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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뷰티 시총 1위 ‘에이피알’, 구조적 상승세 지속…글로벌 1위 ‘로레알’ 안방 노린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

SNS·이커머스·ODM이 만든 성장 엔진, 글로벌 뷰티 산업 구조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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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5.08.26 15:40:13

에이피알의 대표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 미국 LA 팝업 스토어 전경. 사진=에이피알

올해 8월, 아모레퍼시픽(시가총액 7조6,300억 원)과 LG생활건강(4조9,000억 원)이 수십 년간 굳혀오던 국내 뷰티 업계 순위에 균열이 생겼다. 인디 브랜드 기업 ‘에이피알’이 시가총액 8조4,600억 원을 기록하며 전통 강자들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에이피알의 1위 등극은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 뷰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맞이한 구조적 전환의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과거 뷰티 산업은 ‘오프라인 유통망’과 ‘브랜드 상징성’이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 침투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틱톡·인스타그램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소비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의 무게중심은 ‘디지털 마케팅’과 ‘기능 중심 소비’로 이동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에이피알을 비롯한 K-뷰티 기업들이 북미와 일본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커머스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짧은 SNS 콘텐츠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구매로 연결하는 능력을 가장 앞서 축적했다. 또한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원천 개발 제조업체) 생태계와 민첩한 제품화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원료와 기능을 빠르게 제품화하며, 글로벌 소비자의 피부 고민을 즉각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기반 디지털 마케팅,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장악력, ODM과의 긴밀한 협업 구조는 기존 글로벌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K-뷰티만의 성장 엔진으로 평가되고 있다.


에이피알의 1위 등극은 이러한 K-뷰티 경쟁력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글로벌 뷰티 산업이 오프라인·전통적 브랜드 자산 중심에서 디지털·기능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하나증권 박은정 연구위원과 함께 분석해 본다.

하나증권 박은정 연구위원. 사진=김예은 기자

- K-뷰티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K-뷰티의 글로벌 성장 배경은 코로나가 촉발한 소비 환경의 전환과 앞선 성공 사례가 열어준 기회, 그리고 그 속에서 경쟁력을 발휘한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마케팅 역량이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대된 이커머스 침투율입니다. 한국의 경우 이커머스 침투율이 40%대에서 60%대까지 확대되었고, 미국도 2019년 20% 미만에서 현재 39%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과거 이커머스 침투율이 높지 않았을 때는, 화장품 회사들이 창업하려면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다양한 상품들로 매장을 채워야 했습니다. 그만큼 자본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았죠. 하지만 지금은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SNS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뒤 자사몰 구매로 이어지고, 이후 주요 온라인 유통 채널에 입점해 매출을 확대하며,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하는 단계적 확장 전략은 K-뷰티 인디 브랜드들의 전형적인 성장 경로로 자리 잡았죠.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 과정에서 미국 진출의 성공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코스알엑스는 2018년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했고, 당시 매출이 3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회사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매년 두 배 가까이 성장하며 2024년에는 약 4,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중국 시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국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미국 시장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라는 신호로 작용했고, 다양한 기업들이 성장의 돌파구를 미국과 유럽 같은 더 넓은 시장에서 찾게 된 것이죠.


시장 전환 국면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특히 두각을 나타낸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이커머스 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 한 장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구매 전환까지 유도하는 능력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우위를 가진 역량입니다. 이 같은 디지털 DNA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며 성과로 이어지고 있죠. 상장사 중에서는 에이피알, 비상장사 중에서는 아누아를 운영하는 더파운더즈가 각각 소비자 반응 유도와 감각적 브랜딩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 에스티로더 같은 기존 글로벌 브랜드들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나?
"에스티로더와 같은 전통 글로벌 브랜드들의 부진은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전환과 함께 나타난 소비자 행태 변화, 기능 중심의 소비 정착 등이 동시에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입니다.


화장품 회사는 결국 마케팅 회사라는 말이 있죠. 에스티로더와 같은 전통 글로벌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중심과 전통 광고에 기반해 성장했지만, 디지털 소비 환경의 변화는 이러한 기반에 구조적 전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들이 정체된 환경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 탄생한 신생 브랜드들은 온라인 매출과 SNS를 활용한 마케팅에 최적화해 성장 기반을 빠르게 확대했죠.


