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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새로도원’이 곧 무릉도원이고, 내가 곧 ‘새로구미’다

롯데칠성음료가 마련한 압구정 팝업 ‘새로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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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응구⁄ 2025.08.26 10:21:22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월 29일 서울 압구정동에 제로슈거 소주 ‘새로’의 팝업스토어 ‘새로도원’을 오픈했다. 인기에 힘입어 8월까지 연장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서울 압구정동에 마련한 제로슈거 소주 ‘새로’의 팝업스토어 ‘새로도원’이 8월까지 연장됐다. 지난 3월 29일 문을 열었으니 대략 5개월을 운영하는 셈이다.

팝업을 찾은 날은 8월 13일. 폐점이 18일밖에 남지 않았다. 소위 ‘끝물’이다. 그럼에도 오픈 시간인 오후 4시 반쯤 되자, 문 앞엔 예약하고 찾아온 이들이 제법 됐다.

입구에 들어섰다. 좁은 공간인데, 안내 부스 쪽을 빼곤 온통 굿즈 천지다. ‘새로’의 캐릭터 ‘새로구미’가 나룻배를 타고 있는 모양의 소주 디스펜서를 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입구 바로 옆 키오스크 두 개가 눈에 띄었다. 소주 라벨을 만들어준단다. 원하는 문구도 새겨 넣을 수 있다. 별명 하나를 넣어 뽑아봤다.

새로도원 팝업이 인기 있는 건, 아마도 새로구미 한복 체험 때문일 듯하다. 사전 예약한 사람에 한해 한복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 남자는 도포 자락, 여자는 저고리와 치마로 구성됐고, 모두 입고 있는 옷에 걸쳐 입었다. 개인적으론 예약하지 않아 커플들 한복 차림새만 쳐다보는 걸로 만족했다.

 

1층은 각종 ‘새로’ 굿즈들로 빼곡하다. 갖고 싶은 것 천지다. 왼쪽 키오스크로는 ‘새로’에 붙일 나만의 라벨을 만들어볼 수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도원비’ 공간의 아주 커다란 통 안에는 파란색 ‘설탕구슬’로 가득 차있다. 이 중 세 알을 얻는다. 사진=김응구 기자


‘설탕구슬’ 세 개 받고 체험 시작

이제 지하로 내려갈 시간이다. 우선, 복주머니 하나를 받는다. 일단 받아둔다. 안내를 받아 더 좁은 곳으로 들어갔다. 마주한 공간은 ‘족자(簇子)봉 방’이다. 족자 세 개에는 새로도원의 전설과 비밀이 적혀 있다. 그중 하나에는 “옛 전설에 이르기를 도원 어딘가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맛이 숨겨져 있어 그 맛을 본 자, 새콤달달한 황홀경에 빠진다고 하니”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한쪽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도원비’라는 공간이다. 아주 커다란 통 안에는 파란색 ‘설탕구슬’로 가득하다. 이 중 세 알을 아까 받은 복주머니에 담는다. 진정한 풍류를 즐기고 싶다면 속세에서 쌓인 설탕 결정(結晶) 세 개를 직접 꺼내 담아야 한단다. 구슬 세 알은 이것저것 체험하는 동안 하나씩 버려야 한다. 그러고서 마지막까지 도달하면 비로소 ‘제로 슈거’가 된다는 설정이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벽 한쪽에 버드나무 잎들이 늘어져 있다. 그 사이로 ‘새로’도 보인다. 바로 밑 테이블의 부채를 들고 버드나무 잎들을 향해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키니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새로운 공간이다. 벽엔 온통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낙서가 빼곡히 적혀 있다. 빈 공간을 찾지 못해 낙서는 포기했다.

이제 정말 지하로 가야 한다.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간다. 다 내려와 보니 비교적 공간이 넓다. 가운데 ‘풍류연못’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이번 팝업의 하이라이트다. 벽에는 온통 새로구미와 관련한 미디어아트가 쉼 없이 상영되고 있다. 거의 도배 수준이다. 오른쪽 구석엔 구미호 털을 모아 만든 듯한 ‘구름 그네’도 마련돼 있다. 여성이라면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꽤 어두운 조명이지만,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후 결과물을 보니 생각보다 어둡지 않고 얼굴은 깨나 ‘뽀사시’하다.

산신령 하나쯤은 나올 법한 분위기의 연못은 신비로운 색들이 물결 모양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가만히 보니 형형색색의 커다란 잉어들이 헤엄치는 모습이다. 물론 실제 잉어는 아니다.

 

벽은 온통 다녀간 이들의 낙서로 가득하다. 그 사이 가지런히 놓아둔 ‘새로’ 시리즈가 유독 빛난다. 사진=김응구 기자
지하로 내려가자마자 만나는 ‘풍류연못’의 모습. 여기서 낚싯대로 ‘구미호 구슬’을 낚으면 내 운세를 알 수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풍류연못’서 얻은 구슬이 운세 알려줘

여기서 설탕구슬 하나를 버려야 한다. 연못에는 낚싯대 다섯 개가 놓여있다. 낚싯대 줄에는 새로 병 모양의 미끼가 달렸고, 이를 연못 안으로 던져 휘휘 젓는다. 얼마 있지 않아 병 바닥에 구슬 하나가 달라붙는다. ‘구미호 구슬’이다.

