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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장승택 작가의 ‘겹회화’, 롯데백화점 ‘와인 프로젝트’와 만나다

‘아트 스페셜 에디션 와인 프로젝트’서 아마로네 와인과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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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09.16 10:45:16

장승택 작가와 이탈리아 3대 와인 6종 중 하나인 아마로네의 명가 토마시가 만나 '토마시X장승택 아트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사진=김금영 기자

롯데백화점의 ‘아트 스페셜 에디션 와인 프로젝트’가 올해도 돌아왔다. 롯데백화점이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와 손잡고 2023년부터 전개해온 한정판 주류 프로젝트로, 와인의 레이블에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입혀 와인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프로젝트 첫해 박선기·하태임 작가와 이탈리아 ‘키멜레 키아를로’ 와이너리,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명품 와이너리 ‘앙드레 뤼통’과 협업한 와인을 시작으로 지난해 김환기 작가와 ‘돈멜초’ 와인이 만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는 장승택 작가와 이탈리아 3대 와인 6종 중 하나인 아마로네의 명가 토마시가 만났다. 작가의 대표작이 한정판 토마시 아마로네 와인 레이블로 제작된 ‘토마시X장승택 아트 스페셜 에디션’은 3000명 한정 수량으로 전국 롯데백화점에 선보였으며, 올해 추석 선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아트 스페셜 에디션 와인 프로젝트' 일환으로 선보인 김환기 작가 팝업. 사진=김금영 기자

1902년 베로나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지역의 중심 페데몬테에 설립된 토마시 와이너리는 4대에 걸친 가족 경영을 통해 정통성과 혁신을 함께 이어가고 있는 이탈리아 와인 명가다. 토마시는 ‘와인은 유행이 아닌, 땅과 전통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라는 철학 아래, 지역의 고유성과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와인을 만들어 왔다.

장승택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학과와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85년 서울에서의 단체전을 시작으로 한국과 프랑스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통적 회화 재료가 아닌 유리, 레진, 에어 스프레이 등 실험적인 소재를 활용한 작업을 주로 진행해 왔으며, ‘색채의 연금술사’로도 불린다.

특히 2019년부터 전개해오고 있는 ‘겹회화(Layered Painting)’ 시리즈로 알려졌다. 대형 붓으로 얇고 투명한 색채를 수십겹 쌓아 올리는,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런 작가의 작업이 아마로네 와인과 맞닿는 지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시 오프닝에 참석한 장승택 작가. 사진=김금영 기자

롯데백화점 최준선 소믈리에는 “아마로네 와인은 포도를 약 100일 동안 건조시켜 당분과 향을 응축시키는 ‘아파시멘토(Appassimento)’ 기법으로 만들어진다”며 “이 점이 색채의 중첩과 기다림을 통해 완성되는 장승택 작가의 겹회화와 닮아있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장승택 작가 또한 “프랑스의 사상가 가스통 바슐라르는 와인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등 과거부터 서양의 많은 거장은 와인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자연스럽게 해왔다. 나 또한 과거 파리 유학 시절 값싼 와인을 즐겨 마셨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와인을 좋아하고, 내 삶에도 와인이 함께 있었다. 와인의 맛뿐 아니라 와인이 지닌 깊은 색도 좋아한다”며 “이 가운데 롯데백화점을 통해 특별한 와인과 컬래버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롯데갤러리, 장승택 작가 초기작부터 대표작까지 전시

롯데갤러리에서 열리는 장승택 작가 개인전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프로젝트의 매력을 보다 느낄 수 있는 전시도 함께 마련돼 사람들과 보다 소통한다. 롯데갤러리는 장승택 작가의 개인전 ‘레이어드(Layered): 겹’전을 선보였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포인트를 갖췄다. ▲작가의 2019년 겹회화 초기작 ▲작가의 작업 도구를 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 ▲컬래버 와인이다.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가의 대표 겹회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화면 위에서 부딪힘 없이 겹쳐지는 색들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에 잔잔한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장승택 작가의 작품들이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를 기획한 롯데갤러리 이정혜 큐레이터는 “장승택 작가는 과거 대학 시절, 남도에서 해질녘 바다를 바라보며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자연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은 작가에게 깊은 감명을 줬고, 이는 빛과 색채에 대한 연구로도 이어졌다”며 “특히 작가는 겹겹이 붓질로 색을 쌓아올리는 행위를 통해 기다림의 시간도 화면 위에 쌓았다”고 말했다.

화면 중심엔 하나의 색이 주를 이루지만, 화면 옆면을 자세히 바라볼수록 겹치고 쌓인 수십 가지의 색의 흔적은 얼마만큼의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을지 짐작케 한다. 작가는 납작한 평붓 여러 개를 이어 만든 대형 특수붓으로 선을 내리 그은 다음, 그 위에 다른 색을 만들어 또 올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색을 바꿀 때마다 붓도 빨아야 하고, 선을 하나 그으면 물감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 과정이 수십 차례 반복되면 어찌 고행이 아닐 수 있을까.

장승택 작가는 2019년부터 전개해오고 있는 '겹회화' 시리즈로 알려졌다. 사진=김금영 기자

하지만 작가에겐 이 시간이 ‘고된 수행’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이는 2세대 단색화 대표 작가로도 불리는 그가 “내 작품을 단색화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색화는 수행의 의미가 강조되지만, 작가는 개인적으로 수행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고, 색 또한 다양하게 쓴다는 것. 특히 작가는 “나는 물감을 쌓을 때 하나의 색을 예측하고 쌓지 않는다. 화면에 물감을 쌓는 과정 속 물감들이 서로 반응하는데, 이는 삶을 대하는 나의 생각과 태도의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작가는 2019년 작가노트를 통해서도 “나의 빛은 대지와 맞닿은 새벽녘 하늘빛이며, 일식 때의 태양 언저리의 빛이며, 성숙하지 않은 소녀의 길지 않은 가운데 손톱의 투명한 빛이다. 빛과 색채는 회화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이지만, 나의 작업에 있어서 그것들은 반투명한 매체와 함께 절대적 요소가 된다”며 “증식된 투명한 색채와 빛의 순환에 의한 물성의 구체화를 통한 정신의 드러냄이 내 작업의 진정한 의미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시장 한켠에 장승택 작가의 작업 공간을 재현해 놓았다.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장 한켠엔 작가의 초기 겹회화 작품을 비롯해 직접 제작한 도구를 함께 선보이며 작가의 작업실을 구현해 놓아 눈길을 끈다. 이 공간에서는 한 겹 한 겹 색이 쌓이는 겹회화의 과정을 보다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구성됐다.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는 앞으로도 와인와 예술의 만남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어갈 계획이다.

롯데갤러리 측은 “장승택의 작품은 빛과 색이 물질을 통해 드러나는 보편적인 세계와, 캔버스를 벗어난 회화의 다양한 변주를 동시에 보여준다. 색의 중첩 속엔 작가의 삶의 흔적과 감정이 담겼고, 다양한 기억과 감정이 켜켜이 쌓여가는 삶의 궤적과도 닮아 있다”며 “이번 아트 에디션 와인 프로젝트는 회화와 와인 두 세계를 넘어 시간의 중첩과 행위의 반복이 빚어낸 예술적 결정체다. 전시를 통해 이를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 6층 아트홀에서 다음달 10일까지.

한 겹 한 겹 색이 쌓이는 겹회화의 과정을 보다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체험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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