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3호 김예은⁄ 2025.09.09 11:58:48
메리츠금융지주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총 1조 3,584억원의 연결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한 성과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124.2조 원으로 전년 말 대비 7.5% 성장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각각 위기 속에서도 이원화 전략을 기반으로 다각화된 수익을 창출한 결과다.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는 보험 손익 부진을 투자 손익으로 만회하고, 메리츠증권은 전통적 강점을 넘어 기업금융(IB)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리테일 부문의 투자 손실을 보완해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
메리츠화재, ‘투자 손익’으로 단기 손익 보완, 'CSM'으로 미래 수익 방어
메리츠화재는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5% 성장한 5,24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보험 손익의 부진을 투자 손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상쇄한 결과다. 2분기 보험 손익은 의료 파업 정상화로 인한 보험금 예실차 이익(예상보다 실제 보험금 지급액이 적어 발생한 이익)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24.6% 하락한 3,644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반면, 채권 교체 매매 및 FVPL(공정가치손익계산, Fair Value through Profit or Loss) 이익 증가 등 투자 손익이 77.4% 급증한 3,427억원을 거두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처럼 2분기 손익에서는 의료 파업 종료로 손해율이 정상화되며 단기적으로 보험금 지급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에는 의료 파업 장기화로 인해 손해율이 예상보다 낮아 예실차 이익이 1,578억원으로 크게 발생한 바 있다. 올해는 특수 요인으로 발생했던 대규모 보험금 예실차 이익이 정상화되면서 손해율이 상승했고, 예실차 이익은 507억원으로 1,071억원 감소했다. 특히 장기보험 손해율이 90.3%로 전년 대비 상승했다.
메리츠화재는 이를 큰 폭의 투자손익 개선으로 보완했다. 특히 채권 교체 매매와 주식 등의 FVPL 이익의 증가가 투자손익을 개선시킨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채권 교체 매매란 보유 중인 채권을 매도하고 새로운 채권으로 교체하여 차익을 실현하거나 자산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전략이다. 회사는 상반기 글로벌 및 국내 채권 시장의 금리 변동성을 활용해 차익을 실현했다. 이 밖에도 올해 2분기 국내외 주식 시장의 강세를 활용한 주식 평가 이익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반기에도 예실차 이익은 의료 파업 기저 효과 소멸로 정상화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2분기 보험 손익이 감소한 것은 향후 화재부문의 수익 기반인 보험 손익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회사는 하반기에도 주식 시장의 강세를 활용한 FVPL 투자 이익 증대로 예상되는 손실을 보완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장기 수익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메리츠화재는 단기 손해율 변동(예실차 이익 감소)을 감내하면서도 장기 수익성을 위한 신계약 확대와 CSM(계약서비스마진) 증가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경쟁에서 벗어나, CSM 가치를 극대화하는 질적 성장 전략을 택한 것이다. CSM 증가가 장기 수익성을 담보하는 동안, 단기 손익 변동성을 투자손익이 보완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CSM은 IFRS17 회계 기준 하에서 보험 계약의 미래 기대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신계약 체결 시 예상 이익을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하여 인식된다. 따라서, CSM 증가는 신계약 확대와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미래 이익 기반을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수익성이 낮은 상품 판매를 지양하고, 수익성 높은 상품 위주로 신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장기 인보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인보험 신계약 월평균 매출이 99억 원(YoY +5%)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2분기 기준 CSM 잔액은 전분기 대비 약 811억원 증가한 11조 2,482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미래 수익 기반을 확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메리츠증권,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IB 영토 확장
메리츠증권은 2분기 당기순이익 2,561억 원을 달성했다. 기업금융과 위탁매매가 다소 부진했으나, 이자 및 운용 손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며 실적을 방어했다.
메리츠증권은 전통적인 강점인 IB(기업금융)와 함께 리테일 부문을 '투트랙'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메리츠증권은 전통적인 강점인 부동산 금융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 동력인 IB(투자은행)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부동산 금융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 대출 및 일반 IB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금융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핵심이다. 최근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자산 유동화 딜 우선협상자 선정은 메리츠증권이 단순히 금융 주선사를 넘어 기업 고객의 복잡한 니즈를 해결하는 능력을 입증하며 IB 영역 내에서 역량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딜과 같은 빅딜은 단기적으로 수수료 수익과 자산운용 수익을 증대시킨다. 2025년 2분기 메리츠증권의 순영업수익(4,811억원, YoY +13%)과 이자손익(34% 증가) 개선은 이러한 딜의 기여를 반영한다. 비록 딜의 마진 수준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성공적인 빅딜은 추가적인 딜 소싱 역량을 확대하고, 기업 고객과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져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강화한다. 회사는 이 같은 '빅딜'을 통해 기업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궁극적으로 DCM(부채자본시장), ECM(주식자본시장) 등 전통적인 IB 비즈니스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업황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 분산과 안정적 수익원 확보를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의 신성장 축인 리테일 부문 역시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고객 기반 확대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비대면 계좌인 '슈퍼 365'를 통해 주식 거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하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2분기 리테일 예탁자산은 35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7%나 급증했다.
다만, 파격적인 수수료 혜택과 고객 유치 비용 증가로 위탁매매 수익 감소(2분기 123억 원, YoY -19.6%)가 나타나는 등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했다. 이는 다른 대형 증권사들이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매매 수익이 크게 개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위탁매매 수익이 아쉽지만, 회사는 예탁자산과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자산 관리 중심의 리테일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시장 상황에 따른 위탁매매 수익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자산 관리 수수료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확보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프로모션 영향으로 위탁매매 수익은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고객 수와 예탁자산 증가로 자산관리 실적은 상승세가 지속됐다.
회사는 확대된 리테일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효율적인 비용 관리를 통해 수익성까지 확보할 과제를 안고 있다. 회사는 우선 기존 트레이딩 중심의 MTS를 콘텐츠와 투자 경험을 중점에 둔 MTS로 변경해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은 개발 중인 차세대 주식투자 플랫폼에 미국 최대 소셜 투자 커뮤니티 스톡트윗츠(Stocktwits)와 AWS 생성형 AI 혁신센터(Gen AI Innovation Center) 협력 모델을 탑재한다. 이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은 글로벌 투자자들과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AI 기반 트렌드 분석과 맞춤형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리테일 경험을 제공받게 된다. 이를 통해 메리츠증권은 신규 유입된 고객의 위탁매매 등 단기 수익 증대와 함께 고객 장기 관계 관리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건전성 관리와 주주환원 쌍끌이
위험 관리와 주주가치 제고 역시 메리츠금융지주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선별적 투자' 원칙을 고수하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메리츠그룹의 부동산 익스포저는 총 27.5조 원이지만, 이 중 90%가 선순위 대출이며 평균 LTV는 46% 수준으로 자산 건전성이 양호하다. 최근 홈플러스 일부 점포 매각을 통해 대출 채권을 상환하며 3분기 105억 원 상당의 충당금 환입을 예고하는 등 리스크를 줄여가고 있다.
이 밖에도, 메리츠화재는 폭염, 폭우와 같은 기상 이변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풍수의 지도'를 구축하는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은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회사의 요구수익률(10%)을 상회하는 12.5%의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사주 매입 중심의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된 구간에서는 일별 매입 금액을 증액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나아가, 메리츠금융지주는 다가오는 11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새로운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