코로나를 기점으로 화장품 소비문화 자체가 ‘브랜드 상징성’에서 ‘기능적 실효성’으로 옮겨가는 의식의 전환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이 피부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제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산성 클렌저, 저자극 패드, 유분기 적은 에센스, 흉터·착색 방지용 핌플 패치 등 구체적인 피부 고민 해결책을 제시하는 제품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소비 패턴이 점차 브랜드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전환됐죠.


여기에 코로나 이후 물가 상승은 가팔랐지만, 임금 상승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합리적 소비와 가성비를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고가 브랜드의 이미지나 상징성보다 제품의 실제 기능과 효용을 따지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죠.


그 결과 과거 명품 화장품을 선망하던 소비자들도 제품의 가격 대비 효능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일상 관리에는 합리적 가격대의 더마 코스메틱을, 즉각적인 피부 개선 효과는 울쎄라·슈링크·리쥬란 같은 의료 시술에서 찾는 흐름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국면 속에서 코스알엑스 같은 브랜드가 부상했습니다. 코스알엑스는 약산성 클렌저, 스네일 뮤신 에센스, 저자극 패드 등 민감성·트러블 피부 개선 제품군을 앞세워, 유튜브 중심의 디지털 마케팅을 결합해 미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소비자 관심이 틱톡 기반 신규 브랜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데, 코스알엑스는 비교적 틱톡 대응이 늦어 후발 주자들에게 시장 주도권을 내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스알엑스의 The RX 라인 연출 이미지. 사진=코스알엑스

-특히 K-뷰티는 과거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 평가받던 북미 시장과 유럽까지 성장 동력이 확대되는 점이 주요한 변화로 꼽힌다. 이 같은 성장을 가능케 한 K-뷰티만의 강점 요소는?
"K-뷰티가 북미와 유럽까지 성장 동력을 넓힐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능성 원료에 대한 민첩한 적용, 빠른 제품화 역량, 그리고 상향 평준화된 품질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한 경쟁 우위 확보가 함께 작용했습니다.


먼저,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은 기능성 원료와 ODM 생태계에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는 레티놀, PDRN, 시카 등 새로운 성분에 민감하고, ODM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제안하며 브랜드사들이 빠르게 제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특히 한국의 ODM 사는 스킨케어뿐 아니라 색조, 선케어, 샴푸 등 생활용품까지 포괄하는 종합 ODM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용기부터 원료, 제조까지 전 과정이 국내에서 완수되며 3개월 이내에 대응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공방식 ODM이 많아 제품화 속도가 느리고, 중국산 용기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경우 수출 과정에서 변형이나 손상 위험이 있어 신뢰도가 떨어지는 한계를 가지고 있죠.

 

이와 함께 한국은 스킨케어 카테고리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 토너, 토너 패드 같은 세밀한 제품군까지 개발·검증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돼 있었고, 이를 토대로 미국 시장에서도 보다 기능적으로 세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현지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스킨케어보다 색조 중심의 시장이었는데, 코로나를 겪으며 피부 트러블이 늘어나자 소비자들이 스킨케어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죠. 동시에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한국 연예인과 아이돌의 동안 피부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K-뷰티’와 ‘스킨케어 루틴’ 검색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박은정 연구원은 K-뷰티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 등 타국 브랜드와의 경쟁보다는 자국 브랜드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있고, 그 영향력을 유럽 시장으로 점차 확장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가 측면에서 '해외 확장성'과 '영업이익률'을 중심으로 에이피알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김예은 기자

