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5.05.22 10:59:02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신기술 공세에 맞서 기술 혁신, 공급망 다변화, 지식재산권 보호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저렴한 원자재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기반한 다양한 신기술을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왔다.
대표 주자인 CATL은 2024년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7%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셴징(Shenxing)’을 내세워 기술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세대 셴싱 배터리는 최대 8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고,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서도 15분 만에 5%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저렴하고 더 안전성이 높은 ‘나트륨(소듐)이온배터리’ 기술도 공개했다. 일명 ‘소금 배터리’다. CATL은 오는 12월부터 나트륨이온배터리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인데,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물론 LFP배터리 시장도 잠식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BYD 역시 ‘블레이드(Blade)’ 배터리를 통해 안전성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LFP 배터리 기반이지만, 안전성, 에너지 밀도, 비용 효율성 등이 크게 강화됐다. 특히, ‘못 관통’ 테스트에서 화재나 연기 발생 없이 표면 온도가 30~60℃로 유지되고, 압착, 굽힘, 300℃ 가열, 260% 과충전과 같은 극한 테스트에서도 화재나 폭발이 발생하지 않는 등 높은 안전성을 입증했다.
건식코팅·LMR 배터리로 기술 격차 확대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 혁신을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건식코팅 기술과 LMR(리튬망간리치) 배터리다.
먼저, 건식코팅(dry-coating)은 전극(양극과 음극)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등을 용매 없이 혼합하여 고상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적용하는 기술이다. 기존 습식 공정보다 제조 비용이 17~30% 절감되며, 에너지 밀도도 향상되고, 환경 부담도 줄일 수 있어서 차세대 제조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해당 기술의 실험 생산을 2024년 4분기 시작해,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 공정에 접목, 상용화할 계획이다.
LMR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이 주원료인 기존 삼원계 배터리에서 망간의 함량을 크게 늘린 배터리다. 비싼 코발트와 니켈 대신 매장량이 많아 가격이 저렴한 망간을 이용하므로, 배터리 생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LFP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다. 각형 셀 형태이며, 1회 충전으로 640km 이상 주행이 가능해 전기트럭, SUV 등 중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GM과의 협업을 통해 2028년부터 미국에서 본격 양산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통해 전동공구, AI 데이터 서버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전고체 및 리튬황 배터리 관련 신기술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확보…특허 침해도 적극 대응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공급망 전략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장저우 리위안과 5년간 LFP 배터리용 카소드 물질 16만 톤 공급 계약을 체결, 전기차 100만 대 생산이 가능한 기반을 확보했다. 또한 중국 그레이트파워에 300억 원을 투자해, 2023년부터 6년간 니켈 2만 톤 공급을 보장받았다.
호주의 리튬 광산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부합하는 공급망도 구축 중이다. 이는 북미 시장 내 생산 거점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한 특허 소송도 병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은 2024년 10월, 중국 삼원계 양극재 1위 기업 론바이의 한국 법인 ‘재세능원(載世能源)’을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재세능원이 자사 삼원계(NCM·리튬 코발트 망간) 양극재 관련 핵심 기술을 베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했다는 것. 이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도용 시도를 견제하고, 글로벌 배터리 산업 내에서 기술 주도권을 수성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처럼 LG에너지솔루션은 신기술 개발, 공급망 안정화, 특허 보호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 대응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술력 우위 확보다. 소재, 셀, 팩,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등 배터리 제조 공정 전반에 이르는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인재 격려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 CEO 김동명 사장은 “구성원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 연구개발(R&D)을 지속할 수 있도록 투자와 인재 육성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