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5.06.27 16:43:02
KB금융그룹이 안정적인 실적 성장과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바탕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이 2분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하고, 보통주자본(CET1) 비율 추가 상승에 힘입어 하반기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2분기 순이익 1.6조원 상회 전망…이자·비이자이익 동반 선방
하나증권과 SK증권은 KB금융의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2분기 추정 순이익을 약 1조 6500억원으로 제시하며, 분기 말 금리 변동에 따른 유가증권 매매평가익이 확대될 경우 1조 7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호실적 전망의 배경에는 ▲1분기보다 높은 1.8% 수준의 원화대출 성장률 ▲순이자마진(NIM)이 소폭 하락(-1bp)에 그치며 순이자이익 2.4% 증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비화폐성 외화환산이익 발생 등 비이자이익 부문의 선방이 꼽힌다. 또한, 1분기 발생했던 추가 충당금 부담이 사라지면서 2분기 대손비용은 약 47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SK증권 설용진 연구원 역시 2분기 순이익을 1조 6252억원으로 전망하며,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은 CET1 비율…하반기 최소 7,000억 자사주 매입 가시권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KB금융의 CET1 비율과 그에 연동된 주주환원 규모에 쏠려있다. KB금융은 2분기 말 CET1 비율이 13.5%를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분을 추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최정욱 연구원은 "2분기 순이익(약 +47bp)과 자사주 매입 및 배당(-19bp), 위험가중자산(RWA) 증가(-24bp) 등을 고려하면, 환율 하락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2분기 말 CET1 비율은 13.7%를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CET1 비율에 추가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CET1 비율이 약 0.2%p(20bp)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이를 감안하면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8%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하반기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최소 7,000억원에서 환율 효과에 따라 최대 1조원 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증권 역시 하반기 약 6,000억~6,500억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을 전망했다.
만약 하반기 7000억원의 추가 자사주 매입이 현실화될 경우, KB금융의 2025년 총주주환원율은 51.5%로 50%를 돌파하게 된다. 1조원 매입 시에는 57%에 육박하는 높은 주주환원율을 달성하게 될 전망이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주식"…목표주가 상향
견고한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에 증권사들은 KB금융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3만5000원을 유지했으며, SK증권은 높아진 주주환원율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상향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KB금융은 수급상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공산이 크다"며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3배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아직 부담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설용진 연구원 또한 "안정적인 이익 체력과 주주환원 기대감을 감안했을 때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기 부진에 따른 대손비용(Credit Cost) 악화 가능성과 공공적 지원 확대 등은 투자 리스크로 제시했다.
금융주, 성장이 아닌 '재평가'에 베팅할 때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거시적 관점에서 금융주 투자가 '성장성'이 아닌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대한 베팅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금융주 주가는 2007년보다 낮지만, 18년간 이익은 3~4배, 순자산은 4~5배 증가했다"며, 금융주의 근본 문제는 '저성장'이 아닌 '저평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금융주 강세장이 '20년 주기'로 나타나는 현상이 '달러 사이클'과 연관이 깊다고 분석했다. 추세적인 달러 약세(원화 강세)가 나타날 때, 수출주 실적에는 부담이 되지만 외국인 유동성 유입으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PBR)이 재평가되며 랠리가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과거 '3저 호황'이나 '브릭스(BRICS) 시대'처럼 '금융주'와 같은 초저평가 가치주들이 랠리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달러 약세라는 유동성 환경에 더해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부의 자본시장 구조 개혁 정책이 금융주 재평가의 중요한 동력"이라며 "추세적 달러 약세의 물증만 확인된다면 한국 증시와 금융주의 슈퍼 랠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단기적인 위험 요인도 상존한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RWA) 상향 조정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기도 했다. 이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의 CET1 비율이 직접적으로 하락하고, 은행들이 오히려 기업대출을 축소하는 등 '밸류업' 정책에 역행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6월 3주차 은행주는 1.4% 상승에 그치며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꾸준히 순매수하며 양호한 수급을 보인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환원율 증가폭 최저…보통주자본(CET1)에 묶인 주주환원 올해는
이 밖에도 CET1에 묶인 KB금융의 ‘보수적’ 주주환원 정책이 올해는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요소다. 지난해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약 39.8%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4.8%포인트, 신한금융은 3.6%포인트 상승해 증가 폭에서도 KB금융을 앞섰다. 총수치 면에서도 신한금융이 39.6%를 기록하며 KB금융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해, KB금융이 상대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보수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금융은 총주주환원율 목표치를 명시하기보다는 CET1 비율과 연동된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이 타 금융지주 대비 높게 나타나면서 CET1 비율은 전분기 13.84%에서 13.51%로 33bp(0.33%p) 하락했다.
이에 따라 CET1 비율을 기준으로 한 주주환원 계획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금융은 상반기에 약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 1조 7,600억원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약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예상했던 만큼, 실제 발표된 환원 규모는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로 인해 주주환원 정책의 실효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일부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올해 CET1 비율은 13.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CET1 연동 정책이 실효성 있는 주주환원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현 시점에서 금융주는 견고한 실적과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기반으로 한 '밸류업 모멘텀'이 뚜렷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인 정책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와 달러 약세라는 거시적 순풍 가능성이 이를 상쇄하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이 KB금융의 목표주가를 13만원 이상으로 제시하며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는 가운데, KB금융이 주주환원 정책에서 실효성 있는 결과를 창출하며 금융주 재평가 시대를 이끌어갈 대표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힐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