- 중국은 로컬 브랜드가 부상하며 자국 수출이 부진한데, 중국 내 과잉 재고가 글로벌 수출 활로를 찾아 K-뷰티의 위협 요소로 성장할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중국 브랜드의 디지털 역량은 무시할 수 없지만 품질 신뢰라는 핵심 장벽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단기간에 K-뷰티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중국 내 과잉 재고와 내수 소비 부진으로 인해 많은 브랜드가 수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주로 구매력이 낮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K-뷰티와 직접 경쟁하는 구도는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현재 화장품 산업은 디지털 마케팅 역량과 이커머스 매출 창출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중국은 한국 다음으로 이커머스 침투율이 높은 시장입니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이나 틱톡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측면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잠재적 위협이 될 순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 신뢰의 핵심인 품질 측면에서는 아직 불신이 존재합니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특히 제품 품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한국 제품이 일본을 제치고 ‘품질 우위’라는 인식을 얻기까지도 긴 시간이 걸렸듯, 중국 제품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K-뷰티 수준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최소 5~10년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역으로 국내 기업들에게도 중국은 과거에는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핵심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많은 인디 브랜드들이 오히려 진출을 미루거나 피하는 추세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가격 관리와 브랜드 가치 훼손 리스크 때문입니다. 보통 화장품 브랜드는 글로벌 마케팅에서 인플루언서 시딩(Seeding)을 필수 전략으로 활용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팔로워가 수십만 명만 돼도 시딩 비용이 상당히 비싸지만, 중국 시장은 팔로워가 1억 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도 흔할 만큼 인플루언서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죠. 이들에게는 제품을 대량으로 시딩하거나 저가로 공급하는 방식이 흔히 활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동일 제품이 저가로 거래되며 가격 구조가 무너질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타국에서 제품 입점 협상과 브랜드 포지셔닝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인디 브랜드들은 이 같은 가격 붕괴와 브랜드 가치 훼손을 가장 경계하고 있으며, 일본·동남아·미국·남미 등에서 이미 충분히 판매가 가능하다 보니 굳이 중국에 들어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중국 소비자가 한국을 직접 방문해 제품을 구매한 뒤 자국에서 판매하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국내 화장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밸류체인별 주가 흐름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화장품 시장 성장에 따른 밸류체인별 주가 흐름은 고성장 브랜드사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대형 ODM사가 후발적으로 수혜를 받는 순환 구조가 나타납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브랜드사 → ODM사 → 용기·원료 회사 순으로 관심이 이동합니다.


먼저 에이피알이나 달바 같은 고성장 브랜드사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며 큰 주목을 받습니다. 주가 상승은 시가총액의 상승이고, 시가총액을 형성하는 것은 결국 이익 곱하기 멀티플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시장에서 적용되는 멀티플이 동등하다고 할 때, 이익의 성장 속도가 곧 주가 상승 속도의 결정적인 트리거로 작용하는 것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영업이익률이 2~30% 수준으로 가장 높은 브랜드사가 동일한 투자 멀티플이 적용될 경우 시가총액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릅니다. 대표적으로 달바는 26%, 에이피알은 21%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죠.


다음으로 ODM사는 브랜드사의 성장에 따른 낙수 효과를 누립니다. 브랜드사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형 ODM사에 관심이 이동하는 순환 구조가 나타납니다. 특히 브랜드사가 마케팅 역량을 발휘해 글로벌 수요를 확대할수록, 대형 ODM사로 수주가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코스맥스나 한국콜마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12~15%로 브랜드사보다는 낮지만, 글로벌 브랜드사들이 요구하는 품질 관리와 납기, 물량 확장성, 각국의 원료 규제 대응, 유통·세관 서류 준비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대한 R&D 라이브러리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제품 공급 역량에서 우위를 확보한 만큼, 브랜드사의 성장에 따른 낙수 효과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펌텍코리아와 같은 용기·원료 회사 등은 영업이익률이 ODM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브랜드사와 ODM사의 수주 증가가 용기·원료 회사 매출로 이어지며 장기적 관점에서 수혜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한국콜마가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본토에 콜마USA 제2공장(이하 제2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제2공장 준공으로 한국콜마는 미국 현지에서만 연간 3억 개에 달하는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K-뷰티 기업은 물론 글로벌 화장품사들을 대상으로 현지 생산을 통한 미국 수출 관세 부담 해소를 가능케 하고 있다. 사진=한국콜마

- 특히 에이피알, 실리콘투, 코스맥스, 한국콜마의 성장성을 눈여겨보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해외 확장성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핵심입니다. 실리콘투는 해외 판로 개척을 돕고, 에이피알은 실질적인 해외 매출을 만들어내며,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이러한 브랜드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네 업체가 화장품 시장의 주도주로 평가됩니다.


