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사장 정용기)가 북방 비즈니스 추진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한난은 몽골·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에 ‘K-난방’을 심기 위한 긴 여정의 시작을 최근 마무리했다. 기존 우즈베키스탄 중심의 해외사업을 중앙아시아 전역과 몽골까지 확장하는 전략적인 행보로, 새로운 시장 개척과 북방 비즈니스 본격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8일 정용기 사장은 9월 2일부터 12일까지 예정된 네 나라 방문을 앞두고 “몽골, 중앙아시아 등 북방 국가들은 노후 설비 개선과 에너지 전환 수요가 크다”며, “한난의 K-난방은 고효율·저탄소 기술로 현지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건 물론, 외교적 협력관계 강화와 한국 기업들의 해외 동반 진출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난방 초원길을 가다’, 몽골
첫 번째 방문국은 몽골이다. ‘K-난방 초원길을 가다’라는 슬로건 아래 몽골의 노후 지역난방 설비를 현대화하고, 장기적으로 석탄발전소를 천연가스 기반의 열병합 발전으로 대체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난은 9월 3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몽골 에너지부와 ‘열병합발전 및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열병합발전(CHP)·가스보일러 도입을 통한 몽골의 노후 석탄 발전소·보일러 현대화 △바이오매스, 폐기물·소각열 등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개발 △에너지 분야 법률·제도, 설비 운영, 유지관리 등의 정책·기술 교류와 함께, 중장기적으론 울란바토르 석탄 열병합 발전소를 천연가스 기반의 K-난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한난의 이 같은 행보는 울란바토르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노후 난방 인프라를 개선하고, 친환경·고효율의 K-난방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의 일환이자,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K-난방 수출 전략이 북방 비즈니스로 확장되는 첫 단계다.
에렌을지 몽골 에너지부 차관은 한난이 진행한 ‘K-난방 트레이닝 프로그램’과 울란바토르·바룬우르트 지역의 ‘난방·온수 공급 현대화 사업’ 성과를 언급하며, “K-난방 시스템의 성공적인 몽골 도입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용기 사장은 “몽골의 K-난방 도입은 에너지 효율 저하와 환경문제로 불편을 겪는 몽골 국민에게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기 사장은 MOU 체결 후 울란바토르의 지역난방 기계실과 통합운영센터 등을 직접 방문·점검하며 아마르사나 울란바토르 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에게 지역난방 현대화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을 약속했다.
난방 현대화 수요 높은 카자흐스탄
북방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두 번째 일정은 카자흐스탄이다. 한난은 9월 5일 알마티 지역의 노후 복합화력발전소를 방문, 현지 관계자들과 K-난방 진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카자흐스탄은 구소련 시기에 건설된 노후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심각한 에너지 비효율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난방 부문의 현대화 수요가 높은 곳으로 여겨진다. 한난은 1950년대 알마티에 지어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를 점검했는데, 이 발전소는 지역 열공급의 약 72%를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노후화로 인한 열손실율이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용기 사장은 이 현장에서 현재 우즈베키스탄에 추진 중인 지역난방 현대화 사업 모델이 카자흐스탄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으며, 운영경험이나 기술정보 교환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카자흐스탄 에너지부 관계자들은 공급 중단 없이 19개 열원을 유기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한난의 통합운영센터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열공급 감지 시스템, K-난방 트레이닝 과정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울러 선진 운영 노하우를 자국의 지역난방 공급망에 적용하고자 한난 본사 방문을 희망했다.
정용기 사장은 “카자흐스탄이 추진 중인 탄소중립·에너지효율화 정책과 K-난방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만큼, 실질적인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한난의 K-난방이 고려인 최초 정착지이자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카자흐스탄에 진출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우즈벡 모델 적용 요청한 키르기스스탄
북방 비즈니스 여정의 세 번째 방문국인 키르기스스탄에선 9월 8일 비슈케크시청·에너지부와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비슈케크시(市)는 현재 수도권의 인구 집중과 노후 열공급망 문제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난방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난은 비슈케크시와의 협약을 통해 △고효율·친환경 K-난방 도입 전략 수립·실행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방안 수립 △지역난방 운영·유지관리 기술 교육을 약속했다.
