디박물관 전신) 에드워드 모스(Edward Sylvester Morse, 재임 1880-1914) 관장의 인연에서 한국 소장품 수집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유길준은 1883년 보빙사의 일원으로 미국에 온 후 모스 관장의 권유로 미국에 남아 세일럼에서 약 1년간 유학하였다. 이 때 유길준은 모스 관장이 1884년 고종의 외교 고문인 독일인 묄렌도르프(Paul Georg von Möllendorf, 1848–1901)를 통해 구입한 한국 유물 225점에 대해서 자문해주기도 했다. 재개관한 한국실에서는 귀국할 때 유길준이 박물관에 기증한 옷과 소장품, 그리고 돌아가는 배편에서 모스에게 쓴 편지 등을 볼 수 있다.

피바디에섹스박물관 한국실에는 19세기 일상용품부터 21세기 현대미술 작품까지 망라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19세기 말 동서양이 만나는 역동적인 변화의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근대 공예품이 주목된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관, 선교사, 지식인 사이의 교류를 보여주는 전시품 가운데 보빙사의 일원이었고,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 저자인 퍼시벨 로웰(Percival Lowell)이 선물 받은 모자는 한국의 전통적인 재료인 말총으로 만든 서양 신사 모자다. 또한 선교사 마벨 폴링(Marbel Valentine hall Pauling, 1870-1909)이 조선 내무부로부터 받은 특별한 형태의 육각 은제함에는 ‘폴링 부인’이라는 한글 표기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세계 문화와 공식적으로 만난 1893년 시카고박람회에는 전통적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형태의 의자도 출품되었는데 당시 박람회에 참가한 궁중악사들이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 기증했던 악기와 함께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의 소장품 가운데는 미국 외교관들의 흥미로운 수집품들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대한제국 마지막 미국 공사였던 에드윈 모건(Edwin V. Morgan, 1865-1934)의 유품을 2024년 유족이 기증하였는데 기증품 가운데 1896년부터 1900년 초까지 주미 공사를 지낸 이범진(李範晉, 1852-1911) 가족사진이 이번 한국실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이범진은 주미공사로 부임하여 워싱턴에서 3년 반 정도 체류하는 동안 모건과 깊이 교류하였는데 마침 한국으로 발령받은 모건은 이범진의 부탁으로 1899년 향수병에 걸린 이범진 아내의 귀국길에 동행하기도 하였다. 사진 속에는 이범진의 아내와 장남 이기종, 그리고 훗날 1907년 헤이그 특사로 활약했던 차남 이위종의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범진은 러시아, 프랑스·오스트리아 공사를 겸임하였고, 1900년 러시아로 임지를 옮겨 대한제국의 국권수호와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하였으나 1910년 국권이 침탈되자 1911년 순국하였다. 모건은 1900-1901년 대한제국 외교관으로 근무하였고, 이후 1905년 대한제국 마지막 공사로 근무한 뒤 남미 여러 국가의 미국 대사로 부임하였다.

이처럼 피바디에섹스박물관 한국실이 성공적으로 재개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확보를 지원한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실 지원 사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한국미술 큐레이터인 김지연 박사는 미국 현지에서 활발히 소장품을 조사, 발굴, 수집하고 한국과 긴밀히 교류하며 학술적인 기반 위에 소장품 확대와 한국실 재개관을 추진하였다. 또한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의 자체 예산으로 2023년부터 현재까지 다수의 국내 현대 작가와 재미 한국작가의 작품 15점을 구입하여 그 중 10점을 이번에 선보이게 되었다. 2025년 구입한 백남준 작가의 멀티미디어 작품을 비롯하여, 정연두, 양숙현, 데이비드 정, 원주 서 작가 등의 대표작을 함께 전시하여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한국실을 기획했다.

백남준 작품_Ceramic Vessel.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정연두 작품.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번 한국실 재개관은 보스턴과 세일럼 등이 위치한 뉴잉글랜드 한인 사회가 한국실 재개관의 기반 마련을 위해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의 한국계 수석기금담당자 수 킴(Sue Kim)의 주도 하에 한인들이 자발적인 후원 행사를 진행하였고, 일부 한인 예술가들은 작품과 소장품을 옥션에 기부하는 등 각계각층의 뜻깊은 참여가 이루어지며 한국실 재개관으로 뉴잉글랜드 한인 커뮤니티가 결속하게 된 것이다.

재개관 개막 행사는 5월 15일 피바디에섹스박물관 한국실 및 별도의 리셉션 공간에서 개최되었으며, 한국의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 주보스턴대한민국총영사관의 김재휘 총영사 및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관계자, 지역사회의 문화계 인사와 한인 다수가 참여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994년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품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으로 개최된 이후, 30여 년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을 받은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한국실이 재개관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실에서 더 많은 이들이 한국의 역사와 예술을 접하고, 양국 간의 문화교류 또한 한층 깊어질 것이라 기대한다”는 축사를 전했다.

이번 전시는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한국실에서 2025년 5월 17일부터전 세계로부터 온 다양한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연계 행사로 작가 진행 워크숍, 춤과 음악 공연 등 가족·성인 및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향후에도 다양한 국가와 기관에 대한 한국실 지원 사업을 활성화함으로써 각 국에 소재한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확장하여 세계가 공유하는 글로벌 문화유산으로서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자 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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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김재홍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유길준  이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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