이 구슬을 ‘신묘한 폭포’ 코너로 가져가 스탠드 위에 올려놓으면, 바로 옆 미디어아트 월에서 내 운세가 담긴 족자를 띄워 준다.

“들어올 듯 말 듯 멀어져 갔던 기회를, 그동안 코앞에서 재물을 놓쳐 왔군. 하지만 올해엔 새로운 기회가 다가올 테니 큰 복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야. 미리 축하해.”

지금까진 아무 일 없었으니 나머지 4개월을 기다려 보라는 희망의 메시지라 생각하고 다음 공간으로 넘어갔다.

이어진 공간은 ‘네컷사진’을 찍을 수 있는 ‘도술의 방’이다. 여기서도 구슬 하나를 버려야 한다. 이곳에선 내가 사진으로나마 ‘새로구미’로 변할 수 있다. 혼자도 좋고 둘이면 더욱 좋다. ‘새로’와 ‘새로 살구’, ‘새로 다래’ 버전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색상과 스타일에 조금씩 변화를 준다. 외모에 자신 없어도 적당히 알아서 부풀려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다음은 ‘비밀저장고’다. 여기서 마지막 설탕구슬을 버린다. 이는 다이닝과 연결된 공간이다. 다이닝에 대해선 조금 후 다시 설명한다. 나만의 저장고에 내가 정한 애칭과 비밀번호를 입력해놓으면, 실제 다이닝 체험 시 저장고에 보관돼있는 새로를 만날 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 처음 가지고 있던 설탕구슬 세 개가 내 걱정·근심과 함께 모두 제로가 된 상태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로슈거 소주 새로를 저장고에 보관해준다는 콘셉트다. 이 공간을 나갈 즈음엔 신제품 ‘새로 다래’를 시음해보는 기회도 준다. 물론, 원하는 사람에게만.

 

‘비밀저장고’는 다이닝과 연결된 공간이다. 저장해놓은 나만의 ‘새로’를 다이닝에서 실제로 받는다. 사진=김응구 기자
맨 마지막 코너에선 주사위처럼 생긴 ‘주령구’ 게임을 즐긴다. 제휴매장 이용 쿠폰이나 굿즈를 선물로  받는다. 사진=김응구 기자


‘주령구’ 던지면 꽝 없는 선물 받아

마지막 공간인 ‘새로놀음’이다. 여기선 ‘주령구’ 게임을 즐긴다. 주령구는 경주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때의 14면체 주사위로, 당시 술자리 연회에서 사용한 놀이용 도구로 알려져 있다. 각 면에는 벌칙이 사자성어처럼 쓰여 있는데, 예를 들면 ‘금성작무(禁聲作舞·음악 없이 춤추기)’ 이런 식이다. ‘술과 관련한 명령을 내리는 도구’라는 뜻에서 주령구(酒令具)로 이름 지었다.

이곳의 주령구는 한자 대신 숫자 ‘2’, ‘5’, ‘7’, 글자 ‘Zero Sugar’와 ‘새로’가 면마다 적혀 있다. 바닥으로 던졌을 때 숫자가 나오면 제휴매장 쿠폰 1장을 받고 ‘Zero Sugar’는 2장을 받는다. ‘새로’는 1장과 굿즈를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7이 나왔고, 혼자여서 제휴매장은 방문하지 않았다.

일단 여기까지다. 시간은 대략 50분이 걸렸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아까 잠시 언급했던 다이닝이 진짜 하이라이트다. 캐치테이블 예약으로 참여하는 이 코너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로 잘 알려진 조서형 셰프와 협업한 메뉴를 경험해보는 시간이다. 여름철 메뉴로는 ‘유자 초계국수’가 준비됐다. 초계국수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과 산뜻한 유자 슬라이스, 여기에 재미 요소를 더하고자 구미호의 정기 구술을 동그란 메추리알 토핑으로 표현했다. 아울러 참다래(키위)로 만든 샤베트, 짜배기(온더락 소주) 새로 살구·다래, 떡갈비, 감태김밥 등으로 구성했다.

한 가지 더. 중간 중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내 계정의 인스타그램 피드 또는 스토리에 올리고, 그 화면을 1층 스태프에게 보여주면 ‘새로캔디’ 하나를 바로 받을 수 있다.

 

새로도원 다이닝에선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조서형 셰프와 협업한 ‘유자 초계국수’ 세트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연장하기 전까지 3만여명 다녀가

팝업이 생각보다 많이 진화했다. 어지간해선 관심 끌기 쉽지 않아 그런 듯 보인다. 까다롭고 변화무쌍한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니 그럴 수밖에. 그럼에도 새로도원 팝업은 대개 성공적이었다. 2023년 ‘새로’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처음 문을 연 성수동 팝업 이후 대전, 부산, 대구로 장소를 옮기면서 방문객은 계속 불어났다. 이번 압구정 팝업도 2개월 연장하기 전까지 대략 3만명이 다녀갔다.

뭐든 그렇다. 잘 만들면 잘 팔리고 많이 찾고 크게 좋아한다. 팝업은 여성의 참여도가 높다. 남자는 따라갈 뿐이다. 이곳에서 만난 커플 대부분은 표정이 밝았다. 여성들은 즐거워했고, 남성들은 그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팝업의 성공 공식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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