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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일 후 만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딱 맞는 옷 입고 선수로 열심히 뛸 것”

박물관의 3대 구성요소는 유물, 건물, 사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수장고 속 유물 밖으로 내보내고 세계에 알릴 궁리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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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7.25 18:52:03

기자회견 하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지난 7월 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유홍준 관장은 여전히 입담이 좋았다. 이제는 선생이나 저자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의 박물관장으로서 기자 앞에 앉았다.

유홍준 관장은 예술적 이슈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를 먼저 꺼냈다. “박물관 시설이 연간 100만 관객 기준으로 조성됐는데, 지금은 400만이 됐습니다. 지금 관장으로 취임해 첫 번째 해결해야 되는 게 주차 문제입니다. 좋은 전시회를 보고 나가려면 1시간 걸리고 들어올 때도 1시간 대기한다는 게 관람객 입장에서는 짜증스러운 일입니다. 평일, 그중에서도 수요일 야간에 방문해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립니다.”

 

초창기 조선시대 회화전 정도를 열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제는 조선전기 미술전을 열만큼 학술적 차원의 기획력이 높아졌다. 그도 그런 것이 인터넷을 통해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다. 세계 미술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이나 런던 브리티시뮤지엄에 가서 보던 작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저희가 전시 능력도 있지만 소장처에서 우리 박물관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고, 중국이나 우즈베키스탄 같은 국가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초청합니다. 외국의 소장품들이 오면 지방에서도 전시를 하려 합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마나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전도 10월부터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전시하게 됩니다. 그게 국립중앙박물관의 정책이죠. 마찬가지로 한국 미술을 알리는 세계 전시도 열립니다. 독일 드레스덴 전시, 11월 미국 스미소니언 전시가 그것이죠. K-컬처의 뿌리로서 한국 미술을 알리는 세계 순회전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K-컬쳐의 뿌리로서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유홍준 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시대가 박물관에 요구하는 것이 날로 변하고 증대해 오늘날에는 급기야 우리에게 K-컬쳐의 뿌리가 여기 있음을 국민들에게 다시 확인 시켜주고 한류가 흘러가고 있는 세계만방에 알려 K-문화강국의 위상을 드높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명령 앞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유홍준 관장은 누구보다 많이 박물관을 애용하며 항상 밖에서 응원해왔는데 이 자리에 서고 보니이제 객석에서 내려와 선수로 뛰게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직후 소설가 황석영 씨로부터 받은 SNS 메시지를 소개했다.


“저로서는 문체부 장관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더 몸에 맞고 능력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그동안 많이 아껴줬던 황석영 선배가 제가 국립중앙박물관장 됐다 하니 SNS로, ‘일이 맞춤하고 격에 맞다’라는 문장을 보냈어요.”

유 관장은 한국 미술사 책으로 독자를 만나는 그 마음을 이제 유물로 이야기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로 국민과 만나겠다며, 67학번의 마지막 인생을 여기에 쏟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두발로 세계로' 전에 참석한 유홍준 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의 편의 시설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2030년 어린이박술관이 확장 완공되면 식당, 카페테리아 등 시설을 현재 어린이박술관 자리에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장료 무료화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현재 상설전시는 무료이지만, 특별전은 관람료가 있다.


“기존 무료를 유료로 하려면 엄청난 논의를 거쳐야 하고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2004년에 문화재청장이 되어 제일 먼저 한 게 경복궁 입장료 1천 원을 3천 원으로 올린 거였습니다. 행정 사상 신화와 같은 얘기죠. 30%가 아니라 300%를 올렸으니까요. 외국에 나가면 박물관이나 고궁이나 다 우리 돈으로 2만 원, 3만 원을 냅니다. 그런데 당시 경복궁 입장료가 1천 원이었어요. 말도 안 되는 액수였거든요. 그런데 한복 입은 사람 무료 입장은 1천 원일 때는 못하지만 3천 원일 때는 가능했어요. 한복 빌리는 게 7천 원이니 소비자도 4천 원만 더 내면 됐거든요. 희한하게 천 원이라도 돈 내고 들어오면 관람 태도가 달라요. 수업료 내고 공부하는 거하고 무료로 듣는 거의 차이하고 똑같습니다.”

유 관장은 유물 수장고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지하에 있는 44만 점 유물 중에 엄청난 양이 평생 거기 있어야 되는 유물이에요. 바깥에 한 번 나올 수가 없는 거죠. 외국의 사례를 보면 유물 수장고를 볼 수 있게 공개하는 시스템으로 가는 게 국제적인 추세입니다.”

취임식 모습.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를 위해서는 향후 보존과학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유 관장의 생각이다. “문화재청장 시절 꼭 하고 싶었던 게 문화재 종합병원이었습니다. 시설이 좋아야 하지만은 더 중요한 건 의사가 좋아야 해요. 그런데 역대 어느 정부도 인프라에는 투자를 잘 안 하잖아요. 당장 넣으면 성과가 나는 것 중심으로 가죠. 우리 유물 창고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공주 수촌리에서 금동 신발이 나왔는데, 처음에는 메주 덩어리처럼 보이던 것을 전문가 한 사람이 현미경을 보면서 6개월 솔질을 했습니다.” 이런 노력과 정성에 첨단 기술이 덧붙여지면 이제 최고 수준의 보존과학센터가 될 것이라는 것이 유 관장의 생각이다.

유 관장은 취임 인사말을 통해 “박물관의 3대 구성요소는 유물, 건물, 사람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박물관의 모습과 위상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성과는 어떤 행태로든 전시를 통해 나타나고 수렴될 것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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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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