이번 협력은 지난 6월 10일 아이다 이스마일로바 주한키르기스스탄 대사가 한난을 방문해 K-난방 시스템의 키르기스스탄 적용 가능성을 직접 타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스마일로바 대사는 한국의 고효율·친환경 지역난방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며,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 추진 중인 지역난방 현대화 사업 같은 협력 모델을 키르기스스탄에도 적용하도록 요청했는데, 이번 MOU를 통해 이 논의가 제도화된 것이다.
아이벡 비슈케크시장은 “비슈케크 시민들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난방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한국의 축적된 지역난방 경험은 우리 도시의 열공급 인프라 현대화와 환경오염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리스베코프 에너지부 차관은 “이번 MOU는 재생에너지 활용과 효율 향상, 환경 개선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파트너십”이라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기 사장은 “비슈케크시청·에너지부와의 협력은 도시와 국가 차원의 이중적 협력 구조를 동시에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한국의 K-난방 모델을 바탕으로, 키르기스스탄이 직면한 에너지 공급 문제 해결과 대기 환경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체계화된 K-난방 트레이닝 과정을 통해 한난의 선진 기술과 스마트 통합운영, IoT 기반 열공급 관리시스템 등을 적극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K-난방 중앙亞 확산 거점, 우즈베키스탄
마지막 방문국은 K-난방 모델의 중앙아시아 확산 거점이자, 정용기 사장이 심혈을 기울여온 우즈베키스탄이다.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방문했다.
한난은 10일 뉴타슈켄트 신도시 건설 현장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고향인 지작(Jizzakh) 지역에서 지역난방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한 데 이어,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 및 뉴타슈켄트 스마트 시티와 관련한 신규 사업 대상지를 답사했다. 이는 우즈베키스탄 내 K-난방 시스템 적용·확산 가능성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관련 인프라·연료 조달이나 기자재 운송 루트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11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열공급공사와 ‘지역난방 현대화 및 열병합발전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열공급공사는 총리실 직속 기관으로, 전국 103개 노후 열원을 현대화하고, 지역난방 보급률과 재생에너지 도입을 획기적으로 증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난은 K-난방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전국 차원의 에너지 자립과 온실가스 감축,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용기 사장은 체결식에서 “이번 MOU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에너지·환경·경제 정책을 아우르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투명한 소통을 위한 양국 간 적극적인 정보 교류와 협력 의지, 관심을 강조했다.
일콤 주라예프 열공급공사 사장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확인한 K-난방 기술과 정책 노하우는 우즈베키스탄 에너지 산업 혁신에 꼭 필요한 해법”이라며 “추진 중인 공동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기술포럼에선 현대파워시스템·장안기술 등 국내 대기업·중소기업 8곳과 함께 기술 홍보회를 열어 민관(民官) 동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한난 최초의 현지 ‘K-난방 협의체’ 활동으로, 국내 지역난방 기업의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촉진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12일에는 에너지·투자 정책 핵심 인사들과 연쇄 면담하며 K-난방 진출 협력의 폭을 한층 넓혔다. 정용기 사장은 이날 미르자마흐무도프 주라백 에너지부 장관과 쿠드라토프 라지즈 투자산업통상부 장관과 회동하며, △뉴타슈켄트 에너지 공급 투자사업 △지작 지역에 재생에너지 기반 신규 사업추진 △자라프샨 LNG 기반 복합화력 CHP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깊이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
주라백 에너지부 장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기술력과 경험은 우즈베키스탄이 현재 추진 중인 2050 에너지 전략 달성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쿠드라토프 투자산업통상부 장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추진 중인 노후 지역난방 현대화와 뉴타슈켄트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 공급은 국민 생활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한국의 K-난방 기술을 주요 도시에 적극 도입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지속 가능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정용기 사장은 “뉴타슈켄트·지작·자라프샨 K-난방 도입 프로젝트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신속한 의사결정은 사업추진을 앞당기는 결정적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두 장관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북방 비즈니스, 전망은?
한난은 이번 일정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에너지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에 확산시키려는 ‘K-난방 북방 비즈니스 전략’을 더욱 분명히 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많은 기업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한난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북방 시장에서 사업 구체화에 속도를 내며 또 한 번의 차원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난의 북방 비즈니스 전략이 단순 기술 협력에서 벗어나 제도적·정책적 파트너십 단계로 격상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MOU가 K-난방 네트워크 협력의 제도적 기반으로서 중앙아시아 전역에 K-난방 모델을 이식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