특히 에이피알은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마케팅 역량이 탁월합니다. 국내에서는 단연 1순위 기업으로 평가되며, 시가총액 측면에서 성장 잠재력도 큽니다. 매출과 이익 규모를 보면 에이피알은 아직 아모레퍼시픽 대비 적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2분기 매출이 1조 원 규모인 반면, 에이피알은 3,300억 원으로 3분의 1 정도 수준이죠. 하지만 향후 확장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는 해외 매출 성장률은 에이피알이 압도적입니다. 에이피알의 2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기간 14% 성장에 그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이피알의 평균 영업 마진은 아모레퍼시픽의 2~3배 수준으로 주가 상승 속도는 더욱 빠르게 이뤄질 것입니다."

- 실리콘투의 비즈니스 모델과 미국·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은 어떻게 되는지?
"실리콘투는 브랜드사가 아니라 글로벌 유통사입니다. 에이피알, 달바 같은 K-뷰티 브랜드로부터 제품을 매입해 마진을 붙여 온라인 판매사나 소규모 매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미국·유럽·중동·남미·동남아 등에 지사를 두고 글로벌 판매망을 구축했습니다. 미국 진출 초기에 소규모 인디 브랜드 입장에서는 각 국가별로 인력이나 법인을 두지 않아도 실리콘투를 통해 손쉽게 해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고, K-뷰티 열풍이 거세던 시기에는 안정적 재고 공급원 역할을 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이끌었습니다.


현재 실리콘투의 경쟁력은 시장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데, 미국에서는 브랜드사의 직접 판매 확산으로 영향력이 줄어든 반면, 유럽에서는 분산된 유통 구조 특성상 유통 전문성이 여전히 강력한 경쟁 우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요 K-뷰티 브랜드들이 아마존, 틱톡 샵 등을 통해 판매를 확대하면서 유통사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새로운 경쟁 유통사까지 등장해 마진 구조가 악화되었습니다. 과거 독점적 유통 구조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유통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리콘투의 협상력과 수익성은 다소 약화된 상태죠. 그럼에도 신생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실리콘투를 활용하면서, 신규 브랜드 육성을 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반면, 유럽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뚜렷합니다. 유럽은 독일·프랑스·영국 등 국가별로 시장이 분산되어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국가별로 언어·패키징·규제 등의 준비 절차가 까다롭고, 관세·부과세 등 다양한 기타 비용이 수반되어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은 지역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실리콘투는 현지 법인·물류·인허가 역량을 기반으로 유통 효율성을 제공하며, 인디 브랜드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을 연결해 주는 관문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 정부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가 뷰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관세 문제는 과거에는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보편 관세로 약 10% 정도 부과되고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관세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수출가 구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판매가 1만 원짜리 화장품을 팔 때, 한국에서 제조사 마진을 포함해 미국 법인으로 3,000원 정도로 넘기면, 미국 법인은 이를 8,000~1만 원에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후 마케팅, 운영비, 아마존 수수료, 결제 수수료, 운송비 등을 공제하고 마진을 남기는 구조이죠.


이때, 관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길 때 한국 기준 3,000원에 10%를 적용해 300원이 발생합니다. 이는 최종 제품 단가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므로, 판매 규모가 커지더라도 제품 한두 개를 더 판매함으로써 충분히 상쇄될 수 있죠. 따라서, 현재 관세에 따른 수출 둔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이피알의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는 지난 5월 13일 미국의 대형 뷰티 전문 편집숍 ‘울타 뷰티(ULTA Beauty)’와 메디큐브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울타 뷰티는 미국 전역에 14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뷰티 전문 편집숍으로, 지난해 113억 달러(한화 약 16조 25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대형 체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600개가 넘는 뷰티 브랜드들이 약 3만 개에 달하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 내 K-뷰티의 열기에 발 맞춰 여러 한국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있다. 사진=에이피알

