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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월병 아닌 송편 나누는 우리 명절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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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 2025.09.09 10:34:53

지난해 추석인 9월 16일 저녁 서울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보름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의 열기가 한풀 꺽이고, 밤하늘 휘영청 밝은 달빛이 보기 좋은 시기다. 예로부터 동아시아 사람들은 음력 8월 15일 즈음의 보름달을 최고로 쳤고,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잔치를 벌였다. 다만, 한반도의 명절은 주변국과 조금 달랐다.

문헌에 따르면, 중국의 중추절(中秋節)은 고대 중국의 제왕들이 가을에 달에게 제사를 지내던 예식에서 시작돼, 당나라 시기 황실 의례로 자리잡고, 송나라 시대에는 민간 풍속으로 크게 확산됐다. 태양이 10개이던 시절 9개의 태양을 활로 쏘아 떨어뜨려 세상을 구했다는 중국 신화 속 영웅 ‘후예’와 그의 아내이자 달의 선녀인 ‘항아’의 전설이 있고, 중추절은 월궁의 항아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이 때문에 달을 닮은 ‘월병(月餅)’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 원나라 시기부터로 전해진다.

대만, 홍콩 등 중국계 국가들 대부분이 이 날을 ‘중추절’이라 부르며,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다. 월병을 먹는 것도 비슷하다. 일본은 ‘쓰키미(月見)’라 하여 달맞이를 즐기는 관습만 존재한다. 월병도 송편도 없다. 어쨌든 이 나라들의 풍습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의 한가위는 역사도 어쩌면 더 오래됐고, 명칭도, 풍습도 중추절과 많이 다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유리왕 9년(서기 32년)에 서라벌의 6부 여성들이 두 패로 나뉘어 길쌈 대결을 벌이고, 가무와 잔치를 즐겼던 ‘가배(嘉俳)’라는 풍속이 ‘한가위(추석)’의 유래다. 이후 이 풍습은 신라는 물론 고려, 조선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한자문화권 대부분이 사용하는 ‘중추절’이 아닌 ‘한가위’ 또는 ‘추석’으로 불린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월병’이 아닌 ‘송편’을 먹는다는 점이다.

한자어 ‘추석’보다 더 유래가 깊은 순우리말인 ‘한가위’는 ‘가을 한가운데 큰 날’이라는 의미다. 중국의 ‘항아’가 아닌 각자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하며, 강강술래와 씨름, 줄다리기 등 공동체 놀이를 즐긴다. 달 신앙 중심의 중국계 명절인 중추절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주변국들과 달리 한국의 한가위는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설날’을 방불케하는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 중국에서 가족과 만나는 명절은 그들의 ‘설날’인 ‘춘절’이다. 중추절 연휴는 2일밖에 되지 않아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현재는 사치스러운 월병 선물만 주고받는 ‘월병절’로 전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일본의 쓰키미는 휴일조차 아니다. 우리네 한가위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가족과 조상을 생각하며 잠시 쉬어가는 전통의 명절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올해도 어느새 다가온 ‘한가위’ 명절을 맞아 <문화경제>는 ‘한가위만 같아라’ 특집을 준비했다. 백화점과 편의점 등 유통업계가 준비 중인 다양한 한가위 마케팅과 호텔업계가 준비한 ‘호캉스’ 상품들, 그리고 KB금융그룹의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길고 뜨거웠던 올 여름을 견뎌낸 모든 분들이 이번 한가위 기간 만큼은 시원한 보름달 아래서 풍요로운 가을의 결실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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