-높은 주가 상승세를 시현하고 있는 K-뷰티의 구조적 성장이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 낙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K-뷰티의 구조적 성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내 기업들이 확보한 안정적 수출 기반, 글로벌 온·오프라인 시장의 확장성,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 경쟁력, 마지막으로 주가 재평가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K-뷰티가 구조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 보는 첫 번째 이유는 국내 제품들의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신뢰라는 기반이 확보돼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수출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안정적인 교두보가 되었고, 미국에서 성과를 낸 브랜드들이 유럽, 중동, 남미 등 신규 시장으로 확산을 꾀하고 있어 개척할 시장이 여전히 풍부한 상황입니다.


나아가, 유통 채널 확장성이 기대됩니다. 온라인으로 출발한 브랜드들이 아마존에서 성공을 거둔 뒤 오프라인 매장까지 진출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일본처럼 오프라인 비중이 여전히 큰 시장에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미국 화장품 시장의 경우 온라인 비중이 39%에 그치고 60%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들의 울타(Ulta), 세포라(Sephora) 등 주요 리테일 체인 진출이 본격화되면 추가적인 매출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경영 태도와 디지털 마케팅 역량도 주요 요인입니다. 과거 직관에 의존하던 방식과 달리, 현재 K-뷰티 기업들은 매출 및 소비자 반응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틱톡에서 제품을 홍보할 때 다양한 해시태그를 동시에 테스트한 뒤 가장 전환율이 높은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인플루언서에게 추가 콘텐츠 제작을 요청하는 방식 등이 활용됩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토대로 전술적으로 접근하면 판매 효율성과 전환율이 높아지며, 브랜드 운영 전략도 빠르게 고도화됩니다.

 

대표적으로 에이피알은 퍼포먼스 마케팅과 틱톡 중심의 숏폼 전략을 통해 콘텐츠에서 구매까지 연결되는 전환 구조를 빠르게 체득했고, 특히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베스트셀러 순위 확보 역량에 있어 노하우를 터득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코스알엑스는 2018년 이후 7여 년간 아마존에서 14개 베스트셀러를 확보한 반면,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아마존에 집중한 지 1년 만에 16개 제품을 베스트셀러로 올리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익숙하지 않더라도 아마존 순위를 참고해 구매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순위를 확보하는 능력이 곧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브랜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미국 진출 불과 1~2년 만에 분기 매출 1,000억 원 돌파 가능성이 언급될 정도로 빠른 성과를 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품력이 아니라 디지털 시장 이해도, 소비자 데이터 분석, 현지화 전략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이 같은 전략적 역량이 유럽에서도 발휘된다면, 에이피알과 같은 기업은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프라임 데이 기간 아마존 뷰티 부문 베스트 셀러 순위에 오른 에이피알 메디큐브 제품들. 사진=에이피알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확대와 신시장 개척은 단순히 매출 증대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프리미엄과 기업 가치 재평가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은 로컬 강자들과의 정면 승부라는 상징성을 띠기 때문에, 향후 주가와 투자 심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유럽은 아직 이커머스 침투율이 10% 내외에 불과해 온라인 유통 혁신의 여지가 큰 시장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역동적이고 디지털 친화적인 K-뷰티 브랜드들이 진입할 경우, 기존 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구조적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변화에 민감한 유럽 MZ세대가 K-뷰티 브랜드를 빠르게 수용할 가능성이 높죠. 실제로 로레알의 유럽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8%에서 2025년에는 낮은 한 자릿수 수준으로 둔화되고, 2026년 역성장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에이피알과 달바 등 K-뷰티 기업들의 적극적인 유럽 진출과 현지 소비자 수요의 가파른 확대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구간에서 로레알과 에스티로더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PER이 40배 이상 치솟았던 것처럼,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본진인 유럽에서 점유율을 확대한다면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상징적 사건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한국 화장품 산업의 위상 제고와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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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연구원  하나증권  에이피알  코스맥스  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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